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한신대학교 교수, 통일연대 학술위 공동위원장)


1. 머리말 - 미국은 민주주의에서 먼 나라이다

▶김상일 교수.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기자]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할 때에 자유와 해방의 기치를 들었다. 그러나 과연 미국이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고 철학이 있는 나라인가? 여기 천재적 수학자 괴델이 이미 1930년대에 "미국은 독재국가가 된다"라고 미국 헌법을 공부하다 수학적으로 증명을 하였다.

그의 말에 반세기 동안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이라크 전 이후 미국의 자유와 해방에 대하여 한 번 즘 회의를 갖게 되었으며 그래서 괴델의 말에 새삼 귀를 기울리 게 되었다.

바야흐로 지금 미국은 나치즘 전야의 독일과 같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가 실종된 지는 오래 이고 표현의 자유는 이제 빈 말이 되고 말았다. 실로 나치의 전야를 방불케 하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2. 괴델은 누구인가?

▶`몸과마음`에서 2002년에 출판
된 『괴델』표지.
지금으로부터 55년 전 1948년 수학자 괴델이 "미국은 독재국가가 된다"고 수학적으로 증명한 적이 있다. 그러면 과연 괴델은 누구인가? `타임`지는 2000년도 밀레니엄 특집으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인물 100명의 명단을 발표했었다.

거기에 수학자 쿠르드 괴델을 가장 위대한 인물로 선정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괴델이 제대로 소개되지도 않았고 연구를 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그나마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에 관한 서적으로는 더글러스 호프스테드의 『괴델, 에셔 , 바하』(까치), 존 카스티의 『괴델』(몸과 마음), 요시나기 요시마사의 『괴델의 불완전성정리』(전파과학사)  등이 있다.

타임지가 괴델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한 이유는 서양 지성 사에서 진리라고 확실하게 믿어오던 수학적 진리를 괴델이 불완전한 것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쿤의 패러다임 전환이란 괴델 이후의 그의 영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쿤 역시 절대적인 진리란 과학의 영역에서 마저 없고 하나의 기틀(PARADIGM)에 불과하다고 본 점에서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후속 조치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괴델은 1906년 모라비아 브륜에서 태어났다. 그의 인생 절반(1906-1939)은 중부 유럽에서 살았고, 다른 절반(1940-1978)은 미국에서 살았다. 예의 제 1차대전 전 구라파 학자들이 그러했던 바와 같이 나치의 학대에 못 견디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는데 아인슈타인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괴델 역시 이민선은 타고 미국엘 와 뉴저지 프린스턴 대학에서 그의 학문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 온지 8년만인 1948년에 미국 시민권을 갖기로 결심한다. 시민권을 얻자면 미국 연방 이민국 판사 앞에서 미국 헌법과 국민윤리에 관한 구두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러한 시민권 취득 과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바로 괴델이 시민권 취득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미국 헌법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검토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괴델은 미국 헌법에 논리상 큰 모순을 발견하고 이러한 모순 때문에 미국이 앞으로 독재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논리학과 수학 그리고 물리학의 천재였던 괴델은 이 사실을 발견하곤 자기 옆 아인슈타인의 방으로 달려가 이를 알린다. 누구보다 괴델을 사랑하고 아꼈던 아인슈타인은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않는 듯 했다고 한다.

만약에 이 사실을 그대로 이민관 한테 말했다간 괴델이 시민권을 못 받을 것은 명약관화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그 당시 구라파에서 이민 온 지식인들 가운데 나치의 끄나풀이 있지나 않을까 하고 찾고 있던 때가 아니던가? 

아인슈타인은 괴델이 이민관 앞에 이 사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고집을 꺽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말하지 말라고 괴델을 달래어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괴델은 자기가 발견한 이 위대한(?) 사실을 꼭 말하리라 벼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는 이 사실을 말하고 다니질 않는가? 마치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안 이발사가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지경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인슈타인은 괴델을 동반하고 다른 동료인 모르게슈테른이 증인을 서 주기로 하곤 세 사람이 이민국에 나타났다. 아인슈타인은 괴델에게 자신의 발견을 잠시나마 잊으라고 귀뜸까지 해 주었다. 그러나 괴델은 자기의 발견을 자랑이나 하듯이 청산유수 같이 이민관 앞에서 늘어놓았다.

괴델은 헌법에 결함이 있으면 유럽에서 그러했던 바와 같이 나치즘이나 파시즘이 나타나듯이 미국도 앞으로 나치즘 같은 독재자가 나타날 수 있고 그래서 미국이 독재국가가 될 수 있다고 서슴없이 다 말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때 이민국 판사는 매우 관용한 인물이었으며 무엇보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인물이 괴델을 동반해 온 사실에 감명을 받아 아무 탈 없이 괴델을 합격시켜주었다. 아인슈타인의 명성을 톡톡히 이용한 셈이다.

