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근수(전 향린교회 담임목사, 평통사 상임공동대표)


최근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 및 감축문제 그리고 용산기지 평택 이전과 한미동맹의 역할 변경 문제 등이 한미간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홍근수 상임공동대표가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글을 통해 홍근수 대표는 주한미군과 관련한 이들 문제들을 평통사의 입장에서 소상히 밝혔다. - 편집자 주


미국 당국은 주한 미군과 관련하여 두 가지 큰 결정을 내렸다. 하나는 주한 미군을 이라크로 이동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한 미군의 감군이다.

주한 미군 감축 받아들여야

우선 주한 미군의 감축문제를 살펴보자.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성 부차관보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3차 `샹그리라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했다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내한, 6월 7일 한국의 권안도 국방부 정책실장 직무대행(육군 중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과 제9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를 가졌다. 이들 양측 대표들은 이번에 용산 미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에 가서명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회의에 앞서 3인위를 구성하여 준비를 갖추게 하였다. 한국 측에서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위성락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조정관, 한민구 국방부 국제협력관(육군 소장), 미측에서는 롤리스 부차관보, 에번스 리비어 국무부 특별대사 사이에 소위 협상에 임하였다.

이날 양측 3인위 멤버들은 6일 오후 본 협상에 앞서 모처에서 상견례를 겸한 예비회의를 갖고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문제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말이 ‘협상’이지 미국의 일방적인 통보나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감군 계획, 재편, 주한 미군의 역할 및 기능, 그리고 스케줄을 받아드리는 길 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주한미군의 감축 시기와 규모, 단계별 감군 절차, 안보불안 해소를 위한 전력보강 대책, 새로운 한미동맹 개념 규정 및 그에 따른 주한미군의 역할.기능 조정, 주한미군 해외 이동시 사전협의 제도화 등은 늘 그렇게 해 왔듯이 미국의 통보를 받아드리는 선택 밖에 달리 없기 때문이다.

미군 당국은 보병 감축과 해군 및 공군의 강화라는 신군사전략에 의해 주한미군을 2005년 12월말까지 이라크 이동 3600 여명을 포함, 1만 2천 5백 명을 감축한다는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주한 미군의 총수는 약 25,000 여명이 될 것이다. 이것이 미국 당국의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통보이다.

용산기지 평택 이전, 완전철수 때까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

▶지난 5월 20일 서대문 경찰서 앞에서 미군 범죄 규탄 연설을 하고 있는 홍근수 목사.
(가운데) [자료사진 - 통일뉴스]
미군 기지를 수도 용산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서울시민들에게는 좋은 소식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내용을 알고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외군이 반세기 이상 수도 서울에 체류한다는 것은 사실 민족의 자존심의 문제로 생각하여 10여 년 전부터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미국이 이전을 거부하여 그렇게 실현되지 않았다.

최근에 와서 미국 자체의 미군 재배치 이유로 어쨌든 남한의 수도 용산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는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한 일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은 분단된 땅 그 어디에 가는 것도 환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평택으로 이전하는 것은 우선 우리의 입장이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의 입장은 ‘용산 미군 기지 반환’이지 평택이나 다른 한반도의 지역으로의 ‘이전’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도 매향리 폭격장 폐쇄 방침이 강원도 백두대간으로 지역을 이전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다만 ‘평통사’는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기 전까지 주한 미군의 점진적인 철수가 가능하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어 주한 미군의 점진적 철수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기에, 미군의 완전 철수시까지 만이라도 용산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어떤 분은 미군은 5명만 남고 모두 철수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고 있으나 그 숫자도 남아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미군의 전면적이고 전적인 철수를 원한다.

