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인하대 초빙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thkwak@hotmail.com)


부시2기 행정부가 1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세계의 폭정 종식과 민주주의 신장이 미국의 정책임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세계적 자유 확산이 미국의 안보와 직결돼 있으며 "미국을 보호하고 이상을 전진시키는 것이 이 시대의 소명"이라고 밝힘으로써 윌슨 대통령의 이상주의가 회생한 것이다.

비현실적인 부시주의(Bush doctrine)를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라이스 국무장관이 그의 인준청문회(1.18)에서 '폭정의 전초기지들' 가운데 북한을 지칭하였고, 부시의 자유확산 정책에 북한이 포함됐음을 알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이 이라크전쟁과 관련된 어떤 결정은 과오도 있음을 솔직히 인정한 것은 향후 대북정책 결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오콘 영향력 축소될 것

부시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새 외교안보팀이 구성되었다. 새 안보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자못 크다. 부시 대통령을 정점으로, 라이스 국무장관, 졸릭 국무부 부장관, 주한미대사를 역임한 힐 동아태 차관보,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그린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빅터 차 한반도담당 국장으로 구성되었다. 부시1기 때 대북정책 고비마다 개입, 방향을 결정한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2기 때에도 큰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특히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이 문제다.

새 외교안보팀의 성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부시2기 행정부내에서 대북강경론자의 입지가 좁아진 것을 가장 긍정적인 요소로 꼽을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끈 국무부 부장관에 ‘네오콘’이 강하게 민 존 볼턴 차관 대신 국제주의자인 졸릭 무역대표부 대표가 임명됐으며 볼턴은 아예 사임한 것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네오콘이 아니며 국무부장관 졸릭을 포함한 새 외교 안보팀은 모두 실용주의, 현실주의자들이다.

볼턴 차관의 퇴진은 라이스 국무장관이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들과 국무부 내의 연결고리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향후 6자회담 미측 대표단 내에서 대북 강경론자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이 향후 어떤 대북정책 방향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 2기의 대북정책은 1기보다 덜 강경하고 유연성 있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현재 국내외적 도전과 과제를 현명하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 사회보장 제도 개혁을 둘러싼 국론 양분, 무역.재정 적자와 이라크 전비 출혈로 인한 자금부족과 이라크 전후 처리문제에 대한 미 국민의 비판과 국내외 압력에 못 이겨 다른 지역에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에 대북무력사용은 비현실적인 정책선택으로 등장한다.

이미 부시 행정부는 현실적으로 군사, 외교, 정치, 경제적 한계에 도달하였고, 더욱이 최근여론조사에서 미국국민의 다수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후처리를 지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네오콘의 향후 영향력은 축소될 것이다. 그리고 의회와 공화당내에서도 이라크 전쟁과, 중동지역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킨다는 목표에 반대하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부시2기 행정부가 이 한계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향후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대북정책에 변화 보여

이러한 국내외 요소에 비쳐 볼 때 이미 부시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정권 교체(regime change)가 아닌 '체제 변형 (transformation)'을 강조한 점, 그가 체제 변형 문제를 처음 공개 천명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를 약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중유를 공급하는 타협안을 검토 중이라고 교도통신(1.17)이 보도했다.

만약 미국이 KEDO를 이용한 대북 ‘간접 지원’에 참가하면, 북한이 핵 포기를 행동에 옮기기 전에는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직접 참가’하는 형식으로 북한의 요구에 응하는 모양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양보안이 될 수 있어 미국의 대북정책의 큰 방향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강경 정책을 고수한다면 6자회담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지난 2년간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북핵 문제를 풀지 못했다. 그래서 2기 부시 행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혼합하면서 대북 협상정책을 추진할 것을 바란다. 만약 부시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을 수정한다면 북한의 양보와 타협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부시 2기행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에 따라 북한이 북핵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미간 양보와 타협 없이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 수 없음을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난 2년반 동안 우리가 배운 값진 역사적 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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