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천주교인권위 사무실에서 KAL858기 폭발관련 전문가 소견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이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 기자]
"KAL858기 폭파사건 수사결과 발표는 공학적, 기술적으로 황당무계하다."

"28년간 폭약만 가지고 살아왔다"는 폭발물 전문가 심동수 동아대 겸임교수는 'KAL858기 폭파테러용 폭약에 대한 감정결과 소견'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발표된 내용이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KAL858기 가족회'(회장 차옥정)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상임대표 김병삼)는 7일 오전 11시 천주교인권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88년 1월 15일 당시 안전기획부가 발표한 수사결과 내용 중 폭발물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진상조사를 재차 촉구했다.

공학박사이자 화약류관리기술사인 심동수 교수는 친구인 최규엽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 권고를 받고 이 사건에 관해 '폭약의 기술적 특성과 명칭을 중심으로' 재감정해 이같은 소견을 내놓았다.

안기부가 88년 1월 9일 폭약실험을 통해 '가공할 폭발력'을 제시한 이래 전문가가 KAL858기 폭발에 관해 공식 견해를 내놓기는 처음이다.

▶기자회견에는 KAL858기 가족회 회원들이 배석했다. 심 교수는 사진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 기자]
심동수 교수는 소견서에서 "KAL858기 폭탄테러에 악용된 폭약에 관한 안기부의 발표는 중대하고도 명백한 공학적.기술적 하자가 있고 실체적 진실과는 다르며, 인위적 각색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감정되었다"며 "위와 같은 테러용 폭약의 감정은 특수분야의 전문 기술적 판단이 요구되는 과학적.공학적 사안이나, 기술적 특성과 명칭 등 기초기술에 대하여는 쉽사리 다음과 같은 잘못된 내용의 지적이 용이하여 알기 쉽게 소명 및 감정한다"고 밝혔다.

감정내용을 보면 △PLX액체폭약의 명칭은 각색의 소지가 다분 △콤포지션 C-4 폭약의 호칭은 남북이 서로 상이 △표준제품과 비표준제품의 혼용은 공학적.기술적인 제척사유임을 간과 △PLX액체폭약의 안전성 및 취급의 용이성은 과학적 사실과 다르게 적시 △의류 등 TNT반응의 검출도 원인의 추리가 가능 △기폭회로의 구성은 공학원리를 이탈, 불의폭발 위험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박스 기사 참조)

심 교수는 "폭파테러의 수사가 화약류에 관한 전문기술인의 자문 및 감정 없이 이루어진 사실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일로 사료"되고 "주된 수단인 폭약 및 폭발 그리고 폭파에 관한 내용이 공학적으로 불일치, 해명과 증명을 희망"하며 "화물에 의한 제3의 폭파테러방식에 대한 병행조사도 요망되며, 이 경우 테러범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진단"한다고 건의했다.

▶당국이 KAL858기 잔해물이라고 발표한 비행기 일부. 국과수 감정
결과 폭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자료사진]
경찰관으로 12년간 근무하고 지금도 폭탄테러 등에 대해 경찰에 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심 교수는 "용어 설정부터가 전혀 모른 사람이 덜컥 사용해 실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문용어는 일상용어와는 달리 몸과 마음에 새겨져 버리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고 증언했다.

심 교수는 "특히 중요한 것은 '수법' 면이다"며 북한의 테러 '수법'과 KAL858 폭파사건은 일치성이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첫째, 테러목표 즉 핵심 타격대상이 그동안 국가원수였는데 반해 이 사건의 중동근로자를 태운 비행기였으며 둘째, 테러 수단인 폭약이 그동안 북한이 주로 사용해온 콤포지션 C-B가 아닌 C-4가 갑자기 등장했고 셋째, 북한의 테러리스트들이 그동안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당성으로 무장된 젊은 남성인데 비해 예쁜 여인과 나이 많은 사람이 등장했으며 넷째, 평소 사용을 상상하기 어려운 파나소닉 라디오와 액체폭약이 등장한 점 등이다.

▶심동수 교수가 감정결과를 분석한 소견서 [자료사진]
심 교수는 "폭약은 다른 어떤 기술보다 변화가 더디고 기술자들이 생리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며 폭탄테러 수법이 일거에 바뀔 수 없다고 강조하고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 할 수는 없겠지만 수사가 진행되면 이 사건이 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비행기가 비상신호를 보낼 틈도 없이 공중에서 일거에 폭파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Kg 이상의 폭약이 필요하다"며 김현희와 김승일이 진술한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제 3의 방식이 동원될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제 3의 범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화물칸에서 상당히 큰 양의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김현희와 김승일은 진범을 숨기기 위한 바지저고리라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추론했다.

