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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평화정착론` - 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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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4.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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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욱 (연합뉴스 기자)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에 동조하는 일부 `전문가`들이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주장하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1차 회담 성과를 `넘어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3월 22-23일 경남대 극동연구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몇몇 국내외 전문가들이 6.15선언에서 누락된 의제가 바로 이것이라며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2차 회담의 과제인 양 주장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요구하는 것은 6.15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이는 6.15남북공동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2차 정상회담이 1차 회담의 역사적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평화통일의 과정을 심화하는 회담이 아니라, 1차 회담과 별개인 회담으로 끌고 가겠다는 미국( 및 미국에 동조하는 국내 친미반북세력)의 이해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평양회담 직후 6.15선언의 통일지향성에 놀란 미국과 야당 등 친미보수세력이 6.15선언을 평가절하하고 이에 흠집을 내기 위해 내세웠던 명제가 바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누락`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2차 회담을 앞두고 이 논리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배경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을 `허락` 내지는 `용인`했으면서도 남북평화통일의 길을 명시한 6.15선언이 발표되자 놀라 당황했던 미국으로서는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6.15선언을 구체화하는 또 하나의 평화통일선언이 발표되고 남북공조체제가 강화될 여지를 어떻게든 봉쇄하려 할 것이다.

또 남북대화가 평화통일로 이어지는 것은 한반도 대결구도 자체가 사라짐으로써 무기 판매 시장이 없어짐을 의미한다고 볼 때, 미국은 군산복합체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남북대화가 통일이 아닌 분단관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간섭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바로 그런 분단관리전략을 교묘히 관철시키기 위한 논리가 바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이다.

6.15선언이 천명한 `자주`의 원리와도 통하는 듯하고 한반도의 불완전한 준(準)전시상황에 비춰봐도 자못 그럴듯한 이들 논리가 왜 남북통일을 방해하는 분단논리인가? 평화정착은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이자 전제조건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의 차이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은 같거나 유사해 보이지만 외세에 의한 분단이 고착돼 가는 한반도 현실에서는 `전쟁`과 `평화` 만큼이나 현격한 차이가 있다.

남북한 긴장완화 또는 평화정착론은 남북 평화협정 체결 주장과 동전의 양면으로서 미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일관되게 견지해 온 `두 개 한국 정책`(Two Koreas Policy), 즉 분단관리전략의 변태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진정한 의미의 `남북당사자 원칙` 또는 `자주의 원칙`이란 무엇이고 왜곡된 `당사자 논리` 또는 `자주의 논리`란 어떤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분단된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분단이라는 객관적 실체의 본질을 명확히 알고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통일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의미의 당사자론 또는 자주의 원칙이다.

6.25전쟁이 휴전협정으로 불완전하게 마무리됨으로써 전쟁의 당사자였던 북한과 미국(또는 한-미)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한미관계는 미국이 남한의 군사권을 넘겨받아 한-미 연합사령부를 정점으로 남한군을 수직명령체계 아래 두고 있다는 것이 한반도 긴장의 객관적 실상이다.

이 상태에서 국제법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무력 대치 구조를 해소하는 길은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동시에 한-미가 북-미 평화공존 상태에 맞게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올바른 문제 해결책이다. 남한을 하위 명령체계 아래 두고 있는 미국이 우선 북한과의 대결 구도를 해소하는 것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의 첫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이 `3자 2단계 합의`가 한반도 군사대치 상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사실은 북한과 미국이 지난해 10월12일 북-미 공동코뮤니케에서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을 합의한 사실이 뒷받침한다.

만일 미국의 남북당사자 논리 그대로 남한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무력대치상태를 해소하려면 미국으로부터 모든 군사지휘권을 넘겨받거나 아니면 미국의 수직명령체계를 정면으로 거슬러 독자적으로 북한과의 합의를 통해 군축에 나서야 한다.(북-미가 평화공존을 위한 협상을 벌이던 상황에서 남측이 북측을 주적이라고 명시한 것도 한-미 군사명령체계를 거스르는 일이었다. - 김남식 통일뉴스 고문)

`내가 당사자이므로 내가 협정도 체결하고 선언도 해야 한다`는 논리는 한-미간 군사명령체계를 둘러싸고 남한이 미국과 일전을 불사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성립될 수 없는 거짓 논리로서 문제 해결을 회피하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수십년간 북한과의 대화 회피 수단으로, 한반도 냉전체제 유지를 통한 분단상태 유지(status quo)를 목적으로 `남북당사자론`을 주장해 왔고 남한의 역대 군사정권들 역시 이 논리에 안주해 정권안보를 보장받아 왔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곧 미군이 쥐고 있음을 안다면 이 열쇠를 넘겨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마땅히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협상에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한반도의 책임있는 당사자로서 할 일인 것이다.

실제로 93년 6월11일 북-미 공동성명과 94년 10월21일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등 미국이 북한과 한 약속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남북평화통일과 동북아평화는 이미 달성되고도 남았다. 작년 10월12일 북-미 공동코뮤니케의 핵심은 바로 93년과 94년 합의 이행에 대한 미국의 다짐이었다. 새로 들어선 부시는 이 합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고 있다는 사실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최대 장애 요인은 바로 북한과 약속을 해 놓고 뒤로 딴전을 피우는 미국의 호전적이고 비타협적인 태도임이 분명해진다.