그 동안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미 간에 ‘미래 한미동맹정책 구상’이라는 중요한 회의를 진행해 왔고 이제 이번 주인 6월 7일과 8일 사에는 이곳 서울에서 제9차 회의를 열고 있다. 이 회의에서 한국이 합의문에 ‘가서명’하지 않을까 하여 외통부와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 및 집회와 농성을 하고 있다. 제발 이번에 그 서류에 가서명을 하지 말고 새로이 협상을 다시 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UA 및 IA에 가서명하지 말고 재협상 해야

미국이 군사 숫자를 감축하는 대신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이는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군비 경쟁을 주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지난 번 주한미군사령관이 금년 연말 내로 용산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타결하겠다고 말한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래서 미군 당국은 타임 스케줄 상 이번에 한국 측이 가서명하기를 압력을 가할지 모르지만, 제발 가서명을 하지 말 것을 거듭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가 이 협상을 인정하지 못하고 가서명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들 아시는 대로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한국 측이 전액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합의 등이다.

우리가 지금 미군이 차지하고 있다가 이전하여 비워준다고 하는 용산 기지 자리에는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여 평화, 또는 자주 공원을 세우자는 일반 시민들의 기대와 꿈을 오랫동안 키워 왔다. 그런데 당국에서는 그곳을 공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팔아서 용산미군 기지 이전 비용 대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꿈을 처참하게 짓밟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음으로 이전 비용과 관련하여 미국 측에서는 13억불 가량이라는 어마어마한 천문학적 금액을 말하고 있지만, 한국 당국은 오히려 한술 더 떠서 그 3배나 5배에 가까운 30억불 내지 50억불(한화로 약 3조 내지 5조원)을 말하고 있다. 왜 미국이 필요하다는 돈인 13억불 이상을 주려고 안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국은 이사비용 등 부대비용을 말하는 것 같지만, 부대비용이란 기껏해야 원 가치의 10% 정도의 돈이 소요되니까 미국이 용산 미군기지의 시설을 13억불 어치로 평가한다면 겨우 14억불 정도가 될 뿐인데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미군의 평택 이전은 ‘기동화, 경량화, 효율화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따른 것’이다. 미군 당국은 주한 미군을 해군, 공군 위주로 하고 보병의 숫자를 과감하게 감축하고 효율성을 더 높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6월 7일의 발표에 의하면 1만 2천 5백 명을 2005년 12월말 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주한 미군의 규모는 모두 2만 5천명 수준으로 한다고 한국에 통보하였다. 자기들 군대니까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감축하고 철수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땅과 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신군사 전략의 불가피한 계획인 모양이지만 지금 한국의 통치자들은 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미국이 더 잘 알고 협상에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군의 전면적 철수 가능성도 비춘 것 같다. 우리 국민은 종전처럼 주한 미군의 감축 내지 철수를 두려워하여 반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고 과감하게 감축 내지 철수하려면 철수하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주한 미군 숫자는 줄어드는 데 왜 부지는 더 넓어지는가

이에 대한 복잡한 정치적인 함의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연히 묻게 된다. 주한 미군의 숫자는 줄어드는 데 왜 부지는 더 넓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부조리한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미군의 신군사전략에 따라 미군이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 한국이 이전에 소요되는 전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지, 미국의 필요에 의해 주한 미군의 숫자를 감축하려는 데도 불구하고 왜 이전에 소요되는 대체부지를 기왕에 점령하고 있던 땅 면적보다 더 넓은 곳으로 하여야 하고 또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제들이 많다. 토지를 공여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전혀 기한이 없다.

그러니까 영원무궁토록 한국 땅을 제 땅 사용하듯 사용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도리어 한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 명목으로 매년 현금을 미국 당국에 주어야 하는 것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것은 상전국에게 ‘조공’을 바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미간 관계가 동맹국 관계가 아니라 식민지 지배자와 피식민지민과의 불평등의 관계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군이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하는 데 우리나라는 C4I 같은 지휘통제자동화 시설 등의 첨단군사시설은 물론 골프장?체육관 등의 오락시설, 최신 병원, 심지어 임시직의 개인 이사비용까지 부담하게 되어 있다. 이런 것들은 미군의 예산으로 할 것이지 왜 우리나라에 부담을 시키려 하는 것인가?