작가 서현우는 KAL858기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창해, 2003)에서 안기부 요원들이 화물칸에 외교행낭을 가장해 폭발물을 설치해 비행기를 폭파한 것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기자회견을 주재한 신성국 신부(오른쪽)와 최규엽 최고위원. [사진 - 김규종 기자]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전문가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접하고 상당히 신뢰성이 있는 것이라 판단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정부와 국회, 국정원과 검찰은 진상규명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최규엽 최고위원은 "수사기록과 판결문을 공개하고 김현희 진술을 청취해야 하며, 사고현장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더 나아가 특별검사 임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가 KAL858기 사건을 1차적 조사대상으로 선정해 재조사 중이나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심동수 교수의 감정결과 소견서가 발표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 요구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폭약 감정결과 6가지 의문 사항(요약)


1. PLX(Picatini Liquid Explosive)액체폭약

KAL858기 폭파범으로 발표된 김현희와 김승일이 'PLX액체폭약'을 사용했다는 것은 '각색의 소지'가 있다는 것.
Picatini는 미국의 피카티니 조병창 또는 피카티니 연구소에서 나온 고유명사로 북한에서 제조한 폭약에 붙이는 명칭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는 것.
또한 'xxx액체폭약'이라는 표현방식도 통상의 명칭구성이 아닌 어색한 합성용어이고 보통은 '액체xxx폭약'이라고 표기한다.

2. 콤포지션(Composition) C-4 폭약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는 '콤포지션 씨 포'라고 불리지만 러시아나 북한 등에서는 러시아어로 '사스답페 에뜨 브로떼'로 불리운다. 참고로 TNT의 경우도 우리는 보통 '티엔티'로 불리지만 러시아나 북한에서는 '쓰로칠'로 불리운다.

만약 테러범이 북한에서 훈련받고 연습했다면 마땅히 '싸스답페 폭약'이라고 불렀을 것이고 이같이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것이 타당하다. 테러범이 '콤포지션 씨 포'라고 말했다면 이는 북한에서 폭파훈련을 받고 연습한 테러요원이 아니라는 추리가 가능하다는 것.

전문용어는 일상용어와 달리 상황에 따라 호환되지 않는 특성이 있으므로 용어의 표현으로도 사실의 진위를 추리할 수 있다.

3. 표준제품과 비표준제품의 혼용

콤포지션 C-4는 표준제품이나 PLX액체폭약은 사제폭약의 범주에 속하는 비표준 제품이다.
국가간 폭파테러에 있어 표준제품과 비표준제품이 혼용되는 경우는 기술상 상상할 수 없는 사례이다. 폭발의 확실성과 신뢰도가 저하되므로 실패를 예고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

표준제품과 비표준제품의 혼용은 폭파에 의한 공학적, 기술적 원리에 반하며 처음부터 실행이 제척되어지는 사안으로 판단된다.

4. 액체폭약의 안전성과 취급의 용이성

액체폭약은 고체형 폭약에 비해 안정성이 취약하고 취급 또한 불편하여 사실상 시장에서 사장되어진 상태이다.

햇볕이나 빛 또는 열에 의하여 자연분해가 쉽고 교반(흔들어 요동치게 함)시 마찰열에 의한 발화의 위험도 커서 불의폭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운반이 곤란하고 기도노출이 용이하며 설치 및 기폭구성상의 제한이 많아 폭파용 또는 테러용 폭약으로는 적합지 않다.

5. 테러범의 의류 등에서 TNT 반응이 검출된 점

테러범이 사용한 폭약은 콤포지션 C-4와 PLX액체폭약인데 반하여 그들의 옷 등에서 TNT 반응이 검출된 것은 테러범들이 최종적인 폭파 예행연습시 TNT를 활용했을 공산이 매우 크다는 암시적 징후를 진단해낼 수 있다.

6. 기폭회로 구성

▶심 교수가 재구성한 파나소닉 라디오 기폭 회로도.
폭발공학적 측면에서 고찰컨대 라디오를 켤 때 유도전류 및 전자파 개입에 의한 폭발의 위험이 있다. 습기 또는 기온 상승시 유도전류에 의한 폭발의 위험성이 크다.

뇌관과 건전지가 너무 근접되어 미주전류의 개입으로 인한 폭발의 위험이 매우 크다. 이같은 전원과 뇌관의 배열은 반 공학적.비기술적 배치이다.

뇌관을 건전지로 위장한 이유가 미약하고 일제 파나소닉 라디오는 널리 알려져 있어 무게감에 의한 의심의 소지가 많고 디지털 알람에 의한 시한장치 또한 그 형식과 기능에 납득되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요약.재정리 - 김치관 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