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일이다. 일반 수출입 물질도 아닌 핵무기 제조의 주요 요소인 우라늄을 한쪽에서는 수출을 했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입한 적이 없다고 한다. 판 사람은 있는데 산 사람은 없는 꼴이다.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자 미국은 ‘통계상의 오류’라 발표했고, 모두들 그 같은 발표를 수긍하는 분위기다.

과연 ‘통계상의 오류’인가
위의 그림은 노컷뉴스가 보도했던 미 상무부의 무역통계자료이다. July의 세 번째 줄에 68,693이라는 수치가 바로 2004년 7월 미국이 한국에 수출했다는 천연우라늄의 양이다. 단위는 kg. 68톤이 넘는 분량을 한국 정부에 수출했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국내의 여러 원자력 기관들은 미 상부부의 위 기록에 대해 “수입한 실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외교통상부 역시 우리나라에 농축시설이 없다며 천연 우라늄을 수입할 필요가 없으며 또한 “미국과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이기 때문에 우라늄 수출입 현황을 보고하고 있어서 수출입 물량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마침내 미국이 진화에 나섰다. 10월 7일 미 상무부가 68톤의 천연우라늄 수출 통계자료가 잘못되었다고 공식 확인했고 이 핵물질을 우리나라에 수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통계자료를 정정하여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발표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우선 많은 전문가들은 미 행정부의 발표가 있기 전에 ‘미 상무부 통계는 통관 과정에서 물품에 붙는 바코드에 의해 자동으로 집계되는 등 산출과정이 모두 전산화돼 있어 수출하지 않은 물품을 수출했다고 기록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해 왔다.

또한 핵물질의 경우 적어도 수입 한 달 전까지 수출국, 중량, 수입날짜 등을 IAEA에 낱낱이 보고해야 한다. 미국의 발표대로 오류가 있었다면 이미 IAEA에서 조사나 사찰을 벌였어야 했다. 그러나 IAEA의 그 같은 조사나 사찰은 벌어지지 않았다. 굳이 IAEA까지 가지 않더라도 미 행정부에서 먼저 ‘오류’를 발견했을 가능성도 높다. 7월의 천연우라늄의 실제 수출 총량과 통계상의 총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발견되었을 것이며, 2004년 한 해의 통계를 내오는 데서도 실제 총량과 통계상의 총량 차이가 발견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연우라늄 뿐 아니라 농축 우라늄 역시 수출입량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은 미국 발표를 더욱 믿지 못하게 만든다.

노컷뉴스가 보도했던 2004년의 농축우라늄 수출입량을 비교한 도표이다. 2월부터 12월까지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한해 140톤이 넘는 양의 수출입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핵물질의 수출입과 이전과 관련하여 그 어느 나라보다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는 미국이 천연우라늄 뿐 아니라 농축우라늄에서조차 ‘오류’를 보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발표가 보다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의구심들 즉 통계 총량과 실체 총량과의 차이를 사전에 파악 못한 이유, IAEA가 미진한 대응을 한 이유, 농축우라늄에서도 큰 차이가 난 이유 등을 보다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만약 미국이 발표한 ‘통계상의 오류’가 아니라면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첫 번째, 한국 정부가 수입량을 속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즉 미국 상무성의 발표대로 수입을 했는데, 일반적인 용도가 아닌 다른 ‘비밀스러운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수입량을 조작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 정부는 수입 사실이 없음을 발표하고 미국 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합의 아래 수치를 조작했다면 대단히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태도를 취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한국 정부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다. 즉 한국 정부의 통제나 관리 밖의 인물 혹은 기관에서 핵개발을 위해 한국 정부 모르게 수입했을 경우이다. 물론 국내에서 우라늄을 취급하는 기관이 한정돼 있어 이 같은 가능성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그동안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과거 냉전 세력들의 태도를 보면 이같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미국에서의 조작이다. 즉 ‘다른 용도’로 사용해 놓고 한국 정부에 수출한 것처럼 조작했을 가능성이다. 최근 부시 행정부는 강경한 핵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가 이 같은 비난을 피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은닉’했을 수도 있으며, 다른 한편 공개하기 껄끄러운 다른 국가에 판매했을 수도 있다.

미국, IAEA, 한국정부가 책임 있게 해결해야

논란의 물질이 우라늄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직접 관련된 문제이다. 만약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고 어물쩡 넘어가게 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난 4차 6자회담에서 6자회담 참가국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대해 합의를 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북한 역시 이 문제를 짚고 있다. 10월 14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의 핵무기 계획 포기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을 목표로 정했고 핵문제 해결에 관한 우리의 원칙적 입장과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책임이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의무사항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혔다”고 언급하였다. 남한의 핵문제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은 한편 IAEA의 공정성 문제도 짚었다. “IAEA는 지난해 미국과 남조선 사이의 우라늄 거래량이 맞지 않았는데도 이를 문제로 삼지 않았고 조사나 사찰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핵물질 거래를 검증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IAEA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핵물질의 경우 적어도 한 달 전에 수출입국, 중량, 수출입날짜 등을 IAEA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고려하면 통계상의 불일치 문제에 IAEA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비판에서 IAEA는 자유로울 수 없다. IAEA의 불공정은 물론 직무유기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사안임에 틀림없다.

우선 필요한 것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통계상의 오류였다’는 것은 또 다른 의혹과 논란만을 낳을 뿐이다. 미국이 진정 핵물질을 어디에론가 빼돌리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해명과 규명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미국의 4차 6자회담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IAEA의 조사와 사찰이다. 천연우라늄 68톤, 농축우라늄 140톤의 ‘행방불명’을 조사하고 규명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IAEA에 부여한 의무이다. 만약 이번 사건을 책임있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IAEA는 미국의 핵정책을 집행하는 대리인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정부 역시 막중한 책임이 있다. 미국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 이후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해명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에게 납득할 만한 해명과 규명을 그리고 IAEA의 철저한 조사와 사찰을 요구해야 할 의무가 한국 정부에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 정부의 핵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과 IAEA가 책임있는 해명과 규명을 하지 않는다면 혹시 모를 가능성, 즉 한국 정부 모르게 우라늄이 반입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다. 정부의 통제와 관리를 벗어난 우라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우리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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