▶28일 KAL858기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신성국 신부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87년 11월 29일  KAL858 비행기가 115명의 승객을 태운채 비행중 사라졌다. 당시 안전기획부는 북한 공작원 김현희와 김승일의 폭탄테러로 KAL858기가 공중폭발했으며, 사체나 유품, 기체 잔해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AL858기 사건은 18주기를 맞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숱한 의혹을 풀지 못한 채 암흑 속에 묻혀있다.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청주시 영운동성당, 44세) 신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의혹'을 넘어 '명백한 조작'이라는 확신을 피력했다.

18주기 추모제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천주교인권위 회의실에서 신성국 신부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에 대한 현황을 들어보았다.

"명백한 조작이라는 확신 갖게 됐다"

□ 통일뉴스 : KAL858기 사건 18주기를 맞았다. 소감은?

▶"명백한 조작이라는 확신을 갖
게 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신성국 :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 집행위원장 맡은지 3년이 됐다. 처음에 직책을 맡았을 때만 하더라도 가졌던 생각은 사건에 대한 의혹 수준이었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이 명백한 조작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는 3년간에 걸친 대책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과, 사건이 조작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면서 확신하게 된 것이다.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은 이제 막바지에 왔다. 이제 사건 초기에 가족들이 제기했던 숱한 의혹과 의문점들이 진실로 판명되고 있다. 18년이라는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진상규명이 돼 가는 것이 다행스럽다는 소감이 든다. 

□ KAL858기 사건을 '의혹' 차원을 넘어 명백한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간명한 근거를 들어달라.

■ 국정원에서 KAL858기 기체 잔해들을 모두 폐기했다는 것 자체가 조작이라고 본다. 국정원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지금 가지고 나왔다. 2003년 3월 국정원이 보낸 우리에게 보낸 답변서을 보면 1990년 2월 18일과 3월 5일 태국 어부에 의해서 기체잔해 60점이 수거됐다고 나와 있다. 유품 내용은 항공기 잔해와 유류품으로 발견된 양복 등 사고기 잔해에서 올림픽 마크가 새긴 동체 조각들이다.

그러나 2005년 10월 12일에 공개된 정보 결정 통지서에는 기체잔해들은 어떻게 폐기했느냐를 묻는 질문에 '기체 폐기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또 통보받지 못했고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나와있다. 동체 잔해를 발견하고 인수받았다고 해놓고서, 그 잔해들을 폐기한 것조차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정원 스스로가 마음대로 폐기한 것이 조작이라고 본다.

국정원의 대책위의 39항에 달하는 답변서 내용을 보면, 핵심적 질문에 단 하나도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는 1988년 1월 15일 발표한 안기부의 수사 내용을 스스로가 다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자기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답변을 못했으니 조작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단 하나도 진실이 남은 것이 없다. 이들 자료만 갖고도 이미 드러났다.

▶국정원의 정보 결정 통지서.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현재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은 정부차원에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진실위) 조사활동과 민간차원의 대책위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먼저 민간차원의 진상규명 활동 현황을 소개해달라.

■ 민간 차원에서는 우선 항공기 사고 전문가, 폭발 전문가 등 소수의 전문가들이지만 그동안 입을 열지 않았던 분들이 서서히 증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진상규명에 대해서 전문가의 협조가 두드러졌다는 것이 대책위의 제일 소득이다. 대책위에서는 자료가 있어도 그 자료를 감정하거나 해석할 있는 수준이 못됐는데, 전문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자료를 다시 검증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성과다.

그리고 국회에서 KAL858기 사건을 주제로 두 번씩이나 토론회를 했다. 국회가 이 사건에 대해 문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나, 국회까지 들어가서 토론회를 가졌다는 것은 민간차원의 큰 진전으로 보고 있다.

또 KAL858기 사건 정보공개에 대한 판결이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됐는데, 곧 정보공개 판결이 날 것이라 본다.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의 성과라고 보고 있다.

"당시 책임자와 김현희 양심 고백 않는다"

▶이날 인터뷰는 명동에 위치한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 국정원진실위의 조사활동 상황은?

■ 국정원진실위와 대책위는 공식 채널이 없다. 그러다 보니까 그쪽이 어떤 상황인지를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국정원진실위가 벌이고 있는 진실규명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나 언제 발표할지, 어떤 방식으로 발표가 이루어질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어쨌든 국정원진실위는 국민들에게 논란의 여지를 일체 주지 않고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 가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사건에 관련된 당시 수사관과 같은 책임자, 김현희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고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진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알고 있다.

□ 국정원진실위의 사건조사 결과 발표 계획은?

■ 전혀 모른다. 11월 29일 KAL858기 18주기 이전에 국정원에서 발표해주기를 기대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 대책위는 최근 북측에서의 현지조사를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

■ 지금까지 북측하고 1차 접촉을 해봤다. 북측의 입장은 전혀 이 사건에 자신들이 관여 한 적이 없으니 남쪽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대책위는 김현희가 '북한 공작원'이라고 하니까 북한에서 확실하게 그 사실관계를 조사해야 남측의 국민들이 납득하니 현지조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했고 이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북쪽에서도 이를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에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현지 조사를 공식 요청하면 북쪽에서는 받아줄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각종 자료를 제시하는 신성국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북측에서 현지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어떤 점을 조사할 계획인가?

