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2004년은 정치의 해
 
2004년은 김정일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에 들어가 당 사업을 시작한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며, ‘수령’ 김일성의 후계자로 결정되어 본격적으로 권력 장악에 나선지 30주년이 되는 해이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김정일 시대가 개막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처럼 2004년은 북한에서 ‘수령의 후계자’ 결정 및 ‘수령의 후계자’에 의한 권력승계 등을 기념하는 역사적,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2004년은 또한 남한에서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며,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해이기도 하다. 따라서 2004년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과 미국 모두에게 중요한 정치의 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에는 정치 문제, 특히 북한 내부의 권력승계 문제가 비교적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권력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므로 먼저 신년공동사설의 특징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한 다음에 권력승계 문제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겠다.

정치사상, 반제군사, 경제과학의 3대전선 강조 
 
신년공동사설은 올해의 총적인 투쟁과업으로 정치사상, 반제군사, 경제과학의 3대전선에서 강성대국의 보다 높은 목표를 점령하기 위한 혁명적 공세를 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3대전선이란 사실상 사상, 정치, 군사, 경제의 4대 분야를 일컫는 것으로서 정치와 사상을 하나의 전선으로 묶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당의 사업 중 사상사업을 특히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사상 교양과 선군사상 교양의 강조
 
정치사상전선에서 이룩해야할 과업으로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당 사상사업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이룩하는 것이다. 북한은 전당과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강령이 선포된 30돌이 되는 올해에 주체사상 교양을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김정일 시대에 북한이 주체사상을 폐기하고 주체사상을 강성대국론이나 선군사상으로 대체하였다는 국내 일부 연구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은 주체사상 교양을 강조하면서도 선군사상 교양과 사회주의 교양도 강조하고 있다. 신년공동사설은 선군사상이 주체사상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선군사상이 주체사상과 모순되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고, 선군사상이 김일성 사후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파생 담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설은 모든 사상교양사업을 선군사상 교양으로 일관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선군사상 교양에 대한 강조는 북한의 안보위기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선군사상에 대한 강조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전당과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강령을 선포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에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974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결정된 직후에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강령을 선포하였다는 점에서 이 강령의 선포는 사상 분야에서 후계자의 절대적 지위 확립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최근에(2003년 12월에) 로동신문 지면을 통해 온 사회의 선군사상화를 강조하였다. 따라서 선군사상에 대한 최근의 강조는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의 후계자가 결정되어 그 후계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를 개최 당시에 공개하지 않았던 사례들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나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소집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이 회의들이 소집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내의 많은 연구자들은 김일성 사후 북한에서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가 한번도 소집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정일 선집』 13권은 1994년 10월 16일 정치국 회의가 소집되었다고 밝히고 있고, 그 후에도 정치국 회의가 소집되었다는 정보들이 나오고 있다.

반제군사전선의 강화와 선군정치의 지속
 
북한 신년공동사설은 북-미간 대립 및 안보위기 상황을 반영하여 반제군사전선의 강화, 군력 강화, 민간무력 강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2003년 북-중-미 3자회담 및 6자회담의 개최를 통해 관련 국가들간 대화에 의한 북핵 문제 해결의 분위기가 조성됨으로써 이번 신년공동사설에서는 북한이 2003년 신년공동사설에서 보였던 것과 같은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이 현재 이라크라는 ‘수렁’에 빠져 있고, 금년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또 한 차례의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는 만큼 북한은 최소한 올해 한 해를 어느 정도 안도감을 가지고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설에서 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추가적 조치를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미국의 강경정책에 대해서는 언제나 초강경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으므로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향후 미국의 대북 협상태도 변화 여부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북-미 관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진전될지 현재로서는 상당 부분 불투명하기 때문에 북한은 당분간 대내적으로 군력 강화에 힘을 집중하는 등 선군정치에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북한 신년공동사설은 북한이 심각한 안보 위기의식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남으로써 경제개혁 등 다른 문제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과학전선과 경제개혁 지속에의 의지 
 
북한은 올해 경제과학전선에서 일대 비약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방법들은 전력, 석탄, 금속공업과 철도운수에 주되는 힘을 집중하는 것 등 새로운 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북한이 내각의 역할을 높이고 경제관리를 개선할 것, 경제와 과학기술을 통일적으로 지도관리하는 사업체계를 바로 세우고 과학기술과 생산을 밀착시킬 것, 당-행정의 일치를 확고히 보장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경제관리 방식에 있어서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다고 하겠다.

