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인하대 초빙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thkwak@hotmail.com)


라이스 국무장관은 조치(上智)대학에서 가진 대(對)아시아 외교정책 연설(3.19)에서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거듭 밝혀왔으며 6자 회담의 다른 참여국과 함께 북한에 다국간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려 한다면 6자 회담에 즉시 복귀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중국은 6자 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중국은 북핵 문제에 관해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설득을 주문했다.

라이스 국무장관 중국의 대북압력 주문하지만

라이스 장관은 중국이 대북카드를 갖고 있다고 믿고 중국이 적극적으로 이 카드를 활용해 북한에 압력을 가해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를 원한다. 그러니 북한이 6자 회담에 언제 복귀할 것인지는 중국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면 중국이 갖고 있는 카드가 무엇이고 이 카드를 사용할 것인지가 북핵 문제을 풀어 가는데 핵심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후 중국은 9일 만에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의 평양방문(2.19-22)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6자 회담 조건부 복귀'의 답변을 얻어 왔으나, 러시아에 알리면서 중국에 전격선언을 알리지 않아 북한의 돌출 행동에 섭섭함을 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박봉주 내각 총리가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3.22-27)하고 중국의 최고지도자들과 6자회담 복귀에 관해 논의했다. 박 총리가 원 총리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3.22-23) 내용이 전면 공개되지 않아 북한에 어떤 압박이 가해졌고 북한쪽에서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아직 알려지고 있지 않다. 후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고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해결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고 원 총리도 "6자회담이 계속돼야 한다"는 기존입장만 밝혀졌다.

이에 대해 박봉주 총리는 "6자회담을 반대하지 않으며 회담을 포기한 적도 없다"면서 "회담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든지 회담에 참가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총리의 중국방문은 중국의 국제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6자 회담 재개에 대한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이 갖고 있는 대북 카드 쓸까?

그러면 중국이 갖고 있는 대북 카드(leverage)란 무엇인가? 중국은 북한에 대해 매년 석유와 식량 등 상당 액수의 무상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북-중 무역액이 작년 14억 달러에 육박, 북-중은 작년 무역액이 전년대비 35.4% 급증하였고, 북한 전체 무역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 자료에 따르면 무역통계상 2004년 대북 무상원조 규모는 1천458만2천 달러로 북-중 교역 액의 1% 수준이며 8억 달러에 근접한 중국의 대북 수출액 가운데 1.8%에 해당한다. 이전 무역통계상 무상지원액은 2000년 2천756만4천 달러, 2001년 6천912만9천 달러, 2002년 1천596만8천 달러, 2003년 1천88만9천 달러이다. 그러나 중국경제전문가에 의하면 작년에 공개되지 않은 무상원조 규모를 모두 합하면 전부 약 2억불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 총리는 이번 방중기간 6자회담 재개와 관련, 중국으로부터 무상원조 증액과 북-중 경제협력의 실리를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행태로 보면 중국 지도부가 방북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후에는 중국이 대북 무상원조가 급증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만 봐도 리창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9월 방북 때 박봉주 내각총리에게, 10월에는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중국에 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각각 무상원조 결정을 통보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은 매년 60% 이상 경제적 지원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두 가지 옵션중 어떤 것을?

중국에게는 북한을 6자 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두 가지 옵션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경제지원을 증가하여 회담복귀를 유도하는 것과 다른 선택은 중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경제적 제재수단을 이용하여 북한을 압박할 수가 있다. 2003년 봄에 중국이 북한에 보내는 석유를 차단한 적이 있다. 이런 경제적 압박수단을 통해 북한을 미-중-북 3자 회담(2003.4)에 유인한 실례가 있다.

그러나 중국이 '반 국가분열법'과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로 인해 미.일과 대립 등 현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미국이 주문하는 수준에서 북한을 압박할 것인지는 향후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현재로선 미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이러한 경제적 압박카드를 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대북압력 미온적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계속 거부할 경우 대북 압력을 강화할 것임을 관계국에 통보했다고 보도되었다. 압력강화방안으로는 대북 경제제재를 염두에 둔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대량파괴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대량파괴무기 감시 및 단속강화 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대북 압박정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지만 한반도 안정이 정책목표이므로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이 북핵 문제를 만약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해도 북한과 중-러 우호관계가 유지되는 이상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라이스 장관이 고려중인 다른 대안은 별로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미국의 선택이 무엇인가? 한-중이 미국에 주문한 바와 같이 대북 유연성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즉 미국이 대북 인센티브와 양보를 통해 타협하는 길이 최선의 방도인 것 같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해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은 미국에 대해 더 유연하고 창조적인 접근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대신 중국에 대해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도록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의 대북 압력은 미온적이었다. 향후 미국의 대북 압력정책이 성공하려면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수조건이다. 한.중.미의 공조가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한.중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가져 줄 것을 주문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미국은 대타협 제시해야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것과 6자회담 틀내 에서 미-북 양자회담을 갖고 북한의 모든 관심사항을 협상할 수 있다고 표명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북한은 이를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점증적인 변화는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고 6자 회담의 틀내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보자는 미국의 의지와 다소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북한은 이를 외면하거나 6자 회담 복귀를 이 이상 더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북한은 하루속히 6자 회담에 복귀하여 북-미 양자 협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 기회가 북한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면 미-북간의 양보와 타협하는 길만이 북핵 문제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미국이 과감하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로드 맵을 제시하여 북한과 대타협해야 한다. 미국이 핵 보유국인 북한과 양보와 타협하겠다는 진지한 자세와 정치적 의지가 없다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 회담프로세스는 실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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