■ 가장 중요한 것은 김현희와 김승일이 북측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진짜 북쪽 출신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기부가 김현희를 수사하면서 발표한 인적사항 등 북한과 관련된 모든 사실을 확인할 것이다.

□ 검찰측에서 KAL858기 사건 관련 저자들을 고발한 사건은 진행중인가?

■ 지금 소설 『배후』를 쓴 서현우 작가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는데 이후 검찰에서 한 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 이후 아직까지 재판도 없고, 시간만 지연되고 있다. 빨리 재판을 해야 하는 상태다.

또 일본의 『파괴공작』을 쓴 일본인 노다 미네오 씨의 입국을 금지해 왔다. 이번에 입국금지를 해제하기 위해 국정원에 정식으로 입국금지 해제를 요청했다. 국회 차원으로는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실과 신기남 의원실을 통해 이번 18주기 행사에 공식초청 하기 위해 노다 미네오 씨의 입국금지 해제를 국정원 측에 요청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의원실로 구두 답변을 전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자신들이 노다 미네오 씨가 국익에 해가 되는 사람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입국금지를 시킨 것은 정당하고, 해제 의사가 없다고 전달했다고 한다.

대책위, 노다 씨에 감사패/국정원, '입국금지 정당'

□ 노다 미네오 씨를 공식 초청한 이유는?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감사패를 주는데 노다 미네오 씨와 통일뉴스, 시민의 신문이다.

노다 미네오 씨는 일본인 저널리스트로 사건 초기 현장 취재를 통해 이 사건의 의혹 밝히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한 우리들의 사건을 지속적으로 심층 취재해 준 통일뉴스에게 감사드린다. 언론사로서 우리를 가장 충실히 취재해준 언론매체다. 시민의 신문은 기획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 대책위가 공식 초청한 노다 미네오 씨의 입국을 거부한 정부측의 조치에 대한 입장은?
 
■ 국정원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정원이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수사했다면 사고의 진상을 위한 아주 중요한 인물인, 이런 양심적인 사람들의 입국을 방해할 이유가 없다. 유감이다.

□ 국정원 측에서는 김현희 씨를 면담, 조사했나?

■ 국정원진실위가 1년이 돼 간다. 사실상 국정원진실위가 사고에 관련된 많은 자료를 검토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 부분 안기부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파악하고 있다. 김현희의 면담조사가 성사된다면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그 사람들은 끝까지 면담을 거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조사한 것만이라도 발표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어차피 법원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본다. 국정원진실위에서 지금이라도 조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 현재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과거사법)이 통과되고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과거사위)가 구성중인 것으로 안다. KAL858기 사건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 국정원진실위는 임의기구에 불과하지, 법적인 구속력이나 조사관의 권한에 한계가 많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강제 조사권 등 조사관의 권한에 법적인 구속력을 가졌기 때문에, 과거사위가 사고 조사에 착수한다면 진상규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18주기가 추모제의 마지막"

□ 매해 마다 사건 발생일에 추모 기념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번 18주기 기념행사의 컨셉은?

▶"18주기가 추모제의 마지막"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우리가 그동안 행사를 벌인 것 중 위령탑을 거부한 것은 안기부의 수사발표를 거부한 상징이 됐다. 이번 18주기 행사를 기점으로 19주기부터는 행사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내년 봄이라도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18주기가 추모제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대책위는 KAL858기 사건이 안기부에 의한 조작사건이라고 공포한 바 있다. 안기부의 조작이 드러난 이상,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정원이 자신의 조작을 시인했으면 한다. 이번 행사에는 온 가족 회원들이 국정원 앞에서 삼보일배를 하면서 입구에서부터 행진을 벌일 것이다. 

□ 대책위 상근 인력이 없어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점이 어렵고,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어려운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청주에서 올라오려면 하루의 시간을 다 버릴 정도고,  인력이 많이 부족해 기자회견문도 직접 작성할 정도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국민들이 과거사를 왜 자꾸 들춰내냐고 묻곤 하는데,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거를 밝히지 않으면 내일이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사의 진실은 민족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반드시 국민들이 이해해줘야 하는 문제다.

또 입장을 바꿔 생각해 주기를 당부한다. 내 가족, 내 남편이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KAL858기 사건에 대해서 온 국민이 함께 진상규명에 동참해줘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에 대한 호응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이 성과로 드러났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연회를 열고, 시민들에게 KAL858기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호소한 것이 성과로 드러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국민이 이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 신부님은 이라크를 다녀오시는 등 사회의 어둔 곳을 밝히는 활동을 많이 해오신 것으로 안다. KAL858기 사건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 우리 사회에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이 바로 힘없는 약자들, 노동자, 서민, 가난한 이들이다. 이 분들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서 너무나 많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한 사람의 성직자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 사건에 접근을 시작했다.

그 다음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정권을 뿌리로 해서 지금도 이어오고 있는 한나라당이 존재하고 활개치는 한 이 같은 사건은 반복될 것이다. 아직도 민족의 분열을 계속 유지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한 KAL858기 사건이라든가, 과거에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통해서 그 세력들이 누구인지 정체를 낱낱히 밝히겠다.

특히 KAL858기 사건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사건을 조작했던 그들을 고발함으로 그 들이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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