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의 저자이자  KAL858기 가족회 사무국장인
신동진(오른쪽)씨를 만나 책 출간과 최근 진상규명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1987년 실종된 KAL858기 사건이 다시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의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이 사건을 조사범위에 포함시키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도 이 사건의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같은 상황변화에는 'KAL858기 가족회'(가족회)와 '김현희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의 꾸준한 노력과 특히 최근 방송 3사의 기획보도, 소설 『배후』, 일본인 저널리스트 노다 미네오씨의 르뽀 『파괴공작』의 번역 출간 등이 도화선이 되었다.

▶신동진 사무국장이 쓴 화제의 책 표지.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 눈길을 끄는 책이 출간돼 화제다.
가족회 사무국장이자 대책위 사무국장인 신동진(다큐멘터리 감독)씨가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종합정리해 창해출판사에서 펴낸 『KAL858, 무너진 수사발표』가 바로 이 책.

9일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신동진 사무국장을 만나 책 발간과 최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들어 보았다.

신동진 사무국장은 최근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집중 조명받고 있는 것에 대해 "단순히 (김정일 위원장) 답방용으로 타이밍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진상규명이라는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정략적 논의를 경계했다.

또한 최근 조.중.동이 이 사건을 잇따라 보도한 것과 관련해 "이 사건에 대해 국정원에서 중앙일보를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동아일보는 안동일 변호사의 책을 내주고 조선은 터트려 주고 중앙은 받아 주고..."라며 보수 언론의 보도 의도에 대해 경계심을 표했으며, 중앙일보 7월 7일자 3면에서 이 사건을 다룬 기사의 제목 [느닷없는 '재개봉'... 소모전 재연되나]는 초판의 제목을 취재 기자와의 상의없이 바꾼 것이라고 폭로했다.

신 사무국장은 인터뷰에서 "고영구 국정원장은 정부조사가 잘못된 게 없다는 투지만 팩트(사실)는 분명히 정부의 중대한 실책이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미얀마 정부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 제출한 공식보고서에 2주일만인 12월 12일경에 이미 추락지점에 대한 제보가 분명히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곳에 대한 수색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비행기의 블랙박스는 한달간 신호음을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명백한 수색책임 방기라는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요긴하게 쓰일 수 있게 돼 보람이 있다"

□ 통일뉴스 : 책을 낸 뒤에 반향은?

■ 신동진 : 책 반향보다는 7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의 천정배 대표의 발언으로 반향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KAL858 사건이 급격하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어 이 책이 아주 요긴하게 쓰일 수 있게 돼 책을 쓴 사람으로서 보람이 있다.

□ 서평은 많은 곳에 실렸나?

■ 오마이 뉴스, 통일뉴스, 경향신문에 실렸고 내일(10일) 한겨레신문에 실린다. 동아일보에서는 안동일 변호사의 책과 이 책, 그리고 『파괴공작』을 함께 소개한다고 들었다.

□ 책을 쓴 과정을 소개해달라?

▶가족회의 산적한 자료를 정리하며 인터넷
의 도움을 받아 책을 썼다는 신동진 사무국장.
■ 1쇄를 서둘러 내다보니 오자 등이 있어 독자들에게 죄송하다. 2쇄에서 교정을 해서 최대한 깔끔하게 낼려고 한다.

90년대 이전 신문은 KINDS검색이 안 돼서 출력해서 봐야 했다. 한국, 경향, 동아, 서울 4개신문은 인터넷에서 일자별로 볼 수 있고 조선, 중앙은 돈을 내고 다운받아야 했는데 그 대신 검색어 검색이 가능했다.

처음에 A관련 사안을 보면 A만 보이다가 생각이 진전돼 B에 포인트를 두고 보면 그 글자가 다시 보였다. 영감같은 게 떠오르는데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들이 들었고, 운이 좋은 데는 이 사건으로 사라진 115명의 힘과 바람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처음 구상과 결과물을 비교했을 때 평가는?

■ 기자회견을 위해 보도자료를 한 번 쓰면 없어져버려 속상하고, (보도자료를)쓰는데 드는 노동력도 만만치 않은데 아예 책을 써보자고 시작했다.

쓰다보니 쓰면서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진 부분이 있다. 책 완성된 것은 처음 그렸던 그림 보다 좋은 것 같다.

□ 내용이 풍성해진 데는 최근의 새로운 진상규명 흐름도 많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 방송3사 특히 KBS TV와 아사히 TV 보도가 많은 도움이 됐고, 국정원 3월 15일자 답변서가 있어서 비교하면서 쓸 수 있었다. KBS 방송이 늦춰져 새롭게 발견된 팩트(사실)들이 있어서 그것까지 담느라고 늦어졌다.