그러나 한 번 2001년 9.11 테러 이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 번 생각해보자. 사정은 매우 달랐을 것이라 본다. 이민국은 지금 시민권 획득 선서에서 이런 말하는 자를 잡아낼 뿐만 아니라 이런 말을 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외국인과 심지어는 내국인까지도 조사하고 추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3. 그러면 과연 미국 헌법의 어디에 독재 조항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자면 괴델이 증명한 불완전성 정리를 조금 알아야 한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다름 아닌 고대 그리스의 `거짓말쟁이 역설`을 생각하면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한다면 참말`이 되고, 반대로 `참말을 한다면 거짓말`이 된다는 역설 말이다.

수학에서도 이러한 고약한 역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1902년 러셀이 발견하였다 하여 `러셀의 역설`로도 알려져 있다. 수학자들은 매우 당황했으며 20세기는 수학자와 철학자 그리고 논리학자들이 총 동원되어 이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영일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던 차에 1931년 괴델이 이 역설은 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수학은 불완전 상태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 그의 유명한 `불완전성정리`인 것이다.

그러면 이 거짓말쟁이 역설과 미국 헌법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괴델이 시민권을 취득할 당시인 1948년은 그가 불완전성정리를 끝낸지도 17년이 지난 때이다. 그래서 그는 불완전성정리의 시각에서 미국 헌법을 읽었을 것이다.

미국 헌법 제 4조에는 이상한 조항이 하나 있다. "모든 헌법 조항은 수정될 수 있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제 4 조도 수정될 수 있단 말인가? `수정될 수 있다`면 다른 조항은 수정될 수 없다가 된다. 왜냐하면 자기가 수정될 수 있는 한 자기가 지시하는 다른 조항들을 수정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정될 수 없다`라고 한다면 이 조항은 헌법 조항 속에 포함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헌법의 다른 모든 조항은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괴델이 미국 헌법 조항에서 독재적 요소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그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을 증명했는지는 알려주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중심 사상인 불완전성정리를 통해 볼 때에 제 4 조항이 문제되었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조항이 바로 `거짓말쟁이 역설`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는 어려운 논리적인 문제를 떠나서 과연 미국이 괴델이 예언했던 그대로 독재국가로 되어가고 있는지를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자. 사실 제 4 조항은 모든 조항에 대한 조항이며 예외적인 조항 즉 메타조항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조항은 수정할 수 있어도 수정할 수 있다고 하는 조항인 제 4 조항만은 수정할 수 없는 이 역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런 조항에 대한 조항은 충분히 응용하기에 따라서 독재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1995년에 미국은 200여년 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헌법을 바꾸자는 여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매우 단순한 일인 데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태우거나 찢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개인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헌법초안자인 제퍼슨의 기본 정신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고 표현의 자유라고 볼 수 있느냐 마느냐가 논쟁거리로 부상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1997년 6월 12일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에서 310대 114로 국기 소각은 불법으로 통과되고 말았다. 이 순간부터 미국은 큰 자기 당착에 빠진다. 헌법의 기본 정신인 개인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독재국가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그 자체를 훼손하는 자유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결론 앞에 우리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가? 

이러한 미국의 역설은 대외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들은 핵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예외이다. 요즘 북한핵 문제를 바라보면서 필자는 미국 헌법 제 4조의 역설을 다시 생각해 보고 55년 전 괴델이 왜 미국이 독재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미국은 핵 문제뿐만 아니라 사사건건 자기들만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법을 강조하면서도 자기들은 초법 혹은 메타 법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이 자기들 마음대로 국제 환경회의에서 탈퇴한 것이라든지 유엔에서 오직 자기들만은 초법을 적용하라고 다른 나라들에 강요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 4 조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조항은 심각한 역설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미국이 초법적인 행동을 할 때에 자기 역설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제4조항이 다른 조항과 같이 수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북한이 이번에는 고백외교를 펼치며 미국의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을 백분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 우리에게 핵이 있다" 그런데 "너희도 핵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그렇다면 너희부터 핵을 없애라 그러고 남에게 핵 문제를 제기하라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이러한 논리 앞에 할 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으로서 이러한 자가당착적 모순 앞에 뻔뻔스러워질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즉 "너희는 악의 축이기 때문에 핵을 가져서는 안되고, 우리는 선의 축이기 때문에 핵을 가져도 된다"이다.

이 말만이 미국이 처한 자기 역설에서 벗어나는 논리이다. 이점이 바로 미국 헌법 4조가 모든 조항은 변하고 수정할 수 있어도 그것을 말하는 `제 4조` 자체만은 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괴델은 이 조항이 바로 미국이 모든 것에서 예외적이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 보며, 결국 그 결과로 지금 미국이 독재 국가로 가고 있는 논리적 이유라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울리 교수가 팽창주의로 가고 있는 미국을 향해 "미국은 전체주의 사회로 가고 있다"라고 경고한 맥락도 이와 멀지 않다. 반세기 전 같은 프린스턴 대학에 있었던 괴델이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을 울리가 확인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이런 예외를 인정하는 한 미국 편에 서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 된다는 결과 밖에는 나 올 수 없다.

중국도 러시아도 이런 논리 앞에 설설 기고 있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 단 하나 북한만이 이런 미국의 역설논리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벌거벗은 왕을 보고 유일하게 그것을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거리의 한 어린 아이였다는 동화를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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