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한국민권연구소 연구위원)


미 해병대가 22일 1개 대대 500여명의 해병대와 장비를 고속 여객화물선을 이용해 24시간 안에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반도에 투입하는 수송훈련을 실시했다. 오키나와에 주둔중인 미 3해병 신속기동군 8연대 3대대 소속 해병대 500여명이 24시간이 못 돼 경북 포항에 도착한 것이다.

미군 신속배치 훈련 가져

이들은 경기 북부로 이동해 28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진행되는 `한국 증원훈련 프로그램 03` 훈련에 참가한 뒤 되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훈련의 특징은 속도가 빠른 배를 이용한 최초의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훈련은 2∼3일이 걸렸다고 하는데, 올해는 24시간 이내를 목표로 한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주한 미 해병대사령관인 티머스 도노번 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수송훈련은 태평양 지역의 미군 병력을 한반도로 신속히 전개시키는 더 향상된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군의 신속배치 훈련을 보며 며칠 전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굴욕적인 한미정상회담`이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자평하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화적인 해법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만나 어떤 내용의 평화적 해법에 대해 합의를 보았던 것일까. 정상회담 진행중에도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는 `군사적 선택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였으며, 주한미군은 실제 전쟁시 증원을 가상한 신속배치 훈련까지 진행하고 있다.

전쟁 준비 막는 실질적인 조치 취해야

극단적 예를 들어 안됐지만, 만약 한반도에 불의의 사태, 즉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은 24시간 이내에 한반도로 증원된다. 현재 주한미군은 3만 7천여명, 지난 4월 한미 합동 훈련 참가로 한반도에 배치된 스탤스기는 여전히 잔류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전문지 <성조>의 보도에 따르면(5월 22일) 미 7함대 소속으로 한반도를 담당하는 항공모함 키티호크가 대대적인 수리작업에 들어가면서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이 이라크 전쟁 기간에 이어 키티호크 임무를 대신한다. <성조>에 의하면 키티호크 항모전단의 전투함인 커티스 윌버, 쿠싱, 오브라이언 등도 칼빌슨 전단에 합류한다. 기존 전력의 연속성을 보장하면서 핵항공모함으로 군사력은 한층 증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정치가 `말의 잔치`라고 하더라도, 현실 정치에서 평화라는 것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라는 것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 참모들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과대포장할 때가 결코 아니다.

지금 당장 군사적 위협은 안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군당국과 주한미군의 군사적 움직임은 미국이 전쟁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화적 해법에 대한 합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의 평가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주한미군의 전쟁 준비를 막는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추가적인 군사적 움직임을 원천 봉쇄하는 것과 함께 한반도 핵문제가 터진 이후 한반도와 인근에 증강된 병력을 원위치에 돌리는 것으로 평화적 해법은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군사행동의 옵션으로 갖고 있는 핵선제공격, 작전계획 5027의 즉각적인 폐기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평화적 해법`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한반도 평화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에서 시작

한반도 핵문제의 진정한 평화적 해법은 관계의 문제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이나 북이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에게서 핵공격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 사실은 핵무기 자체가 위협 요소가 아니라는 것의 반증이다.

그러나 남이나 북이나 중국과 러시아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에게서는 핵공격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 말은 무엇인가. 한반도 특히 이북과 미국과의 관계가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는 객관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는 객관적 상황은 곧 북미 사이의 적대적 관계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법은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서 찾아야 한다.

북미 관계의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있다. 따라서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사실에 주목을 돌려 진정한 평화적 해법의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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