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통일뉴스 논설위원)


분단 60년, 6.15남북공동선언 5돌이 되는 2005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6.15공동선언의 이행과 실천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한 해 동안도 민족화해와 자주적 통일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었습니다.

5년전 6.15공동선언으로 새로운 시대 열어

되돌아보면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5년 동안 민족구성원 모두의 민족화해적 정서와 자주의식이 크게 고양되었고, 그로 말미암은 분단체제의 균열현상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6.15공동선언은 나라의 무한분열과 동족간의 적대적 대립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던 수구냉전체제의 몰락을 가져왔고, 우리 민족끼리 화해하고 단합하여 민족의 미래를 자주적으로 개척해갈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분명하게 열어 놓았습니다.

그리하여 지난해 상반기 동안에는 장관급 회담(2회), 군사회담(7회), 경제회담(13회), 적십자회담(3회) 등 25차례의 분야별 남북당국간 회담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분단 후 처음으로 서해상에서의 남북 함정간 무선교신이 이루어졌고,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쌍방간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시설물들이 단계적으로 제거되었으며, 평안북도 룡천역 폭발사고 돕기에는 민ㆍ관 구분 없이 동참하여 동포애를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의선ㆍ동해선 도로ㆍ철도연결사업이 남북합의대로 진척되어 금강산 육로관광도 시작되었고, 개성공단 건설 합의 이후 4년여 만인 지난 12월에는 개성공단 시범단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6시간 만에 서울의 백화점에서 전시 판매되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두 차례의 이산가족 만남, 올림픽대회 공동입장, 학술, 종교, 지역간 교류 등 각종 형태의 민족화해적 남북교류들이 빈번했었습니다.

그리고 애국적 통일운동 진영은 지난 해 반통일 정책과 반통일 세력에 대한 규탄, 주한미군 철수 요구와 반미투쟁, 반통일 악법 및 규제의 제거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연초 ‘이라크파병저지 반미애국 단식농성단’이 사생결단의 비상한 각오로 장장 65일간의 파병반대 노상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미군기지 반대, 미군철수 등 일상적으로 반미운동이 계속되었습니다.

또한 하반기에 이르러서는 국가보안법의 완전 철폐운동에 집중하여 왔고, 연말에는 1천여 명에 이르는 인원이 단식단에 합류하여 강추위 속 맨땅에 앉아 목숨을 내건 무기한 단식농성 투쟁으로 한 해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 6.15공동선언 이행에 입각한 남북공동행사로는 ‘5.1절 남북노동자 대회’ ‘남북농민통일대회’ ‘남북교육자 통일대회’가 평양과 금강산에서 진행되었고, 인천에서 열린 6.15우리민족대회에서는 ‘민족대단합선언’을 통해 “내년은 6.15공동선언 발표 5돌이 되는 해이며 조국광복 60돌, 민족분열 60년이 되는 해이다. 남과 북, 해외 온 겨레가 단합하고 또 단합하여 뜻 깊은 내년을 조국통일의 원년으로 만들자”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하순 금강산에서의 남북해외 실무접촉에서는 새해를 ‘자주통일 원년’으로 제시하고 6.15공동선언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을 포괄하는 방향에서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준비위>를 구성키로 결의함에 따라 민족공조 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가 확실하게 마련된 셈입니다.

