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미 국방당국이 북한의 군사력이 계속해서 증강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군사력을 감축하고 있다는 분명한 징조가 없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죠지 J. 테넷 국장은 7일 상원 청문회에서 "근 10년간 나타났던 북한의 군사력 약화 경향이 중단되었다"고 말하고, 중·장거리 미사일 기지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또 국방정보국(DIA)의 토마스 윌슨 부국장도 같은 청문회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전망하고, 그 이유를 군이 체제유지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군사신뢰구축에 소극적"

미 국방성의 한 고위관리는 <워싱턴타임즈>와의 회견에서 "우리가 북한과 신뢰구축 조치를 가질 때까지는 병력(주한미군을 지칭)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성 당국자의 이같은 발언은 남북간에 경의선 철도복구와 관련한 협정이 체결되던 8일 직전에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 주 남북간에 열린 일련의 회담에 "실질적인 행동"이 없었다고 말해, 최근 남북 당국간의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당국은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에 북한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근거로 남북간 군 고위인사 직통전화 개설, 상호 군사훈련 사전통보 및 참관 등이 없는 점을 들었다고 <워싱턴타임즈>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방성 관리들의 말을 인용,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희소한 자원을 신무기 도입에 사용함으로써 군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9월 국방성이 공개한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최근 240미리 다중로켓 발진 시스템과 170미리 자가추진 기관총과 3천기의 신예 SA-18 대공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되어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전후한 비교평가 없어

주한미군은 북한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최근 90곳 이상의 군 기지를 보다 효율적인 구조로 개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 국방당국의 이같은 지적에는 최근 남북관계 개선 이후 북한의 군사력 동향이 이전과 비교해 공세적인지, 또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연합전력과 비교할 때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대외개방 및 대량살상무기의 동결 또는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부시 정부의 이같은 판단이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북한의 군사력 동향이 남침을 위한 공격적인 전략과 병력 배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북한의 군사력이 한-미 연합전력에 비해 열세인 것은 대부분의 군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이다.

이렇게 볼 때 부시 정부하 미 국방당국자들의 `북한위협`론은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통제하고 ▲NMD 추진의 명분을 찾으면서 ▲대한 무기판매 여건 조성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받을 수 있다.

부시 정부가 `북한위협`을 강조하는 배경

이렇게 보는 데에는 먼저,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공식적으로는 지지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초에 들어 4자회담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대해 미국이 반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위협`만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생각해볼 대목이다.

둘째, NMD 구축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부시 정부는 중국, 러시아, 북한은 물론 유럽의 주요 우방국들에게서도 회의적인 반응에 직면하고 있다. 클린턴 정부가 기술적 문제로 인해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 NMD를 부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비롯한 소위 "우려스런 국가들(concern states)"의 `위협`을 계속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 제도화되어 가면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 단계에 들어가면 남북 군사력 감축이 뒤따르게 된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근래 무기도입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두 가지 점은 미국에게 대한 무기판매 조건을 악화시킬 우려를 던져줄 것이 분명하다.

결국 부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의 심화가 미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막기 위해 `북한위협`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의 <노동신문>은 11일, "미국의 `미싸일방위` 체계수립은 핵미싸일 독점권을 차지함으로써 세계의 다극화를 지향하는 대국들을 견제하고 세계제패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신문은 이같은 점에서 미국의 강경보수 세력은 평화 운운하면서도 실제로는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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