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관한 이야기는 늘 불편하다. 이질적인 체제나 반공의식 찌꺼기 때문이다. 아니면 정치인들처럼 고상하고 거창한 용어를 쓰거나 목에 힘을 줘야 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런 불평은 언제나 허무하다.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렇다고 내가 통일문제에 대해 냉소적인 것은 아니다. 분단국가에서 사는 팔자라고 생각하면 좀 편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는 긴장을 풀어야 한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범생 같다. 하지만 미술작품에는 정답이 없다. 또한 작가의 이름이나 제목을 메모하거나 외울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런 건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을 뿐더러 미술작품은 이미지가 되어 대뇌피질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수납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연상작용과 약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

북한 미술작품을 감상하려면 이것 외에도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북한미술을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보듯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돈 없다고 사람 무시하는 인간들이 가장 싫다. 무명화가인 내가 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의 가치보다는 사람의 가치가 우선한다는 청춘시절의 가르침을 신봉하는 이유가 더 크다. 아무튼 미술품을 감상하는데 우월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촌스럽다고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열등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또한 북한 미술작품에서 이데올로기의 냄새를 맡으려고 킁킁거리지도 마라. 원래 모든 미술작품에는 사상이 담겨져 있다. 단지 직접적이고 적극적이냐 아니면 간접적이고 수동적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북한 미술작품에서 이데올로기의 냄새를 맡으려하면 자칫 포스터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거나, 자신의 사상을 확인 사살하는 정도로 끝나버릴 수 있다. 이것은 굉장히 쓸데없는 짓거리일 뿐더러 누군가가 자신에게 심어놓은 `레드 콤플렉스`와 악수를 나눌 수도 있다.

또 하나,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라는 거다. 전 세계에서 북한처럼 독특한 내용과 형식을 가진 미술작품을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윗동네에 살고, 50여 년 전까지 같은 나라였다고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보수언론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 역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폐쇄적이고 이질적인 체제`를 구축한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의 미술작품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지만 북한은 다르다.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대 같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기대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사실 내가 북한미술에 관하여 글을 쓰는데 가장 어려움을 느낀 대목이 바로 여기다. 자료도 부족하고, 기준도 없으며 평론도 없다. 솔직히 내가 어떤 식으로 글을 쓰든 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북한미술을 화가의 입장에서 감상하고 나름대로 잘게 씹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북한미술 이야기>는 상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미리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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