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주화운동을 벌이는 한국의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일본의 `RENK`가 15일 북한 내의 반정부조직이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인민학교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공개한 비디오테이프에는 분명히 `300만 명이나 굶어죽었다. 누구 때문인가`라는 등 김정일 정권을 반대하는 내용의 낙서가 촬영돼 있었다.

총 7분 분량의 비디오테이프 전반부에는 대낮 북한의 어느 도시 뒷골목과 `조선을 위하여 배우자`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학교를 찍은 장면이 담겨 있었다.

후반부에는 한밤중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어느 실내 벽에 씌어져 있는 몇가지 낙서를 찍은 장면이 보였고 비디오테이프의 내용 전개상 촬영장소는 전반부에 담겨진 학교 안의 어느 교실이나 방인 것 같았지만 확실하진 않았다.

테이프를 공개한 단체들은 촬영 경위와 관련, "북한 내 반정부 단체 조직원이라는 A씨를 중국에서 만나 지난해 11월 그에게 비디오 카메라를 줬고 같은해 12월 A씨로부터 카메라를 넘겨받은 B씨가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촬영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의심스러운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전반부와 후반부에 찍힌 곳이 북한의 같은 장소라는걸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후반부에 나오는 낙서 장면은 실제로는 A씨나 B씨가 직접 쓴 게 아닌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관계자는 기자들의 이런 질문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애초 테이프를 입수한 RENK쪽에 물어보라"고 말했고 RENK 대표 이영화(일본 간사이대조교수)씨는 "지난해 4월부터 A씨를 만나왔고 같은 조직에 속해있다는 사람도 만나본 결과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판단했다"고만 대답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부 기자들은 "확실한 근거가 없는 만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사실일 수도 있는데 목숨을 걸고 찍어온 테이프를 폄하해선 안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북한을 마치 지상의 낙원인 것처럼 선전해대는 북한 공식 매체의 보도와 달리 탈북자들로부터 간간이 전해듣는 북한 민중의 참혹한 처지, 그리고 북한에도 반정부 활동이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

그 와중에 충격적인 내용의 비디오테이프가 가끔씩 공개되더라도 일체의 확인이 불가능한 북한사회의 폐쇄성 때문에 기자들만 난감해지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 이충원기자 200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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