『파괴공작』과 방송사들이 제가 직접 취재하지 못한 것들을 해줬고 디지털(인터넷) 도움을 많이 받았다. 주로 책상 앞에서 썼고 도서관 가는 정도의 발품으로, 다른 분들의 발품을 취합해서 여기에 반영했다.

□ 가족회와 대책위 사무국장 활동이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다.

■ 가족회 내에 산적해 있는,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  한편으로 자료 발견의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이제야 정리되는 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세계여성』에 실린 글이나 한겨레신문의 미얀마학생연맹관련 기사 등은 전혀 착안조차 할 수 없는 것인데 그동안 가족회가 모아놨던 자료가 있어서 넣을 수 있었다. 미얀마의 ICAO 보고서가 참말 같지 않은데 왜 그랬을까를 추론하는데 언젠가 자료를 본 것 같아 뒤져보다 발견했다.

□ KBS스페셜 'KAL858의 미스테리'가 관심을 많이 모았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 여러 가지 새로운 팩트(사실)를 발견한 것은 큰 성과다. 그러나 자기가 밝힌 사실에 비해서는 주제전달이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큐 만든 사람으로서 생각해보면 발품팔면서 고생해서 버려야할 것들을 못 버린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막판 편집 구성작업이 병렬식 구성이다 보니까 어렵게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으로 본다.

□ 책에서 추론을 많이 사용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잘 전달됐다고 보나?

■ 철학을 전공해서 추론에 익숙한 것 같다. 예전에 한 방송사에서 미스테리 추적 프로그램을 맡아 제작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 차옥정 회장과 함께 가족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차 회장 개인이 차지하는 위치가 특별한 것 같다.

■ 일단 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진상규명하는 모든 대책위원 분들도 그럴 것 같은데 마음의 기둥이다. 저도 이것 하면서 화가 나고 열통터지고 이런 생각이 들 때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감성적으로 차 회장님을 생각하면 내 중심을 흐트러트리면 안되겠다 생각하게 된다.

가족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진상규명에 대한 절대적인 욕구로부터 저 개인적으로는 힘을 받는 것 같다. 그런 것으로부터 참여하고 있는 저도 당위성이나 명분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집안에서 잘 자라 고생 안하고 아름답게 사신 분인데 이 사건을 겪으면서 다른 인생에 접어들었다. 남편분과 금술이 대단히 좋았던 것 같다. 저 분이 잃게 된 행복을 과연 뭘로 보상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초동수색 제대로 되지 않았다"

□ 사건의 진상규명에 있어서 최근 정치권에서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지금 원혜영 의원이 작성한 의문사진상규명법 개정안을 열린우리당의 당론으로 만들어서 151명 전원 서명으로 다음주에 발의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 쪽은 잘은 모르는데 의문사위를 폐지해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한 이한구 정책위 의장이 3기 의문사위 구성에 서명한 한나라당 96명에 대해서 내용을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도 서명했는데 7월 3일자 조선일보 1면 탑으로 나오자 그때 바로 서명을 뺐다고 한다. 나머지 의원에 대해서는 계속 의사를 재확인하겠다고 하는데 한나라당 쪽은 별로 기대를 안 한다.

민주노동당은 다 찬성하고 지원하는 쪽이다. 그 법이 잘 입법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청원 기자회견을 하려고 한다.

□ 의문사위 쪽 상황은?

■ 가족회와 대책위는 의문사위에서 이 사건을 처리하기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조선, 중앙이 7일자 사설에서 아예 의문사위를 폐지해야 한다고 나섰고,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의 입장을 볼 때 폐지와 존속 운운하면서 의문사위의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의문사위 위원 배분문제 등을 어떻게 손댈지, 의문사위가 KAL858 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주시해 봐야 한다.

□ 그렇다면 의문사위 조사로는 미흡할 수도 있을텐데.

■ KAL858 특별법은 기술적적인 면에서 어렵고 시간도 걸려서 의문사위에서 다루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원혜영 의원이 제출한 개정법안에 보면 조사권한을 강화해서 자료제출 거부시 최고 징역 2년까지 선고할 수 있고, 조사사건의 범위를 의문의 죽음, 실종, 고문이나 조작을 다 포괄하고 기간은 2014년까지로 돼 있다.

□ 국정원 측 대응은?

