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환(통일뉴스 대표)


헌법재판소(헌재)가 지난 21일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함으로서 참여정부의 국책사업인 행정수도 이전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헌재의 위헌결정 이유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것이 ‘관습헌법’이므로 개헌을 하지 않고 수도를 옮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갖고 추진하던 수도이전 사업을 전면 중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나의 민족’은 순도 100%의 ‘관습헌법’

많은 법 전문가와 학자들이 지적하듯, 헌재가 법 교과서 한쪽 귀퉁이에 있을 법한 먼지 풀풀 나는 관습헌법을 꺼내 위헌이라는 논리를 끄집어 낸 것에 ‘차라리’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렇다고 여기서 헌재 결정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자식이 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또 조상에 대한 제사를 모시는 것도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온 우리의 전통이고 문화이기에, 즉 이들도 충분히 ‘관습헌법’의 범주에 들어가기에 이들을 바꾸려면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25일 노무현 대통령도 이해찬 총리가 대신 읽은 ‘시정연설’을 통해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결론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듯이 ‘법적 효력’ 그 자체에 시비를 걸고 싶진 않다.

그러기에 꼭 하나 밝히고 싶은 게 있다. ‘관습헌법’으로 치자면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관습헌법’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다’가 관습헌법이라면 ‘민족은 하나다’라는 것만큼 확실한 관습헌법이 있을까? 게다가 ‘서울’은 조선시대 초기로부터 600여년이 됐지만 ‘우리민족’은 단일민족으로서 오천년 역사를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우리민족은 우리민족사와 같이 했으니 이는 순도 100%의 ‘관습헌법’임에 틀림없다.

헌재의 결정처럼 수도를 옮기기 위해서 개헌을 해야 한다면, 그보다 더 오래되고 확실한 관습헌법인 ‘하나의 민족’을 분열시키고 한반도를 분단하려면 역시 개헌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개헌을 하지 않은 채 지금 우리 민족은 분열돼 있고 한반도는 분단돼 있다. 그 누구도 민족을 분열시키고 한반도를 두 동강 내자고 개헌하지 않았기에 이는 위헌이다. 그렇다면 이는 보통일이 아니다. 헌법을 위배한 세력을 당장 잡아들이고 헌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하나의 민족’이라는 관습헌법을 어긴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

역사적으로 보아, ‘하나의 민족’이라는 관습헌법을 어긴 것에는 두 세력이 있다. 하나는 우리민족을 분열시키고 한반도를 분단시킨 외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1945년 8.15 해방과 동시에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적 흥정에 의해 한반도가 38도선에서 나눠짐으로서 민족이 분열되고, 38선 이남에는 미군이 이북에는 소련군이 진주했다. 그 이후 소련군은 1947년 북한에서 철군했는데 미군은 60년이 되도록 아직 남한에 주둔해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헌법을 위배한 세력은 미군이고 그를 거느린 미국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분단의 원인 차원을 넘어 최근 주한미군 재배치니 전력증강이니 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비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누가 봐도 민족분열과 한반도 분단을 영구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에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운동을 펼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위헌 세력을 내쫒고 헌법을 바로 세우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헌법을 위배한 다른 하나는 ‘하나의 민족’을 부정하고 남과 북을 영원히 분열.분단시키려는 국가보안법과 그를 수호하려는 수구우익세력이다. 먼저, 국가보안법은 ‘하나의 민족’의 한 구성인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하는 인사와 세력을 간첩이나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대표적인 위헌이다. 또한, 보안법을 수호하려는 세력은 그 폐지를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 수구우익세력이다. 위헌인 보안법의 수호천사 노릇을 하려는 이들 세력은 대표적인 위헌세력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혼란스러운 것은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다름아닌 보안법 폐지도 반대하는 이들 세력이라는 점이다. 이들 세력이 관습헌법인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다’를 주장해서 수도 이전을 반대한다면 똑같은 관습헌법인 ‘민족은 하나다’라고 주장해서 분단을 반대하고 통일을 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분단 조장과 반통일적인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태는 가히 정신병적인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원내 다수당일 때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이 이번에 위헌결정이 나자 환호를 하며 박수를 친 일이나 또한 1948년 11월14일 국가보안법이 국회에 상정된 즈음에 나온 ‘국가보안법을 배격함’이라는 사설을 통해 “국보법이 제정될 경우 무수한 새 정치범이 나올 것”을 크게 우려했던 조선일보가 지금 보안법 폐지반대에 선봉역할을 하고 있는 것 등은 모두가 앞뒤를 구별하지 못하는 정신분열적 증세라 아니할 수 없다.

수도이전 위헌결정은 주한미군 철수와 보안법 철폐운동 판결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결론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는” 헌재 결정이 내려졌다. 여기에는 대통령이고 어느 국민이고 간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과 그를 수호하려는 수구우익세력들도 종국에는 ‘수도 서울’처럼 ‘하나의 민족’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하나의 민족’을 지키기 위해 좋은 선례와 힌트를 준 헌재에 ‘진정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다. 거듭 밝히지만 ‘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이듯 ‘하나의 민족’은 가장 오래된 움직일 수 없는 ‘관습헌법’이다. ‘하나의 민족’을 분열시키고 민족분열을 지속시키는 주한미군과 보안법은 위헌이다. 이들의 배후인 미국과 수구우익세력은 자연스럽게 위헌이다.

그러므로 헌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운동을 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을 벌이는 것은 지극히 합헌적인 것이다. 그래서 헌재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은 곧 ‘하나의 민족’을 위한 주한미군 철수와 보안법 철폐운동의 판결로 누구나 예외없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