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북한은 다시 탄도미사일 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전 미 국무부 고위관리가 23일 경고했다.

클린턴 집권 후반기 3년 동안 국무부 정책기획 담당 차관보로 대북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모튼 핼퍼린 박사는 이날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서 미 군축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거부할 경우 그 결과는 분명 향후 어느 시점에 가서 북한의 미사일 실험 재개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보도했다.

서울에서 수신된 이 방송에 따르면 핼퍼린 박사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미사일협상 진척상황에 대해 "북한은 보상을 전제로 향후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추가 실험을 금지할 생각이 있으며 나아가 장거리 미사일의 생산과 배치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었다"면서 "물론 이런 협상과정에서 원칙적인 검증문제가 제기됐으며 그 밖에 북한이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문제, 또 기존의 미사일을 어떤식으로 처리할지 등등이 제기됐었다"고 자세하게 밝혔다.

핼퍼린 박사는 이어 "북한측은 이런 모든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테이블에 올려 놓고 논의했으며 적절한 보상이 제공될 경우 미국의 이해에 맞는 쪽으로 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일 북한이 (로켓발사) 기술이전에 대한 안전책과 함께 위성 대리발사를 조건으로 기존의 미사일 계획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북한과 협정을 맺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협상을 통한 미사일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가 제기한 `검증문제`에 대해 핼퍼린 박사는 "(북한과 맺은 미사일 관련) 협정에 대한 검증은 완전히 가능하며 북한을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추가 미사일 실험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만일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생산과 배치 나아가 미사일 부품까지 통제하는 협상을 추구할 경우 복잡한 검증작업이 요구될 것"이라고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북한 등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국가 미사일방어망 계획과 관련 "북한은 현재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낮으며 또 그러한 미사일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단언했다.

부시 행정부가 부쩍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재래식무기 감축 문제에 대해서도 핼퍼린 박사는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검증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북한이 먼저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 문제에 대해 협상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북한과 협상하면서 재래식 무기나 병력문제를 협상 우선의제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한 쪽은 바로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재래식 병력 문제는 먼저 북.미관계의 진전,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미협상의 진전이라는 `포괄적인 정치적 해결책`이 이뤄진 뒤 협정을 이끌어 내는 바람직스럽다는 것이다.

핼퍼린 박사는 "현 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시작한 현재의 길은 지극히 위험하다"면서 "향후 대북협상의 검증을 확인할 길이 없어서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다면 북한이 현재 일방적으로 동결해 놓고 있는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것이 분명하고 이는 일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RFA는 전했다. (연합뉴스 정일용기자 200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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