▶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신동진 사무국장(맨 왼쪽)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 KBS 방송이 나간 다음에 기자를 대동한 공개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국정원 측은 기자를 대동한 면담이나 증거물 촬영은 내부 보안상의 이유로 안 된다고 공문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그래서 다시 공문을 보냈는데 회신이 안 와 전화로 물어봤는데 더 보낼 공문은 없다고 하고 국정원장의 뜻이냐고 묻자 공문을 보냈으니까 국정원장의 뜻이라고 답했다.

방송국들이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왜 이제와서 안 되나. 3월까지만 해도 OK했는데 KBS 다큐멘터리가 나가고 제 책의 초고가 들어가고 나서 입장이 바뀌었다.

KBS 보도를 보고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 그 의혹까지 같이 제기할 양으로 공개면담 시기를 늦췄는데 아쉽게 됐다.

□ 어제 고영구 국장원장이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은?

■ 자기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공소장이나 판결문은 살펴보지 못했는데 보고나 문건을 보면 수사내용이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국민적인 의혹이 너무 커서 의문사위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재조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KAL858사건은 그런 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할 말이 있다.
김선일씨 사건에 국민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가? 그것은 정부가 피랍사건 초기에 아무런 대응도 못한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KAL기 사건도 초동수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블랙박스가 30일간 신호음을 내는데 결국 블랙박스도 기체 잔해도 찾지 못했다.

특히 미얀마 정부가 88년 2월에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 공식적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보고서가 믿을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2주일 후(two weeks later) 그러니까 12월 12일경에 추락지점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 정확하게 좌표까지 제시돼 있는데도 해저탐사도 하지 않았다. 블랙박스는 한달간 신호를 보내니까 이때는 신호를 보내는 상황이었다.

아사히 TV 3월 23일자 보도에 보면 이우종 당시 교통부 공무원이 추락예상 지점이 너무 넓어서 해저탐사를 안했다고 했고, 수중공명장치를 빌리려고 요청했는데 보잉사가 요구한 예산이 너무 상상을 초월해 못했다고 했다. 정형근 의원은 샅샅이 수색했고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서 못 했다고 했지만 아사히 TV의 수중촬영 결과 보고서가 지적한 사고지점은 수심이 70미터도 안됐다.

정부가 무능하고 돈이 아까워서 수색을 못했다는 말인가? 사고지점 좌표까지 나왔는데도 정부가 안 한 것이다. 고영구 국정원장은 정부조사가 잘못된 게 없다는 투지만 팩트(사실)는 분명히 정부의 중대한 실책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은 터트려 주고 중앙은 받아 주고"

□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과 재조사에 대한 언론 보도나 사회여론은 어떠한가?

■ 조선과 중앙, 특히 중앙 쪽이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 얘기로 갑자기 부각받은 것 같지만 실은 조선일보가 7월 3일 KAL 문제를 탑으로 꺼내든 것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간첩, 빨치산 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 가운데 KAL사건을 의문사 개정법에서 다루려고 한다는 식으로 나왔다.

7월 4일 천정배 의원 이야기도 작심하고 한 것이 아니라 기자간담회 중 그런 질문이 나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나왔을 것이다.
 
대책위 내에서 의문사법이 개정되면 칼기사건도 의문사위에서 다뤄질 수 있겠다는 게 내부에서 논의됐다. 이에 따라 원혜영 의원측에 여러 가지 묻고 다뤄줄 수 있느냐고 했고 그럴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치고 나온 것이다. 왠지 기분이 찝찝하다.

원혜영 의원쪽에서도 칼기사건을 염두에 크게 두지 않았는데 의문사진상규명법이 KAL사건 규명처럼 돼 버렸다. 전형적인 여론몰이다.

중앙일보에서도 7월 5일날 1면 톱으로 받아 의문사법을 만들어 이 사건을 재조사하면 국정원에서 받겠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나서는 7월 7일 조선, 중앙 양사 똑깥이 의문사위를 폐지해야 한다는 사설이 나왔다.

중앙일보는 7월 7일자 3면 통으로 KAL기 사건을 다루면서 뽑은 제목이 [느닷없는 '재개봉'... 소모전 재연되나]였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담당 기자는 초판까지도 다른 제목으로 나가는 것으로 확인하고 나갔는데 바뀌었다고 말했다.

데스크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본다. 초판과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데스크 이상급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앙일보 자매지인 일간스포츠가 미공개된 김현희 자필진술서를 그대로 연재하고 있다. 이사건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사람에게는 영향력이 클 것이다. 이미 다 거짓으로 판명된 내용들도 그대로 사실인양 연재되고 있다.

