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인하대초빙교수/남북평화사업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thkwak@hotmail.com)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연설(2.25)에서 북한의 2.10 선언과 관련,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으나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서 일관성 있게 북 핵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김정일 위원장이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2.21)한 자리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원칙 불변의 북한입장을 재강조함에 따라 아직도 북.미간 타협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면 노 정부는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자청해 왔지만, 현 상황에서 북한을 6자 회담에 참가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지 그리고 북한이 설사 차기 6자 회담에 참가한다 해도 미국을 설득해서 북.미간의 양보와 타협을 얻어 낼 수 있는 묘책이 없다면 4차 6자 회담이 열린다 해도 북미간의 이견을 좁혀 현안 문제를 타결 못 하면 6자 회담의 무용론이 대두될 것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외교당국자들에게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당한 말이다. 이제 노 정부가 북한과 미국에 대해 6자 회담에 관련하여 “할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노 정부는 그 동안 표류 중인 6자 회담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북 핵 해법의 로드맵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북 핵 해법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반기문 외무장관은 기자회견(2.16)을 통해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이 어떠한 사전 조건 없이 대화에 무조건 복귀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은 6자 회담 대화의 틀 내에서 서로 이견을 조정해 나갈 수 있다"며 "회담에 참석하지 않고 여러 가지 조건을 낸다든가 이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 전략적 계산을 할 것이다. 무조건 북한이 6자 회담장으로 나오면 북한이 얻는 것이 무엇인지? 북한이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고 확신하면 아예 6자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지만 반 장관의 “무조건 복귀” 입장이 북측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미간 핵심쟁점 타결되나

북한이 3차 6자 회담(2003.6)에서 해결하지 못한 현안문제를 차기회담에서 타결하고 적어도 3가지 핵심 쟁점인 핵 폐기의 범위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방식, 고농축우라늄 (HEU) 핵 프로그램 검증방법과 관련하여 미국의 양보를 원한다.

따라서 차기 6자 회담에서 북미간의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북한은 핵 폐기의 첫 단계 조치인 핵 동결의 범위, 동결기간, 검증방법과 상응조치(보상)에 대한 포괄적 타결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북미 양측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북미간 협상 과정에서는 진통이 예상된다.

한미 정상회담(11.20)에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한 이후 한국정부는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창조적 방안을 준비했을 것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북미간 양측을 설득하면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다변외교를 전개하여 해법을 모색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위한 필자의 구상

먼저 노 정부는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을 잘 조정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북미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3가지 핵심쟁점의 해법을 조속히 마련하여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을 6자 회담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핵심쟁점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알려지고 있지 않다. 아직도 구체적 해법이 없다면 물론 해법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과연 한국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차기 6자 회담을 위한 핵심 쟁점의 타협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필자의 구상을 여기에 간단히 제시한다.

첫째로, 미국의 포괄적 다단계 안 가운데 1단계에서 북한이 핵 폐기를 전제로 핵 동결을 준비하는 기간을 미국측이 3개월 기간을 제시했으나 이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기간을 6개월-1년 연장하는 수정안과 북한이 요구하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조치시기와 관련된 쟁점의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은 핵 동결을 위한 준비기간을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서 신축성을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북한의 핵 폐기를 전재로 기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되어야 한다.

둘째로, 북 핵 동결의 대상과 범위와 검증, 그리고 ‘핵 동결 대(對) 상응(보상) 조치’ 등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간의 이견은 ‘핵 동결 대 상응조치’의 핵심인 대북 에너지 지원에 관한 것이다. 당초 부시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보상은 불가가 기본 입장이었다. 그러나 3차 6자 회담을 계기로 북 핵 폐기를 위한 초기 준비기간에 한.중.러.일이 지원하는 것에 미국이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의 타협안은 미국도 상징적으로 간접적인 에너지지원이라도 동참하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 동결과 동시에 상응조치로 그 동안 KEDO가 중단한 대북 중유 재공급과 잠정적 다자 안전보장 제공 등을 긍정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셋째로, 북미간의 핵심 쟁점인 HEU(고농축우라늄)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양측이 이견이 없다. 북한이 스스로 HEU 핵 프로그램을 시인하고 이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HEU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북한을 시인하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북한 스스로가 이 문제에 관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북, HEU 없다면 향후 포기공개 선언이 바람직

북한이 차기회담에서 HEU 핵무기개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이 지금까지 HEU 프로그램은 아예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단기적으로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신뢰구축을 위해, 북한이 HEU 핵 프로그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 HEU 핵 개발계획을 갖지 아니하고, 포기한다는 공개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가 이것을 북한에게 설득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북한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바라고 있다. 국제 사회가 향후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한국의 핵 물질 실험을 허용한다면 북한에게도 핵의 평화적 이용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HEU 문제 해결의 새로운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가 남북이 공동으로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핵 에너지 공동개발을 이미 제안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해법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북한이 NPT에 복귀하고 IAEA의 사찰을 통해 HEU계획의 포기선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끝으로, 3차에 걸친 6자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간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북미간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향후 4차 6자 회담이 재개되어도 북미간의 양보와 타협이 없다면 핵심 쟁점들을 일괄 타결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민족의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임을 명심하고 정부는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구체적 로드맵을 갖고 북.미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다. 북.미 양측의 양보와 타협을 얻어 내지 못하면 정부의 주도적 역할은 실패할 것이고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론을 통일하고 여야 모두가 초당적으로 현명한 대응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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