이것은 우리가 재정적으로 부담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도대체 부당하고 불평등하기 때문에 우리는 받아드릴 수 없다. 도대체 나라와 나라간의 조약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고 포괄적인 문구들이 즐비하고 이전비용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게 되어있다는 점도 반대하는 이유이다.

이전비용 전액 부담의 법적 근거로 1990년과 91년의 관련 협정들을 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들은 명백한 불법적인 것이고 한국 국회의 동의나 비준도 받지 않은 것임을 미국 당국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용산 미군기지와 관련한 협상은 전혀 법적인 근거가 없다. 그것은 또 현 한미소파 5조 1항에도 위배되고 있다.

용산 기지 이전을 명목으로 한 110만 평의 대체부지 제공도 1990년에 합의한 26만 8천 평의 4배가 초과하는 점에서 그 굴욕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비용 부담도 종전에는 16억불로 명시되었다가 후에 터무니없는 액수인 96억 불로 인상했다. 군인 숫자는 감축되었으나 소요 면적의 땅은 오히려 더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모로나 이해하기 어렵다.

용산기지 이전협정이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협정 내용은 제외하고 포괄협정만을, 그것도 가서명 이후에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정부의 입장도 우리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독단과 전횡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협상 과정에서 정부 일각의 정당한 문제 제기가 묵살되고 대통령에게 허위보고 되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이 협상안을 결코 받아드릴 수 없다.

이처럼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은 이전비용 전액부담과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의 적법성과 적절성 여부, 각종 관련 문서와 절차의 적법성, 협상과정에서 발생한 정부 일각의 위법행위 여부, 재원 마련의 타당성 등 수많은 문제들과 의혹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협상에 가서명 한다는 것은 국민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주한 미군이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지킨다는 말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 주한 미군이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지킨다는 말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 정부는 북의 남침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다들 아시겠지만, 남의 전쟁 능력이 북의 그것보다 능가하고 있는 맥락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설령 북이 남보다 우세하다 하더라도 2000년 6월 15일에 소위 6.15 남북공동선언이 유효한 마당에 북으로부터 적이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중국과 러시아일 수도 없다. 왜냐하면 미국은 물론 우리 남의 한국도 이들 나라들과 모두 수교를 하고 있는 선린국이 아닌가? 그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삼아서 덕 볼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분단 반세기 이상 만에 처음으로 북을 도왔다면 도와주었다. 그런데 이들은 매년 가난한 나라인 한국이 부자 나라인 미국에 방위비 부담이란 명목으로 매년 그만한 돈을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용천역 참사에 돈 몇 푼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것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하는 말인가?

하기는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반공 논리에 의한 부조리한 이 사회에서는 부유한 미국에 대하여는 관대하고 굶주리고 있는 동족의 고통에 대하여는 매우 인색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일 뿐이다. 이것은 차떼기를 하는 정치계, 천문학적 돈으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게는 그야말로 ‘조족지혈’도 되지 않는 돈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특히 엄청난 천문학적 예산으로 미제 고철 무기를 구입하고 지출하는가 하면 또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전액 한국이 부담하는 둥 나라 자체가 거덜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남인 미국에 대해서는 매우 대조적인 입장으로 이북 용천역 참사에서 희생된 우리 동족에 대하여 그렇게 인색하게 나올 수 있는가?

끊임없이 전쟁의 긴장과 불안을 조성.고조시켜 온 주한미군의 감축 및 단계적 철수를 한미 당국에게 촉구한다. 군인 숫자는 감축하고 군비는 높이는 방식의 군비증강을 우리는 반대한다. 미군의 완전한 철수가 이루어질 때에만 한반도와 아시아, 나아가서 세계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한 미군의 이라크 이동은 물론 미군과 영국군을 포함하여 이라크 땅에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모든 외군들의 이라크 철수를 촉구한다. 이 길만이 이라크와 중동, 나아가서 전 세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

그 다음으로 이라크 이동 문제를 살펴보자. 5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 1개 여단규모인 약 4천명의 미군을 이라크에 이동시킨다는 방침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하였다고 보도되었다. 자기 군대를 자기 목적으로 이동한다는 데 받아들이는 길 밖에 달리 도리가 있는가?

