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중국으로, 다시 북한으로...남북 사업을 벌이기 위한 감내해야 하는 복잡한 전 과정을 인터넷 메신저하나로 일거에 해결, 남측의 (주)북남교역과 북측 삼천리무역총회사가 최초로 모바일 게임 '독도를 지켜라'를 공동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남북 협력 IT사업을 북측과 메신저만으로 교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화제가 된
북남교역주식회사의 박영복 이사를 방문해 인터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북남교역 박영복 영업관리이사는 "남북교역을 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경비 한푼 들이지 않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사업을 진행했다"며 남북교류의 획기적인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삼천리무역총회사는 IT를 다루는 북한의 대표적인 회사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우수한 인재로 구성된 잠재력 있는 회사이다. 박 이사는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남한 못지 않다고 평가하고 북남교역의 기획력과 삼천리무역총회사의 기술력, 저렴한 인건비가 만나 빠르면 3월 1일부터 LG텔레콤을 통해 서비스하게 됐다고 밝혔다.

25일 2시 용산에 위치한 북남교역 사무실에서 북측과 직접 메신저로 사업을 진행한 박영복 영업관리이사를 만나 개발 전 과정과 뒷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남북공동 모바일 게임 개발로 인터넷을 통한 남북교류의 길이 열렸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 중국의 값싼 인건비에 가격 경쟁력을 잃은 공장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은 인건비가 싸고 방대한 자원을 갖고 있어 단가를 낮춰 제품을 생산, 단기적인 이익을 얻을 순 있지만 대중(對中) 수출이 어렵고 기술유출이 우려돼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실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화제의 주인공 박영복 이사는
기자들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그러나 북한과 사업을 진행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북한은 인건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 비교도 안 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이익창출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통일 이후 투자이익이 우리 민족에게 골고루 나눠지기 때문에 남한에서 사업하는 것과 별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이유로 남북공동사업을 기획하고 평소 친분이 있었던 (주)훈넷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훈넷은 북측 장생무역회사를 소개시켜줬으나  장생이 훈넷과 복권싸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사행성이 있다는 이유로 통일부가 반대했다.

장생과의 공동사업이 불발되자 이번엔 장생이 삼천리무역총회사를 연결시켜줬다.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은 후 바로 삼천리무역총회사와 인터넷으로 사업계획을 얘기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진행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북측이 모바일 게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 개념부터 차근차근 알려줘야 했다. 또한 자본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도 부족해 갑갑할 정도로 소통이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삼천리무역총회사는 놀라울 정도로 경제협력에 적극적이었으며 IT분야 R&D를 북한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어 상당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모든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인데.

■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 대북사업을 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든다. 통일부에 가도 북한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중국에 나가 북측 기업과 연결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 중에는 사기꾼도 많아 위험부담이 크다.

혹 제대로 된 연결책을 찾더라도 북한사업자가 중국까지 나오는데 드는 비용을 남한측이 모두 부담해야 하며 계약 성공률은 10%에 지나지 않는다. 계약에 성공했더라도 북측에서 초청장을 보내줘야 평양을 갈 수 있다.

평양에 가서 사업계획의 틀을 잡고 다시 남한에 돌아와도 통일부에서 승인해 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대북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 될만한 큰 사업은 포기하고 후일을 기약하며 조그만 사업이라도 챙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바닥에 뿌리는 돈이 얼마이겠는가.

고민을 하다 인터넷을 생각해냈다. 북한에서 샘플을 보내오면 버그를 잡아주고 다시 메신저로 쏘아보냈다. 메신저로 항상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에 한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는 인터넷이 남북교류의 고속망을 뚫을 것이다.

▶북남교역주식회사의 홈페이지. [(주)북남교역]
□ 메신저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얘기도 주고받았는가.

■ 사업얘기가 대부분이었고 그쪽 날씨와 안부를 묻기도 했다. 글에 힘이 없어 보여 감기 걸렸냐고 물으면 북측에서 감기치료에 좋은 처방법 좀 알려달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북측의 기술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등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 '독도를 지켜라'가 본격 서비스되면 이윤은 어떻게 배분되는가.

■ 이익의 10%~15%는 LG텔레콤이, 10%는 LG에 모바일 게임을 등록해 준 가바플러스가, 나머지 75%는 북남교역과 삼천리무역총회사가 5:5비율로 나눠 갖는다. 북측 삼천리무역총회사에는 3000달러의 프로그램 개발 보조금이 별도 지원된다. 그러나 아직 통일부가 협력사업자 승인을 하지 않아 삼천리무역총회사에 이익이 제대로 배분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 3.1절에 맞춘 '독도를 지켜라' 서비스 계획에는 차질이 없는가.

16일 통일부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승인이 나는 대로 진행할 것이다. 가능하면 3.1절에 맞추고 싶지만 국정원 등의 관계기관과 논의해야 하는 통일부 규정상, 빨라야 3월 9일 정도에 허락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을 두고 LGT, KTF, SKT를 통한 국내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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