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인하대초빙교수/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thkwak@hotmail.com)


부시 대통령은 2기 행정부의 출범 취임연설(1.20)에 이어 의회에서 2005년 국정연설(2.2)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의외로 짧게 언급했다. 즉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포기시키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특히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국가로 지칭하였으나, 북한은 제외되었다.

미국은 북한을 6자 회담으로 유인하여 외교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로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이 외교의 중요성과 국제협력을 강조한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는 지난 4년 동안의 미국의 일방주의가 낳은 실책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앞으로는 일방주의의 톤을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북 핵 문제를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 중국이 북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더 적극적 역할을 당부하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국정연설 이후 지난 8개월 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활발히 움직임이 진행 중에 있었고 4차 6자 회담이 3월중으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외무성 성명(2.10)을 통해 무기한 6자 회담의 참가중단과 핵 무기의 보유를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6자 회담의 장래가 더욱더 불투명하게 되었다.

북한의 6자 회담 참가 중단 이유

외무성 성명은 6자 회담의 참가국들은 물론 국제사회를 당혹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한국, 중국과 미국은 외무성 성명의 의도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북한의 핵 문제를 타결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다.

우선 외무성 성명에 나타난 북한의 6자 회담의 불참과 핵무기 보유 이유를 바르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석할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과 북한을 '폭압정권'으로 지칭하여 미국이 회담상대로 북한을 ‘무시’했다고 인식하고 차기 6자 회담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핵 국가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핵 보유를 선언한 것으로 추정한다.

둘째, 일본이 납치문제를 계속 제기하여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과 동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 이상 더 납치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말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 조건은 평소 북한당국이 주장했던 것으로 향후 충분히 협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게 된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핵 위협과 대북 적대정책에 직면하여 체제생존의 방어를 위해 자위 차원에서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핵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이런 최종절차는 향후 6자 회담의 결실과 연계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협상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불변함을 재확인하면서 6자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면 참가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6자 회담 프로세스 지속되어야

향후 6자 회담이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는 3차례 6자 회담에서 미타결로 남아있는 핵심쟁점에 관한 북.미간의 양보와 타협을 통한 쟁점의 합의가 선결조건이 될 것이다.

북.미 양측은 3개 핵심 쟁점인 핵 폐기의 범위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방식,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 검증방법과 관련하여 크게 이견을 노정하였다. 북.미간 3개 쟁점에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6자 회담 프로세스는 끝장이다.

따라서 차기 6자 회담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첫 단계 조치인 핵 동결의 범위, 동결기간, 검증방법과 상응조치(보상)에 대한 집중적인 합의가 이루진다는 확신을 가질 때 6자 회담에 참석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6자 회담에서 북 핵 문제를 타결하여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6자 회담 참가 중단, 핵무기 보유선언을 통하여 미국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지켜본 후 후속조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여 북한의 요구를 받아내겠다는 북한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미국과 6자 참가국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만약 미국을 포함하는 다른 6자 참가국이 강제적 수단의 강경조치를 선택한다면 6자 회담에서 북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외교 협상은 실패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유연성과 중국과 한국의 주도적, 적극적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북한당국은 핵무기를 갖고 포커게임을 벌리는 것은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도박인지를 재고해보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져 죽을 수 있음을 반추하고 조속히 6자 회담장으로 복귀하기를 촉구한다.

끝으로 북미간의 양보와 타협이 없다면 핵심 쟁점들을 일괄 타결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 한국, 중국정부는 북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차가운 머리로 현명하게 대처하여 한반도 핵 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적극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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