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특파원 = 북한의 경제개혁의 동기와 목표, 성과 등에 대한 외부세계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지난 2년간 북한의 경제개혁 실험 영향이 당초예상보다 깊고 빠르게 북한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지난달 평양을 비롯해 북한 5개 도시를 순방하며 현장조사활동을 벌였던 토니 밴버리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 담당관을 비롯해 아시아와 서방 외교관, 기업인, 구호단체 관계자 및 북한 전문가들을 두루인터뷰한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그러나 북한의 자본주의식 경제개혁 실험 결과 러시아와 중국 등의 경제개방.개혁때와 같이 노동당과 군부 등 기득권층이 기존의 특권을 이용, 그 성과를 누리는 반면, 도시에 빈민촌이 생겨나는 등 전에 없던 경제 계급 양극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다음은 '북한의 먼지더미속에서 자본주의 발아'라는 제목의 도라 전망대 발 기사 요지.

『현대 아산의 장환빈 수석부회장은 "개성공단의 시장시스템은 북한의 기존 어느 시장요소보다 유연할 것"이라며 "북한은 자유시장 공부에 열심이고, 개성공단은 그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2년 7월 가격규제를 철폐하고 임금을 인상하는 등 자유시장 실험에 본격 착수했다.

북한의 핵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이들 조치만으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와 같은 사회변혁이나 외국인투자가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워싱턴 포스트가 인터뷰한 인사들은 지난 2년간 당초 생각했던 이상으로 깊고 빠르게 개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성공단외에 식량배급제도의 단계적인 철폐, 자유시장의 급속한 확산,국영기업체의 이윤 추구형 기업으로 개혁 시도 등을 지적했다. 인터넷에는 '북한산'제품을 광고하는 웹사이트도 생겨났다.

평양을 직접 방문했던 사람들은 북한에도 소비문화가 형성되는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산 오렌지나 중국 전자제품 등을 시장가대로 파는 시장이 늘어나고 있고, 상당수 거래는 달러화나 유로화로 이뤄지고 있다. 도로변에는 북한 조립 승용차인 '휘파람' 선전 간판이 늘어서 있고, 최신 모델 차들이 점점 더 눈에 띄고 있다.평양의 휴대폰 수는 2002년 3천대에서 현재는 2만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에 따르면 김정일(金正日)은 중국과 베트남의 경제개방 정책들을 공부하도록 특별사절단을 이 두 나라에 보내놓고 있다.

"북한이 개혁 시늉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북한의 잣대로 보면 그 개혁조치의 의미는 중대하다"고 위성락(魏聖洛) 국가안전보장회의(NSC)정책조정관은 말했다.

많은 관측통은 북한의 개혁조치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으나 북한 지도부가 진정한 현대화 의지가 있기보다는 피폐한 경제를 안정시켜 권력을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북한에서 번창하는 사람들은 북한 정부와 군, 암시장에 끈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득권을 이용, 수입제품 증가나 합법화된 중국과의 국경무역 등에서이득을 보고 있다. 한국의 정보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중간 관리들은 놀고 있는 공장에서 고철을 뜯어내 중국에 팔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하층, 특히 농촌지역에선 가격통제와 배급제가 점차 사라짐에 따라 치솟는 인플레때문에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WFP의 밴버리 아시아담당관은 북한 주민 2천200만명 가운데 650만명이 올해 식량난을 겪고 있다며, 이에는 시장개혁 조치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하층민'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사회에서든, 광범위한 경제개혁이 있을 경우 승자와 패자가 생겨나는 대로 북한에서도 새로운 낙오층이 생기고 있다"며, 최근 북한 현장조사를 통해북한 경제개혁 조치의 양극화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승용차와 휴대폰이 늘어나고 있으나, 한국 정부관리들에 따르면 노동당원들이나가질 수 있는 것들이다. 휴대폰의 경우 등록비만 1천달러 수준이기때문이다.

WFP 관계자들은 삶의 여건이 점점 절망적인 상태로 악화되고 있는 도시 빈민가의 형성에도 주목했다. 노동자 임금이 6배 올랐으나 쌀을 포함해 주식 값은 9배 이 상 올랐기때문이다.

밴버리 담당관은 "한때 공장 노동자였던 사람들이 한갓진 농촌지역 길가에서 오물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을 봤다"며 "북한 당국자들은 우리에게 ' 경제개혁 조치에서밀려난 사람들 문제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북한'에선 돈이 돈을 번다. 지난해 후반기 탈북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30대의 김모(여)씨는 자신이 북한의 동북부 지역에서 감자 농사를 지으며 경제개혁조치 이후 "삶이 악몽이 돼버렸던" 상황을 회고하며 "돈을 빌릴 수 있는 친구나 친지가 있는 사람들만 (새 체제에서) 사고 팔 수 있을 뿐 나같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은 (인플레 등으로) 굶어죽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어쨌든 점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장들은 자체 채산으로만 임금 재원을 충당하고, 사업 결정권도 노동당 간부들이 아니라공장 지배인들에게 부여되고 있으며 평양의 한 중앙은행은 국영업체에도 정부 보조금을 주지 않고 대출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북한 당국과 관계있는 한 사람은 중국과 국경 남쪽 10마일 지점에 있는 고성읍의 한 선반공장 예를 들어 "1천명의 노동자가 있는 이 공작기계 공장이 임금과 승진에서 성과급제를 시행한 결과 생산성이 2배 이상 늘어났고, 중국과 동남아지역 수출도 증가했으며, 고용도 늘어나고 있다"며 "핵심은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는 더 많이 벌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개혁조치의 성과중 일부는 지난 90년 후반 햇볕정책을 채택한 한국의 도움 덕분이지만, 한국측은 북한의 변화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 외교장관은 "북한은 경제 개혁.개방 노력을 하고 있고,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에 개방의 이점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이 아무리 진정한 변화를 생각하고 있더라도 북한의 통제체제를 감안할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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