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통일뉴스 상임고문)


한미 정상회담 후 남북관계는 특히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당국간 회담은 중단상태로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남북관계 발전이 정체와 소강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도 그 전망이 별로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같이 남북관계가 침체에 빠지게 된 것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북미간의 관계가 순조롭게 추진될 때 남북관계도 그에 정비례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북미관계 개선을 중단하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강권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이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우며, 설사 당국간 회담들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북한은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서울 답방 문제는 6.15 공동선언에서의 기본적인 합의사항은 아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남한 당국자는 5차 장관급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예상했던 5차 장관급 회담이 무산되고 언제 개최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며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도 사실상 불투명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본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는 6.15 공동선언에서의 기본적인 합의사항은 아니며 김대중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적절한 시기에 방문한다는 것으로만 되어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김용순 비서의 서울 방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에 앞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먼저 방문하는데 합의를 한 바 있다. 따라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서울방문이 먼저 실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러한 합의는 전혀 무시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울 방문만을 강조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서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및 동북아시아의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자체만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이 부시 대통령의 동의하에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인상을 짙게 하고 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한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한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사전 양해를 얻어야만 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으로서는 매우 불쾌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2차 정상회담이라는 자의적인 표현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두 개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금년 들어 6.15 공동선언의 이행과 실천문제를 강도 높게 주장해오고 있는데,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까지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있어서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해소되고 또 분위기 조성이 선행되어야만 될 것 같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서울 답방에서 어떠한 환경이 바람직한 여건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관점과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그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환영하며 지지하는 입장으로 되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은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 때와 같이 좋은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남한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큰 여건하에서, 한미 공조의 틀 속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며, 더욱이 미국이 내심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 상황하에서 북한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고 생각을 할 수가 있다.

남북이 민족공조할 때 서울 답방 가능

다음으로 고려해볼 만한 것은 비록 북미간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남북이 6.15 공동선언을 자주적으로 남북이 민족공조의 입장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확실한 태도표명과 그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를 답방의 시기로 예상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화해와 협력의 흐름과는 어긋나는 `주적개념`을 제거해야 하고 국가보안법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또한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반대하고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 남북이 공동대처해 나가는 모습을 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금년 들어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의 문을 여는 2001년`으로 설정하고 한미일 3자공조가 아니라 동족공조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동족공조로서 6.15 공동선언을 추진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울 답방의 명분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금년초 북한에서 제의하고 남한에서 그를 받아들인 6.15-8.15기간에, 민족의 화해와 협력, 대단결 그리고 6,15공동선언을 전 민족적 차원에서 지지하고 추진하는 축전행사를 뜻있게 진행하는 것도 만족공조의 한 측면으로 볼 수가 있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문제는 답방이 이루어지느냐 아니냐 라는 그러한 차원보다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한미공조가 아니라 민족공조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문제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국제사회에서는 한반도에서 냉전이 해소되고 평화가 정착되며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15공동선언이 차질없이 수행되어 나갈 것을 바라고 있다. 심지어 EU(유럽연합)를 대표한 스웨덴 총리와 그 일행들이 불원간 남북한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좋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예상되어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국제적인 지지성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가능케 하는 여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오늘의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은 각기 자기 나라 국익을 내세워 한반도에 대한 이러저러한 간섭을 시도하고 있는데 일본의 군국주의화, 중국의 대국주의적 영향력 확대, 미국의 패권적 강권주의,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높은 관심 등은 남북한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하루속히 대단결과 단합을 해서 통일된 민족의 역량으로 이를 대처해 나가야하는 절박한 시점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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