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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35분, 국회본청 3층 귀빈식당에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렸다. 1987년 115명의 중동근무 노동자 등을 태우고 돌아오다 '실종'된 KAL858기 사건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사회로 열린 이날 청문회는 KAL858기 실종에 관한 기술적인 검토를 통해 사건의 의혹을 제기하는 자리였다.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병상 신부는 "국회까지 들어오는데 18년이 걸렸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을 불허하지만 꼭 진상은 확실하게 밝혀지고, 가족들과 땅 밑에 계신 모든 분들의 한을 풀어주고,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끔직한 사건이 전 국민한테 백일하에 밝혀져서 한 점 의혹도 없이 풀어줄 수 있도록 끝까지 이 일을 추구하려고 한다"고 말하고 "진상규명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성전, "비행기가 쉽게 폭발하는 물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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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전 처장은 "비행기가 폭파된다고 했을 때 중요한 것은 영화하고 현실을 착각하면 안 된다"며 "실제로 비행기가 쉽게 폭발하는 물체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비행기는 날개에 엄청난 양의 연료가 싣고 보통 3만피트 상공에서 나는데다 사고가 난 11월이면 영하 30도 아래라서 폭발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만약) 공중폭발이 일어났다면 동체에서 일어난다"면서 "날개쪽을 폭파 시키려해도 폭파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폭탄을)가지고 탔다면 선반 위에 뒀을 가능성이 큰데 액체 폭탄을 사용하게 되면 폭발하더라도 비행기를 직접 찢어서 구멍을 낼 힘이 없다"며 "이유는 (폭발로)압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외부로 나가면서 (비행기를)뚫지를 못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폭발물이 밑 연료통을 관통하려면 비행기 바닥 좌석을 뚫을 수 있는 금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선반 위에서 (폭발물이) 터졌다면, 항공기 시트가 중간에 있어 설령 금속체가 튕겨져 나오더라도 시트의 상당부분 방탄효과로 멈춰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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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블랙박스는 굉장한 장치가 아니다. 헬기 몇 대 뜨면 전파는 지향성을 가져 아주 쉽게 찾을 수 있게 돼 있다"면서, "빈 연료탱크가 떨어지게 되면 일정기간 물에 뜬다"며 고의적으로 산악 수색을 하며 시간을 끌어 증거인멸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중차대한 사고에 대한 조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됐고 어떤 전문가도 자료를 한번 정리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조종사 입장에서 답답한 생각이 든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한번 해보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보잉 707기는 퇴역하여 가격이 아주 싼 비행기이니 필요하다면 안기부가 주장하는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폭파시험을 해보자"며 자신이 시험 비행기를 조종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최흥옥, "새로운 정보 발견되면 재조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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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옥 전국장은 "사고조사가 종결돼서 발표됐더라도 새로운 정보가 발견되면 조사 실시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재조사는 기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블랙박스를 회수, 해독할 때 그런 능력을 갖지 못했을 때는 타국에 요청할 수 있다고 국제 사고조사 표준절차에 돼 있다"며 "이 사건과 연계돼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블랙박스에서 1달간 위치를 알리는 신호가 나오므로 선진국에 의해 수색되었다면 블랙박스와 잔해, 유해를 발견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는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최 전국장은 발견된 동체 조각을 정부가 폐기한데 대해 "항공기 사고에서 잔해는 원인규명을 위해 아주 중요한 것이다"며 "증인이 오래 보존되듯이 잔해가 오래 보존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고 규정대로 잔해를 보관하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고현장 재수색에 대해서는 "물론 많은 시간이 지났고, 지역이 광활해 상당히 쉬운 부분이 아니고 부정적 의견도 많다"면서도 "기술적 측면만 말씀드리면 고도로 발전된 해저탐색 기술로 살펴보면 (수색이)가능할 것으로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덧붙였다.
또한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탑승가족의 의혹에 찬 억울함을 무엇으로 대신하겠는가"라며 "향후 본격적인 재수사가 되는 기회가 있다면 적극 참석해서 유가족들과 함께 적극 봉사하도록 약속한다"고 말했다.
심동수, "수류탄 3개 위력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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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수 교수는 "(두 폭발물의) 폭발력은 합쳐서 600그램 정도로 수류탄 3개 위력 정도다"며 "이것으로 항공기가 폭발되느냐는 의문이다"고 말하고 "컴퍼지션 C-4가 터지면서 액체폭약이 같이 터져야 하는데 민간에서 산업용 폭약가지고 할 때도 두 폭약의 성질이 다르면 A는 터져도 B는 안 터진다"며 좌석 위 콘솔박스에서의 연쇄폭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심동수 교수는 특히 당시 파나소닉 라디오는 "분해해서 역설계해서 물건을 만드니까 중요 부분은 건드리면 깨지도록 했다"며 "알람장치를 시한장치로 바꾸는 것은 기술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단언했다.
임종인 의원은 "국회 정보위 회의에서 확인해보니 국정원 과거사위에서 이 사건 조사 결과를 11월에 발표하려고 한다"며 "민간측 조사위원들이 조작됐다고 하면서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외국에 가서 조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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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는 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신성국 신부가 사건 개요을 설명하고 의문점을 제기했으며,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과 정지환 여의도통신 기자가 청문관으로 나와 발표자들에게 질문을 제기했다.
이날 청문회는 임종인 의원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 등 20여명의 가족들과 변연식 천주교인권위 위원장과 심재환 민변 통일위원장, 서현우 작가 등이 참석으며, 국회의원으로서는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을 비롯해 김태홍, 노영민, 문병호, 오제세 의원이 참석했다.
차옥정 회장은 청문회를 마치고 "지금도 물증이 많지만 인정을 안 해줘서 답답하다"며 "그래도 오늘 색다른 폭파나 항공 전문가들이 직접 나와서 다른 때보다 더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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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수정했습니다.
김순례 님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데 단순한 '오타'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 꼼꼼히 살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치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