어제는 김정일이 이은혜 납북을 인정했다고 썼다. 팩트가 아니지 않는가. 그런 자료들이 중앙일보 라인에서 일간스포츠를 거쳐서 이 사건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국정원에서 중앙일보를 (파트너로)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동아일보는 안동일 변호사의 책을 내주고 조선은 터트려 주고 중앙은 받아 주고...

이에 반해 이동복이 72년 북에서 김현희로부터 꽃을 받았다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통일뉴스에서 보도해도 다른 언론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 이미 서현우 작가의 소설 『배후』와 일본인 노다 미네오씨의 르뽀 『파괴공작』 번역본이 국정원으로 직원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는데. 이 책에 대한 조치는 없었나?

▶의문사진상위에서의 재조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사진 - 김규종기자]
■ 현재까지는 전혀 모른다.
검찰에서 소송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선다고 하니까 지켜봐야겠지만 서현우 작가에게도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언론플레이만 하는지...

검찰은 사건 재조사는 아니고 명예훼손 여부만 조사하겠다고 하지만 명예훼손 여부를 확인하려면 팩트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까 우리 피고쪽에서 잘 끌고 가면 자료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안동일 변호사가 책을 통해 재판자료를 노출하고, 일간스포츠를 통해 검찰 공소장과 자필진술서가 흘러나와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도 든다. 팩트들이 나왔을 때 충격파를 줄이려는 교묘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일부에서는 여권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천정배 원내대표가 받았다는 게 한편으론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나서 받은 걸까 싶은 생각도 든다. 적어도 원내 대푠데.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KAL 폭파테러에 북이 관련된 것 같진 않지만 관련 인사중에 북한관련 사항이 나올 수도 있다.

예를들어 김현희가 안기부의 2중스파이일 수도 있는데 조사과정 중간에 북한 거주사실이나 북한 간첩활동을 벌인 적이 있음이 밝혀진다면, 최종 결과야 2중간첩으로 KAL 조작사건에 개입했다 하더라도 그 중간시점에는 오히려 여론이 안 좋을 수도 있다.

단순히 답방용으로 타이밍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진상규명이라는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

대책위나 가족회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 이슈가 분명히 되지만 국민의 생명권과 인권의 문제다. 당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거꾸로 김정일 위원장 답방 때까지 들쑤실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영영 못 푼다. 그냥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보편적 권리, 국민적 당연한 권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왜 그랬는지 모른 것을 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KAL기 사건이 지금 터졌다고 한다면 지금 누가 정치적 관점에서 진상조사하지 말자고 할 수 있겠나.

정략적으로 보더라도 여권은 김정일 답방이 노무현 지지율 회생의 기회가 될 것이고, 한나라당도 북과 화해하자고 하는 입장이고, 미국의 북한 폭격설이 끊이지 않는 한반도의 평화에도 좋은 일이다. 전략적으로 누가 손해를 보냐면 극우 꼴통세력밖에 없다.

미국무성, 99년부터 테러지원국 지정 사유에 KAL858 사건은 빼

□ 북한이 이 사건으로 테러국으로 지정됐는데 만일 진상이 규명돼 북한의 책임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국제적으로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 이미 99년에 미국무성 테러지원국 연례동향보고서 99년판에 이 사건이 빠져있다. 계속 남아 있는 것이 요도호 납치범 은신처 제공뿐이다.

99년에 KAL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DJ가 민족내부의 문제라고 그렇게 정리한 것 같다. 그리고 이정빈 외교부 장관이 베를린에서 KAL기 사건을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빠질려고 노력해 왔는데 KAL기 사건은 99년에 빠졌고 정상회담전에 베를린 선언에서 언급한 것을 보면, 남한이 일방적으로 약하거나 남북 모두 껄끄럽거나 이런 주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KAL기 사건이 남한의 자작극인데 '너희가 우리가 했다고 덮어씌워 테러지원국이 됐다. 남북정상이 만나려면 그것부터 사과해라' 할 수도 있는 문제다.

□ 앞으로의 바람은?

■ 책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이 아직 안 들어와 의외다. 괜히 소송하면 많이 팔릴까봐 안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가 돼야 하고 이 책이 기여했으면 좋겠다.

가족분들은 원위치로, 저는 다큐 감독으로 돌아가고, 신부, 변호사님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상실했던 것을 만회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열심히 하시는 가족들이 거리로 안 나서도 되어야 한다. 정말 평범한 주부들이 길거리에 앉아 있고 주먹 쥐고 구호 외치고 유인물 돌리고, 왜 평범한 저분들이 그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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