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일면식도 없는 마이크 제이 텔리엔토 Jr. 사령관에게 제가 이렇게 공개편지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까닭은 당신이 지난 9월 29일 인터넷 기자단을 상대로 평택 팽성에 있는 캠프 험프리 기지 안에서 기지확장 청사진을 설명한 내용을 언론을 통해서 읽어보았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보기]

▶김종일 집행위원장.
[자료사진 - 통일뉴스]
당신은 “미군기지 확장 부지가 확보되면 50년 홍수에도 끄떡없도록 3.5m 제방을 쌓고 부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논에는 2.5m 두께의 흙을 덮어 다진 뒤 그 위에 건물을 세워 100년 이상 가는 기지를 만들 것"이라고 주한미군의 평택 장기 주둔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또한 당신은 확장된 기지에 미2사단과 주한미군사령부 등이 이전하며 늘어난 미군과 그 가족을 위해 "한국식 정원문화를 도입한 숙소를 지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해외주둔 미군이 일정기간 훈련 차 머물게 될 건물(Joint Mobility Center)과 주한미군 훈련장, 18홀 규모의 골프장, 수상시설과 식당 등 편의시설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형수송기인 C-17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장과 중장비를 실어 나를 철도까지 건설할 것"임을 당당히 밝혔습니다.

또한 당신은 기지 확장에 따라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지역주민들의 박탈감과 저항에 대해 "주민들이 힘들고 지금이 민감한 시기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지역 유지들과 계속 접촉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을 꺼라 했습니다. 심지어 지역주민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좋은 이웃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환경정화작업이나 길거리 청소에도 나서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당신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른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전국 100여 곳의 미군기지를 오산.평택과 대구.부산 2개의 허브기지로 재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현재 미군기지가 분산되어 있는 문제점, 지역사회의 저항과 전술적 효과를 낼 수 없는 기지 위치의 문제점,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재배치 필요성 등을 들어 미군기지 확장 이전은 필수적이며 2008년까지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텔리엔토 사령관은 지난달 29일 오산.평택 미군기지 투어에 참가한 인터넷기자단에
평택미군기지 확장 청사진을 브리핑했다. [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저는 당신이 인터넷 기자단에게 설명한 기사내용을 접하고 참을 수 없는 굴욕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 국민의 정서를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은 그동안 900여 차례 외세의 침탈 속에서도 슬기롭게 잘 극복했고 현재 주한미군처럼 60년 동안이나 외국군대의 장기주둔을 허용한 전례가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주한미군의 장기주둔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앞으로 100년 이상 더 주둔하겠다는 뻔뻔한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100년 이상 더 주둔하겠다는 당신의 말에 동의해 줄 우리 국민이 있다고 보십니까? “냉수 먹고 속 차리라”는 우리말도 있습니다. 더 이상 평택 주민과 우리 국민을 욕되게 하지 말고 지금 당장 100년 이상 더 주둔하겠다는 당신의 말을 취소하고 이 땅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당신을 포함하여 주한미군 당국은 도대체 염치가 있는 사람들입니까? 미군기지 확장비용은 물론 해외주둔 미군까지 시용하게 될 훈련장 건설과 18홀의 골프장 등 각종 위락시설, 한국식 정원이 딸린 대형 숙소의 건립, 비행장과 철도 건설 등에 들어갈 비용은 누가 대는 것입니까? 당신들이 돈을 대는 것입니까? 아니면 우리보고 대라는 것입니까? 경제가 어려워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5조 5천억원을 요구하는 당신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우리 국민들은 분통이 터질 뿐입니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늑대의 마음을 갖고 있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결국 우리 국민에게 왕따만 당할 뿐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저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주민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지역 유지들과 계속 접촉을 한다고 했는데 당신이 만나는 지역 유지 가운데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 주민들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습니까? 50여년 전 전쟁 중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또 다시 힘들게 갯벌을 메워 일군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될 주민들의 마음을 당신은 제대로 단 한번이라도 주민들의 입장에서 헤아려본 적이 있습니까? 미군기지 확장예정지역의 주민들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좋은 이웃’ 프로그램이나 환경정화작업, 길거리 청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주민들이 그렇게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3년 넘게 진행하고 있고, 바쁜 농사철에도 불구하고 400일 넘게 촛불행사를 지속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당신은 미군재배치계획에 따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당신의 발언은 그동안 대북억지력 때문에 존재하던 주한미군의 역할이 이제는 필요 없으며 주한미군의 역할을 아?태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던 당신의 상관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나 윌리엄 팰런 미 태평양사령관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설마 당신의 상관들이 한 발언을 모르고 있지는 않겠지요? ‘전략적 유연성’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주한미군의 역할확대를 포장한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이 당신들의 전쟁정책, 패권정책을 모를 꺼라 생각하십니까? 만일 그렇다면 저는 당신에게 “이제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눈곱만큼도 개인적 사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만 당신처럼 우리나라에 상전으로 와있는 주한미군 지휘관의 고압적인 말 한마디가 우리 국민과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력이 우려되어 이렇게 펜을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생명과 평화의 땅을 죽음과 전쟁의 땅으로 내줄 수 없다” “이 땅은 우리 목숨 끝까지 지킨다” “오는 미군 막아내고 있는 미군 몰아내자”고 오늘도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 평택 주민들과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귀를 열고 겸허하게 들어보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유쾌하지 않은 공개편지를 끝까지 읽어주신 텔리엔토 평택 캠프 험프리 사령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당신의 용기 있는 결단과 건투를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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