‘우리 민족제일주의’의 강조와 남북 협력에의 기대
 
북한은 올해 대남정책과 관련하여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가 ‘우리 민족제일주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 있는 것은 ‘우리 민족제일주의’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북한이 강조해 온 ‘우리 민족제일주의’는 본질적으로 ‘우리 수령제일주의’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북한이 ‘우리 민족제일주의’라는 용어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내용들은 반미자주와 민족공조 등 지금까지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을 가지고 강조해 온 내용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리 민족제일주의’에 새로운 내용을 담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올해에 남북한 관계에 많은 진전이 예상되고, 그 진전을 합리화하기 위한 새로운 논리의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2004년도 상반기에는 개성공단의 1단계 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고, 작년에 시범적으로 실시되었던 평양관광도 본격 실시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될 것이고 이러한 분위기의 지속을 위해서 북한은 ‘우리 민족제일주의’를 향후 더욱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당 총비서의 후계자 결정 가능성
 
이처럼 올해 북한의 대내외 정책은 전반적으로 지속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부분적 변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현저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 그것은 김정일 당 총비서의 후계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많은 부분이 은유적인 형태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에서 김정일 당 총비서의 후계자가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되었거나 올해에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징후는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에서 “우리 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업적을 충직하게 계승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김일성 동지의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할 것이다”라는 김정일 당 총비서의 지적을 인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북한에서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해나갈 것을 강조할 때, “대를 이어”라는 표현이 단순히 ‘계속’이라는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은 역사가 입증한 사실이다.

김일성 당 총비서가 1970년대 초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해나가야 한다고 직접 강조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후계자 지명이 이루어진 점을 상기한다면, 북한에서 이 표현이 결코 중립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신년사설에서 조선로동당이 ‘수령’ 김일성의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해나가야 한다고 김정일이 직접 지적한 것은 당이 김정일 총비서뿐만 아니라 그의 후계자의 영도를 받아 김일성의 위업을 “끝까지 완성”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혁명의 수뇌부’에 대한 강조와 후계 문제 
 
그런데 이 첫 번째 징후는 간과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후계자 결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불충분하다.

보다 주목을 끄는 두 번째 징후는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에서 ‘수뇌부’ 또는 ‘혁명의 수뇌부’에 대해 전례 없이 강조하고 있으며, ‘수뇌부’라는 표현이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발표된 신년공동사설을 분석해보면, 1995년과 1996년 신년공동사설에서는 ‘수뇌부’라는 표현이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고, 1997년과 1999년에 두 차례 표현이 나타난 것을 제외하면 1998년부터 작년까지 신년공동사설에서 ‘수뇌부’라는 표현은 단 한번 등장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올해 사설에서는 ‘수뇌부’라는 표현이 10회나 나타남으로써 출현 빈도수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수뇌부’라는 표현이 2003년 신년공동사설까지와는 다르게 사용되고 있어 주목된다. 2003년까지는 대체로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맥락에서 ‘수뇌부’ 또는 ‘혁명의 수뇌부’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런데 올해에는 영도 및 영도체계, 유일적 영도와 관련하여 주로 언급하는 등 ‘혁명의 수뇌부’에 대해 언급하는 배경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74년에 북한에서 ‘수령의 후계자’가 결정되고 나서도 1980년경까지는 공개문헌에서 김정일의 활동과 관련하여 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에 일반적으로 당중앙위원회를 의미하는 ‘당중앙’이라는 표현을 의인화시켜 사용한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수령’ 김일성의 사망 이후 북한에서 ‘혁명의 수뇌부’라는 표현이 서서히 과거의 당중앙위원회라는 표현을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김일성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 주위에 굳게 뭉칠 것을 주장한 것처럼,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옹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는 1970년대의 ‘당중앙’이라는 표현처럼 ‘수뇌부’라는 표현을 이중적 의미, 즉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수뇌부라는 의미와 최고지도자 및 최고지도자의 후계자에 국한시켜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은 “우리 혁명의 수뇌부는 주체위업의 완성을 위한 올바른 지도사상과 전략전술을 제시하고 당과 군대와 인민을 하나로 굳게 묶어세워 승리에로 이끌어나가는 선군혁명의 위대한 향도자이며 천만군민의 심장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주체사상에 의하면 올바른 지도사상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령’과 ‘수령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혁명의 수뇌부’가 김정일을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와 동일시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수뇌부의 유일적 영도’에 대한 강조
 
