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9일 미국기업연구소(AEI)와 미국외교협회(CFR) 공동주최 오찬 연설회에서 밝힌 `남북기본합의서 속의 불가침 합의`의 활용 방안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긴장완화문제는 92년 남북간에 맺어진 남북기본합의서 속에 불가침 합의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남신문과 충청일보의 창간 기념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냉전종식을 위해 평화협정 또는 평화선언 등 군사적 문제를 포함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겠다`고 밝혔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평화협정에 대해 중국, 미국 등 참전국이 4자회담에서 논의될 문제로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다시 말해 남북한 당사자는 이에 앞서 `분단  관리`를 어떻게 할 지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사실 92년 맺어진 기본합의서의 `제2장 남북불가침`은 남북간 의견대립과 분쟁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또 기본합의서의 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는 무력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불가침 경계선 및 구역,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협의.이행기구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요즘 남북 장관급회담과 국방장관회담에서 다뤄야할 주요 의제로 등장하는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및 통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군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단계적 군축실현 및 검증,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등은 이미 이 합의  속에 들어있다. 문제는 이같은 남북간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남북간 분단관리를 위해 과거 합의로 돌아가 이를 충실히 실천하는데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

특히 미국이 북측의 변화와 평화의지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만큼 남북이 기본합의서상의 불가침 조항을 이행해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외교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미 공화당 정권이 대북 포용정책의 구도에 들어오도록 하겠다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92년 기본합의서는 군사적 충돌을 비롯 남북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지 규정해 놓은 것`이라며 `그동안 북측의 호응이 없어 사문화됐던 만큼 김 위원장의 답방을 비롯한 각종 대화채널을 통해  이행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면 미국측도 한국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쉽게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밝힌 `(남북) 불가침 합의의 활용방안`은 향후 남북 고위급 회담 등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활용방안의 성공 여부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득 노력과 이에 대한 북측의 호응 정도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연합뉴스 장용훈기자 200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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