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향해 가기 위하여 김포공항에 갔더니 벌써 제주행 비행기표가 매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하여 제주행 비행기표가 없는 사람은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의 표라도 구하기 위하여 한쪽에 줄을 서서 대기하였다.

제주도를 가기 위하여 나선 것은 바로 '제주 4.3항쟁 57주년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갑자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나선 것인데 제주 유채꽃을 즐기려는 관광객과 주말에 제주도에서 휴일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몰려 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을 나는 공항에 와서야 들었다.

단체 관광객들로 붐비는 공항에서 바라보니 우리 민족은 너무나 역사에 대하여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민 전체 인구를 거의 다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역사의 비극을 이렇게 빨리 잊을 수 있을까?

제대로 진상 규명, 배상도 되지 않은 미완의 역사 제주 4.3항쟁, 이제 그것을 밝혀내고 역사에 규명하고 살아있는 역사의 사실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 민족은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너무 쉽게 용서한다는 말...

그러나 용서는 죄를 지은 자들이 참회하며 사죄할 때 용서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제주도민에게 그러한 학살과 만행을 자행한 자의 참회가 없는데 어떻게 용서하라는 것인가.

우리 민족의 불행의 근원은 제주도에서 일어난 4.3항쟁에 대하여 알아보면 모두를 알 수 있다. 얼마나 비참하게 제주도민들이 죽어갔는지, 마치 미군에 의한 남북의 냉전 이데올로기 조장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군정에 의한 폭압과 친미정부 수립을 위한 간첩 조작 사건의 돌이길 수 없는 광풍 속에서 화산도라 불리는 제주도는 외롭게 서 있었던 것이다.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서는 우리 민족사의 비극을 밝혀내지 못하는 반역사적인 국민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명심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일어난 4.3항쟁에 대하여 57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는 정확히 말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분명히 미군이 제주도민을 학살한 사건이라고 말해야 한다. 미국이 바로 제주도민 학살의 원흉이다. 제주도민의 학살자는 미국이다.

▶제주도 조천읍 북촌리의 학살현장인 애기무덤 일대를 돌며 억울하게 숨진 넋을 달래
고 있는 진관스님.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그것은 바로 미군정 기간이기 때문에 확연히 드러난다. 제주도민의 학살자는 바로 미국이며, 미국은 남한 만의 단독 선거를 조작 강행하기 위하여 제주도에서 만행을 일으킨 것이다.

오늘날 후세인 독재와 대량 살상무기 생산 국가라는 거짓 선전으로 이라크를 침략하여 무고한 이라크 민중을 학살하는 미군을 보면 57년 전이나 오늘에도 조금도 반성의 여지도 없고 오히려 더 잔인해졌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뒤로는 대북 적대정책과 경제 고립, 압살 정책을 펴면서 야수가 북한의 인권을 들먹이는 이중성에 우리민족은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단지 이익 만을 가져가기 위하여 이라크를 침략한 양키 군대나 57년 전 이승만 친미 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10만 제주도민을 학살한 양키 군대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민족을 분단하고 민족을 이간질하고 민족을 학살한 양키 군대, 이제는 이 땅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기 위하여 통일을 가로막고 북한의 인권을 들먹이며 저들의 야욕을 숨기고 있다.

우리 민족은 미국의 동북아 패권을 위한 전쟁터가 될 수 없다. 양키 군대는 우리 민족 불행의 근원이다. 양키 군대를 한반도에서 몰아내지 않는다면 제주 4.3항쟁과 같은 양키 군대에 의한 학살 만행은 계속될 것이다.

4.3의 문제는 제주도민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우리 8천만 민족의 문제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제주도민의 죽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하며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에 죄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제주도는 정부에서 평화의 섬으로 발표를 하였는데 진실로 제주도의 평화는 4.3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평화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57년 전에 제주도는 미군정의 사주를 받은 이승만의 피의 거리였다. 그러한 거리가 이승만 12년을 거치고 박정희 18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난 오늘에 와서 정부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였다는 것은 민중들의 힘이 성숙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4.3문제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였다. 57년 전의 학살에 대하여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였다면 그 주범이 누구인가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 그 주범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다.

이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정부가 그 배후 주범을 말하지 않고서는 제주도민에게 사과를 한 것이 아니다.

제주도에 와서 바라다 보이는 한라산, 57년 전에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제주대학 국제관에서 열리고 있는 평화, 인권 토론장에 갔다. 2일째 열리고 있는 토론이다.

자료 만 가지고 나와서 발표자들과 같이 바닷가로 갔다. 파도는 57년 전에 파도 그대로 파도치는 제주 앞바다.

▶북촌리 일대 바닷가.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주도 앞바다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말한다. 57년이 지난 오늘에도 대한민국은 군사작전권이 없기 때문에 미군의 작전권을 제주도에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그러니 이제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만일에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아니라 전쟁연습장이 된다. 아무리 정부가 국민을 속인다 해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전국에 민족 작가들이 모여 제주 4.3을 추도하기 위한 '14회 전국 문학인 대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도 국립박물관에 가보았다. 오래간만에 만난 시인들, 소설가들과 인사를 나누니 참으로 반갑다.

이제 문인들이 나서서 민족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작가들이여! 일어나 저 잔인한 국가에서의 인권 탄압의 문제를 밝혀내자. 국가는 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의 문제를 숨기지 말라.

제주도에 모인 작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제주도 4.3의 문제는 그 주범이 미국이며 이승만이라는 사실이다. 제주도민의 저항은 바로 우리 민족의 저항이다. 그러기 때문에 제주 4.3의 이름은 민중혁명의 이름으로 말해야 한다.

제주의 평화는 바로 그 진상이 규명되는 날 온다.

'제주 4.3 항쟁 57주년 희생자 범도민 위령제'가 열리는 평화 공원에 갔다.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 작가들 그리고 정부에서 총리를 비롯하여 국회의원들, 각 당 대표들 중에는 민주노동당 대표 만 왔다.

실로 정부의 행사가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그 진상을 규명한다는 말 한 마디가 없는 행사다. 여기에는 대통령이 직접 왔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제 작가들이 나서 그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제주 4.3항쟁 범도민 위령제가 끝나고 전국에서 모인 민족의 작가들은 애기무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애기무덤 앞에 말 없이 서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작가들은 무엇을 하였던가? 애기들의 무덤 앞에서 할 말을 잃어버린 작가들이다.

우리에게 이제 무엇을 말 할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애기무덤 터, 아이들을 학교에 나오라고 하고서는 그냥 서있는 아이들에게 무차별 총을 난사했다고 한다.

이제 지난 57년 전 애기들을 죽인 주범을 밝혀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애기무덤의 주범을 밝혀내 애기들의 죽음에 대한 한을 풀어야 한다.

제주도 앞바다의 파도는 그 날에 치던 파도다. 파도여! 그대는 말하라. 우리들 그리고 작가들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파도여 말하라. 아직도 제주 4.3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제주 4.3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주 4.3의 이름은 제주 민중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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