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우 (우리땅독도찾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 통일뉴스 자문위원)

요즘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가 언론 지면에 자주 등장한다. 교과서는 일본 전국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표준이니 결국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세계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할 것이냐 하는 잣대를 정하는 작업이다. 역사 왜곡의 실체는 침략과 학살 수탈행위를 숨기는 것이며 그 행위를 아름답게 꾸미는 작업이다. 한국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지배 때문에 근현대사 전체가 암흑으로 뒤덮였고 지금도 강토와 민족이 분단 당하여 고통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 한국사회에서 보여지는 온갖 반민족적 행태들도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 문제를 대강 다루고 넘어갈 수 없는 처지이다.

한국은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낡은 역사를 접고 새로운 세상을 내어 올 힘을 키워왔다. 이런 힘의 한 가닥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갑오농민전쟁이었다. 그러나 갑오농민전쟁은 낡은 세력을 앞세운 일제의 침략으로 스러지고 말았다. 일제의 비호 덕분으로 스러져 가던 낡은 세력이 식민지배기간 내내 앞잡이로 위세를 떨쳤고 해방 이후에는 남한사회의 이른바 주류(main stream)가 되었다. 일제의 침략이 민족사를 메고 갈 바른 주류를 거세하고 역사를 정체 내지 후퇴시킬 세력을 길러 놓은 것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이 아니라 사대매국과 민족자주라는 한국 특유의 이념갈등이 바로 여기에서 배태되었다.

일본의 역사왜곡 실체는 침략과 학살 수탈행위를 숨기는 것

다음으로 일제가 우리에게 채워 놓은 족쇄는 식민지배를 위해 만든 억압, 통제, 감시, 수탈구조와 그 유지를 위한 식민성 이념과 친일 인맥이다. 식민지배는 감언이설도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총칼과 폭력으로 짓밟는 것이라 폭력장치가 필수적이다. 예전보다 좀 약해지긴 했지만 바로 이런 장치가 해방 이후에도 위세를 떨쳤고 지금까지도 백성들을 짓누르고 공포에 떨게 만든다. 바로 여기로부터 분단 대결 구조와 인맥이 형성되었다. 

다음으로 일제는 항복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괴롭혀 자신들의 국가 체제 유지를 위해 항복 교섭과 항복시기를 한국이 분단될 시점으로 잡은 것이다. 원래 전쟁 계획은 소련이 홋까이도를 점령하고 미군이 일본 본토를 점령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분단을 피하기 위해 일본이 교섭 과정을 이용하고 항복 시점 선택을 교묘하게 하여 엉뚱하게 한국이 분단 당하게 된 것이다. 독일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분단은 전쟁 주범이 당하는 것이다. 왜 식민지가 대리 분단을 당하는가. 지금까지의 모든 현대사 연구는 이점에서 그 방향을 잘 못 잡았다. 일본은 패전후의 국가 부흥을 위해 저들의 분단을 피하려고 이미 전쟁중에 온갖 모사를 다했으니 우리로서는 놀랍고 존경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우리가 대신 국토 양단이 되고 말았으니 참으로 고약한 일이다.

다음으로 일본은 2차대전후 지금까지 한국의 앞잡이 정권과 직계 하수인을 조종하고 지원하여 우리 민족끼리 불구대천의 원수로 대결하게 만들고 뒷전에서 어부지리를 챙겨왔다. 그동안 한국에 일본 군부 출신 정권이 지속되고 민족통일 논의가 금기의 영역으로 취급되고 한국 경제가 일본 관서경제권의 한 단위로 일본 부품 조립기지로 정착되고 한국이 일본 문화상품 소비지로 전락하고 만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분단대결 구조가 정착되고 강화된 과정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지금도 일본은 한국을 그들의 앞마당으로 취급하고 있다. 현대 일본방위백서에는 "...제국의 운명은 조선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달라졌다. 조선이 제국의 손 안에 있을 때는 제국이 부흥하였고 조선이 제국의 손 밖에 있을 때는 제국이 어려움을 겪었으니 제국의 지도자된 사람은 이를 깊이 명심할진저..."  마치 식민지 시기의 천황폐하 칙어를 읽는 느낌이다. 일본은 이를 위해 한국을 항상 저들의 손바닥 안 존재로 만들어 왔다.

일본의 야심은 과거 대동아공영권 부활이다. 이제 그 범위가 좀 더 넓어졌겠지만 그 사고의 틀은 같다. 지금까지도 교과서에 침략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논조를 계속 한다는 것은 과거의 행태를 다시 되풀이하겠다는 것 말고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인가. 그것은 우리에게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비극을 뜻한다. 그럼에도 이것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른바 망언이라고 알려진 침략적 발언들은 일부 극우정치인의 돌출 발언 정도로 한국에서는 취급 해왔다.

한국분단과 비극은 바로 일제로부터 온 것

극우파는 일본에서 아주 소수라고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떠들고 써 왔다. 천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일본의 정치체제 자체가 극우이고 일본정부와 학계와 사회가 극우인데도 이런 말들을 멋대로 뱉어 낸 것이다. 과거 생체실험의 주역이던 731부대 요원들이 미국과 이라크 전쟁에까지 활약했으며 그들이 바로 일본 전체 의료계를 장악하고 재생산 해왔다는 어처구니없고 놀라운 사실에 우리가 관심이나 가졌던가. 어찌 731뿐이랴. 일본사회 전 영역이 그렇게 되어 있는데. 망언의 주역들이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인데.

한국은 일본 때문에 신세를 망친 국가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한국의 둘도 없는 우방이다. 누가 일본을 우방이라고 했는가. 한국이 지난날의 비극을 겪지 않으려면 일본의 망발과 잘못된 교과서와 세계 2위의 군사력과 핵무장 위험성과 자위대의 한국상륙에 대해 심각하고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은 침략국가를 평화국가라고 우기고 침략과 학살의 주역인 천황을 단순한 외교 용어라고 우기면서 식민지였던 한국에 일찍 모셔 대접하지 못해 속이 타고 있다.

마침내는 영토와 바다까지 일본에 내주는 단군이래 처음 보는 사태를 맡게 되었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 파동은 일본 극우 세력의 환호 속에 일본을 찾아 과거 모든 범죄를 미화하고 없던 일로 만든 한국 지도자로부터 온 것이다. 말도 안되는 장난을 해도 잘했다고 칭송인데 어찌 교과서만 바꾸고 말 것인가. 나라까지 당장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 것이 천만 다행일 따름이다. 민족통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본의 범죄와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한국분단과 비극은 바로 일제로부터 온 것이다. 그런 일이 절대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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