신년공동사설은 또한 “우리의 선군혁명대오 안에 수뇌부의 유일적 영도 밑에 한결같이 움직이는 강한 규률과 질서를 더욱 튼튼히 세우며 당정책을 결사관철하는 혁명적 기풍이 차넘치게 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까지 확인한 것에 따르면, 북한이 “수뇌부의 유일적 영도”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최근까지 유일적 영도와 관련해서는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와 ‘당중앙의 유일적 지도체제’ 확립만을 이야기해왔을 뿐이다.
 
최고지도자의 무제한적 절대 권력을 보장하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당중앙위원회 또는 당 상층부의 집체적 지도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이는 지금까지 강조해온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와 양립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금년 신년공동사설에서 복수의 의미를 가지는 ‘수뇌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수뇌부의 유일적 영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김정일 총비서의 유일적 영도체계와 그의 후계자에 의한 유일적 지도체제 확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 이외의 다른 해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1970년대 권력승계 경험의 반복 가능성
 
1972년 김일성 총비서가 환갑이 되었을 때 비록 그가 건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로동당 내에서 후계자 문제가 제기되었고, 김정일과 그의 삼촌 김영주간의 경쟁에서 김정일이 승리한 것은 북한 연구자들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정일은 그로부터 2년 후인 1974년에 김일성의 후계자로 당내에서 결정되었다. 따라서 북한이 과거의 경험을 반복한다면 김정일 당 총비서가 환갑이 된 2002년에 당 내에서 후계자 문제를 제기하고 2004년에 후계자를 지명하는 순서를 밟게 될 것이다.
 
역사는 비록 동일한 형태로 반복되지 않겠지만, 현재 북한에서 후계 문제는 1970년대와 다소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 당 총비서는 청년시절 사랑하여 동거까지 하였던 사실상의 첫 부인인 성혜림이 사망한 직후인 2002년 8월에 조선인민군출판사에서 발간한 대외비 자료에서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부인 고영희에 대한 개인숭배를 허용하였다.

2002년 8월에 발간한 강연자료 『존경하는 어머님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 끝없이 충직한 충신 중의 충신이시다』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를 가장 몸 가까이에서 보좌해 드리시며 충성 다해 모셔 가는 존경하는 어머님은 항일전의 그날 어버이 수령님을 높이 모시고 우리 혁명의 대를 굳건히 이어 놓으신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 동지와 꼭 같으신 분, 우리 모두가 따라 배워야 할 충신의 위대한 귀감이시다”라고 하면서 고영희에 대한 숭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영희와 김정일 총비서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철 또는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이해될 수 있는 조치이다.
 
동년 9월에 같은 출판사에서 발간된 강연자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는 믿음의 정치로 력사의 온갖 시련을 이겨 내고 언제나 승리만을 떨치시는 절세의 위인이시다』도 또한 고영희에 대한 숭배를 조장하면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선군혁명령도를 총대로 충직하게 받드는 길에서 대를 이어 누려 가는 수령복, 어머님복을 더욱 빛내여 나가야 한다”라고 끝을 맺음으로써 김 총비서 아들에 의한 권력 승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였다.
 
따라서 김정일 총비서의 후계 문제 조기 결정은 북한 내부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외부의 연구자에게 파악하기 어려운 점은 후계자가 이미 결정되었는가 아니면 어느 시점에 결정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은 “지난해에 혁명의 수뇌부를 핵으로 하는 일심단결과 우리 식의 국가정치체제가 더욱 억척같이 다져졌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북한 당 상층부에서 김 총비서의 후계자가 결정되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혁명의 수뇌부’가 김 총비서와 그의 후계자를 통틀어 일컫는 표현이라면, 1974년에 김정일을 ‘수령’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명하고 나서 ‘당중앙’이라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한 점을 고려할 때 이미 작년에 북한에서 후계 문제가 마무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김정일 총비서의 후계자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의 후계자가 어떠한 자질과 성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선로동당 상층부에서 후계 문제가 결정이 되었다고 해도 그 내용이 북한의 일반 인민과 외부세계에 정확히 알려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에서의 권력 승계 문제는 통일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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