남측의 역대 반통일정권들은 미국의 거짓 논리에 놀아나 단 한 번도 한반도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요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통미봉남`(通美封南:남측을 따돌리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적화통일을 획책한다는 말)이라는 말을 만들어냄으로써 미국의 거짓 논리를 정당화하면서 스스로 미국의 반북반통일전선에 앞장섰다.(이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노재봉 전 총리로 알려져 있다. 노 전 총리는 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에 합류하기 전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민족주의론을 강의했다. 마키아벨리즘과 미국식 리얼리즘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그의 민족주의론은 강대국 중심의 세계 지배질서를 합리화하면서 혈연과 지연 등 민족 구성의 원초적 욕구를 배제한 채 `국가이성`(raison d`etar) 즉, 권력에 의한 `민족국가(nation-state) 만들기(형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분단을 합리화하기 위한 사이비 민족주의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이 북측과 대화에 나선 것은 88년 북경 차관급회담이 처음이었으며 이전까지는 북측의 줄기찬 대화 제의를 아예 묵살해왔다.(88년 첫 북-미 대화 시점은 북한이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이 급진전된 시점과 일치한다.-한호석 통일학연구소장 논문. www.onekorea.org)

남북당사자론 또는 남북평화협정체결론은 남북평화통일을 가로막기 위해 치밀하고 교활한 수사로 위장된 반평화 반통일 논리라는 사실은, 평화정착 논리가 `북한 남침야욕`-`한미 안보협력 강화`를 양대 기조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분명해진다.

`평화 우선론`, `북한 남침 위협론`, `한-미공조론`의 허구

또 `평화정착론`이 분단고착화를 위한 친미분단논리라는 사실은 이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의 친미반북 성향이나 평화정착론의 실체를 구성하는 `평화 우선론` `북한 남침 위협론` `한-미 공조론`의 허구를 잘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첫째, `평화우선론`의 허구. 평화우선론이란 통일은 먼 훗날의 일이며 우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군사분계선 양쪽에 200만의 군대가 대치하는 한반도 분단구조상 평화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예비단계나 전제일 수 없다. 북한군과 한-미 연합군 사이의 무력대치구도가 완전히 종식돼야만 진정한 평화가 이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미군이 철수하거나 철수를 전제로 중립화된 상태에서 남북이 또는 북한과 한-미가 서로에 대한 대결상태를 완전히 청산하고 가칭 `남북통합방위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상태에 도달해야 하며 이는 남북이 연합제(또는 연방제) 통일의 단계에 들어서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즉 "긴장을 완화시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성을 지니려면 긴장이 없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긴장을 완화시킨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며 긴장상태를 완전히 없애자는 지향성을 결여한 긴장완화론 또는 평화정착론은 남북통일과 한반도평화 구현을 막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선평화 후통일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평화정착 논리는 명백히 미국의 분단관리전략에 편승한 반북대결론이다.

둘째, `북한 위협론`의 허구.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논리가 타당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마땅히 긴장의 원인인 병력감축과 군비축소를 앞세워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남한의 친미세력이 주장하는 긴장완화는 `북한위협 감소`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한-미 군사훈련이나 미제무기 도입 등에 대한 북한의 불만에 대해서는 귀를 막는다.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상호군축이 아닌 일방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주장은 대화를 통한 긴장완화에 이르기는커녕 대화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남북국방장관회담이 경의선 건설 공사를 위한 `공병대회담`이나 `작업반장회담` 수준을 맴돌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남측이 정정당당히 미국에 맞서면서 `남북군축`을 주장할 수 있는 날 국방장관회담은 명실상부한 군사회담으로 승격될 수 있다.

셋째, 한-미 공조론의 허구. 남북당사자론의 허구성을 여실히 증명하는 반통일 논리의 핵심이면서도 한반도 분단구조가 남-북-미 3자간의 2중적 대치구조임을 반증한다. 미국과 손잡고 북한에 대항하면서(또는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는 것은 한 문장의 앞 뒤 말조차 맞지 않는 허구이다. 한 손으로는 싸우고 한 손으로는 악수하겠다는 말과 같은 언어도단이다.

결국, `남북 평화협정 체결`이나 `남북한 평화정착론`은 남북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킨다기보다는 남북대화를 미국의 분단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축소함으로써 남북대화가 자주적인 평화통일이 아닌 외세가 관리하는 분단 고착화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술수에 가깝다.

작년 9월말 제주도에서 열린 첫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경의선 연결을 위한 군사실무회담에 합의하고 이어 북한과 미국이 여러 차례 격론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11월 18일 미국이 경의선 철도 연결지역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남한에 넘겨주기로 북한에 약속한 것은 한반도 긴장완화의 해법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보여줬다.

남북이 경의선 연결을 통해 `통일`에 한 걸음 더 다가섰고 6.25전쟁이래 처음으로 남한은 미국으로부터 판문점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넘겨받았으며 남북 군인들은 무장을 해제한 채 철도 연결을 위한 `평화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과 관련해 중대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2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그 결과를 낙관해도 좋을 듯

앞으로도, 우리 정부가 미국의 한반도전략에 편승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남북군축에 나서지 못하는 한, 또는 미국이 군사작전권을 우리 정부에 넘겨주고 분단관리전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은 바로 이 선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한에서 평화정착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는, 물론 새로 출범한 미국 부시 정부의 반북대결자세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남북기본합의서 불가침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을 기화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간섭이 이미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작년 1차 회담 역시 이와 같은 북-미 대결 구도 속에서 남한이 미국의 간섭을 받는 가운데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획기적인 것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2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그 결과를 낙관해도 좋을 듯하다.

문제는 역시 미국이 얼마나 빨리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느냐에 달려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북한은 클린턴 정부를 협상테이블에 끌어 앉히기 위해 그랬듯이 또 한 차례 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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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김병권 () 2001-04-04 12:00:00
평화우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허와 내심이 무언지 단박에 증명해 주시는군요....

남북관계는 참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거나 위장되어 진실이 호도되기 십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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