민족화해 분위기에 제동을 건 수구.반통일 세력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의 잔재 및 냉전의식을 강고하게 고수하는 수구세력들은 집요하게 민족화해적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수구기득권 세력들은 냉전적 분단체제에서만 생존을 영위해 갈 수 있는 반통일 세력들로서 대중들의 반공반북의식에 편승하여 온갖 특혜와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급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6.15민족화해시대에 걸맞지 않게 법원에서는 한국청년단체협의회를 이적단체로 판결했고, 국가보안법의 찬양ㆍ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들 세력은 그들의 이기적 특혜를 지속시키고자 이른바 ‘대체입법’이니 ‘형법 보완’이니 하면서 국가보안법을 존치시키려 국회를 공전시키는 등 도처에서 냉전의식과 그 잔재들이 여러 형태의 폭력적 횡포로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반공반북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 세력에 의한 ‘조문불허’로 말미암아 남북관계는 경직되었고, 그 결과는 연례적으로 남과 북, 해외가 공동으로 진행해오던 8.15민족통일행사조차 무산되어야 했고, 그 이후 당국 간의 모든 대화는 중단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반통일적 행태는 외세에 의해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제네바 합의 및 북미간 합의들의 이행을 외면하여 북미관계를 냉전시대로 다시 회귀시키고, 이른바 ‘북핵 의혹’을 빌미로 대북 적대정책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켜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철도ㆍ도로연결 및 개성공단 등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유엔사를 앞세워 건설과정을 지연ㆍ방해했었고, 개성공단 건설에는 전략물자 반입규정을 이유로 생산품 수출을 통제하기도 하였으며, 불법대북송금 의혹 및 금강산 관광사업비용의 군사적 전용의혹을 제기하여 이를 구실로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교류협력, 대북지원사업 전반에 대해 제동을 걸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북 선제공격을 상정한 작전계획을 구축하고, 주한미군 재배치에 의한 한반도 지배의 토대를 확보한 미국은 북의 정권붕괴를 도모하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함으로써 우리 민족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북핵문제를 매개로한 미국의 이 같은 대북 적대시정책은 부시의 재선에 따라 앞으로도 더욱 지속되어질 전망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한미간 용산기지 이전협상 타결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주한미군을 동북아지역군으로 재편하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형국이어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을 위협하는 6.15공동선언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은 역동적인 정세가 조성될 것

우리의 현실은 이처럼 민족화해와 자주통일적 정서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저돌적으로 자행되고 있고, 무소불위하고 위협적으로 도전해오는 외세가 상시적으로 준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외세 및 외세의존세력의 청산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반대 규탄하는 애국적 변혁진영의 굳센 결의들을 감안할 때 6.15공동선언 5돌이 되는 2005년은 역동적인 정세가 조성될 것으로 예견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엄중한 정세를 감안할 때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그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먼저 6.15공동선언을 지지 성원하고 그 이행 실천에 동참하는 모든 개인과 집단, 각계각층의 광범한 대중들을 결집해 내야 합니다. 그래서 6.15공동선언 지지세력의 그 결집된 힘으로 수구세력들의 온갖 반통일적 책동들을 저지하고, 반북대결적 소동을 분쇄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의 우리에 대한 내정간섭을 막아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자주통일의 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외세나 세력을 단호히 배척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교류에 있어서 의례적인 교류의 활성화가 아니라 6.15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하여 민족공조의 일상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여기서 민족공조는 단순히 남과 북이 어떤 행사를 공동으로 주관하고 진행하는 것만이 아니라 민족 화해, 민족의 이익을 도모하고 민족의 자주통일을 향한 도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들에 대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단합하고 대처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모든 남북대화와 교류를 관성적 접촉의 반복이 아니라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가야 합니다. 예컨대 이산가족 만남의 경우, 선택된 인원만의 규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일시적으로 만나 잠시 회포를 푼 뒤 또 다시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하는 비극적 일회성 접촉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만나야할 가족은 누구든 아무런 제한 없이 만나는 것은 물론 남과 북의 원하는 지역에서의 거주권 인정 등으로 발전시켜가야 합니다. 여타의 남북대화와 교류들도 그런 형태로 발전해 간다면 실정법으로서의 국가보안법도, 수구적 냉전의식도, 부당하게 간섭하는 외세도 더 이상 잔존할 명분을 잃게 될 것입니다.

6.15공동선언 이행은 분단시대 최고의 가치

민족화해와 자주적 통일을 갈망하는 민족구성원 여러분!

6.15공동선언을 성실하게 이행 실천하는 데에 민족화해의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민족공조의 길이 있습니다. 또한 새해를 ‘자주통일의 원년’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6.15공동선언의 이행과 실천은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일제에 의한 식민지치하에서 민족독립운동이 당시 민족구성원으로서의 숭고한 당위적 임무였던 것과 비교됩니다.

따라서 외세에 의한 분단체제하에서의 민족자주통일운동은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민족구성원으로서 외면해서도 안되고, 외면할 수도 없는 막중한 책무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오늘의 현실에서 그 같은 책무에 충실할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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