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한 투자사업을 하는 사업가들은 거의 다 문닫았습니다. 99.9% 문닫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89년부터 최근까지 16년간 59차례나 북한을 오가며 대북한 투자사업을 펼쳐 온 재미사업가 김찬구씨가 지난 22일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한국에 있는 분들은 (남으로) 돌아오면 자기 체면이나 회사 이미지 때문에, 큰 회사는 주가와 관련돼 있어 항상 잘 된다고 한다"면서 "나는 적어도 경협을 경험한 사람이 뒤따라 오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는 솔직함을 부르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장을 2년 정도 운영하면 손발이 맞고 제대로 자리가 잡혀가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기쯤에 (북측은) 협상테이블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임금과 임가공료 인상을 고집한다"면서 "그 요구가 수용이 안되고 국제경쟁력도 없어지니까 결국 공장문을 닫게 되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또한 "말이 통하고 같은 동족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우리의 생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경험해 보니 참 잘못된 생각이었다"면서 "이념 자체도 틀리고 교육받은 것이 틀리고, 그 나라의 경제정책이 틀리니까 자꾸 문제가 생기더라"라고 말했다.

'김일성 주석 시대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의 사업 여건'에 대해 "김일성 시대가 훨씬 부드럽고 말이 잘 통하고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정일 시대는 과민할 정도로 체제 이념의 보호를 위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느낌에 대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공장이 들어가서 제품 생산을 하고 있지만 폭탄을 항상 안고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고 피력했다.

이어 "남측에서는 싼 임금을 자랑삼아 끊임없이 임금이 싸다고 외치고 있지만 북측 사람들은 왜 임금을 남쪽의 20분의 1밖에 주지 않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오해를 안고 있으며 그것이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씨는 남북경협 성공요건에 대해 "남한측의 사업 계획을 북은 무조건 수용하고 따라줘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시장원리를 배우게 되는 것"이라며 "북측이 계획을 지켜주고 개성공단 구역을 완전개방해 사업주들이 24시간 자유롭게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경분리 원칙을 완전히 약속한 상태에서 사업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늘 불안한 분위기에서 사업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업) 수명이 짧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북한에서 선박수리업, 골뱅이 사업, 신발공장 등을 해 온 김씨는 최근 '아, 평양아...'(비봉출판사刊.469쪽)라는 제목의 북한 체험기를 펴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