한반도에서 끊임없는 전쟁 발발 위기를 고조시켜 왔고 불안을 높여왔던 주한 미군을 우리는 반대한다. 남한의 군사력만으로도 북한 군사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강정구, “민족의 생명권과 통일”, 당대, 2002, 231-232)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과잉 전력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이 이라크에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을 전제로 하고 주한 미군은 불필요한 것임을 스스로 공식으로 입증한다.

그러나 둘째로 이는 현존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위반이고 명백한 불법으로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동 조치는 동 조약 제3조(그 적용범위를 대한민국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의 규정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은 자신의 군대를 자신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명백한 조약 위반이다.

또한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 허용은 이라크 전쟁이 국제법을 어긴 명백한 침략전쟁이라는 점에서 더 더욱 명분이 없다. 유엔 총회 결의 제3314호(1974년 12월 14일)도 "타국에 주둔 중인 군대의 협정에 위반된 사용 또는 협정기간 만료 후의 주둔"을 침략 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유엔총회 결의는 "타국의 자유에 맡긴 자국 영역이 그 국가의 대 제3국 침략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침략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에 동의해 준다면 이 또한 이라크에 대한 침략행위가 됨을 확인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결코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이란 명목으로 매년 5억불 정도씩 지불하고 있는 바 이는 우리 국민의 혈세로 미군 주둔비를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한미군이 이라크 침략전쟁에 동원되도록 허락한다면 이는 이라크 민중과 더불어 우리 국민의 평화를 위한 입장에 씻을 수 없는 치욕과 함께 죄악을 범하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을 우리 정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우리나라의 주권을 완전히 무시한 오만무례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서 엄중히 규탄 받아 마땅하다. 한미 양국이 '협의'한다고 하지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이미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은 우리나라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전락시키는 요식 행위에 불과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 우리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대한 길을 터주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을 단호히 거부한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은 주한미군의 동북아 기동군으로의 전환 및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에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패권 강화 전략에서 나온 것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동북아지역군으로의 전환에 양해했다는 지난 해 10월의 언론보도는 무엇인가? 태평양 지역에 국한한 주한 미군의 적용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한 최근의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 개정, 주한미군을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 밑에 추진 중인 용산 미군 기지 및 2사단의 평택 이전계획 등에서 드러나고 있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기정 사실화 시켜주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이것이 선례가 되어 주한미군의 다른 지역분쟁에의 개입은 당연시 될 것임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미국의 동북아군사패권 강화 전략에 다름 아닌 이 같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나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이에 우리는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및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 방침을 단호히 거부한다.

이에 우리는 미국에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명백히 위반한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우리의 주권을 지키고 이라크에 대한 침략행위도 범하지 말 것을 한미 양 당국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은 우연히 제기된 것이 아닐 뿐더러 한 과오를 또 다른 과오로 풀려는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동북아로의 역할 확대 및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라고 하는 새로운 미국의 군사패권 강화 전략 속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하고 이를 반대한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은 지금 각국이 이라크 파병을 철수하는 마당에 주한미군 4천여명을 이라크에 이동한다는 것은 각국이 파병을 철회하는 마당에 이라크 수렁에서 헤쳐나오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으나 이 방법으로는 이라크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미국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의 수렁에서 헤쳐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라크를 강점하고 있는 미군과 모든 외군을 전면 철수시키는 길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주한미군 4천명의 이라크 이동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나아가 미군을 포함한 모든 이라크 점령군의 전면 철수를 강력히 요구한다.

만일 이라크 문제의 해결 방법을 말한다면 주한 미군의 증파나 한국군의 파병이 아니라 오히려 이라크의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외군의 전면 철수만이 이라크 문제의 유일한 길임을 다시금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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