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생애 처음이자 대통령 취임후 첫 미국 나들이가 지난 11일부터 6박7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이번 방미가 노 대통령 자신의 말처럼 `가슴이 설레는` 일일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이번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주요 의제인 `북핵, 한미동맹, 주한미군, 경제협력` 문제 등에서 양국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대통령 후보시절 "사진 찍으러 미국 가지 않겠다"거나 "미국에 굽신거리지 않고 할말을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노 대통령의 호기와 약속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는 묘하게도 어떤 `승부`를 예감케 한다. `한국 대 미국`, `노무현 대 부시`라는 긴장과 경쟁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그 이유는 앞에서 밝힌 한미간 몇 가지 의제에서도 특히 `북핵문제`가 첨예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 이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린 데다 최근 베이징회담 이후 북미간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을 사이에 두고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을 쓰고있고 남한은 `민족공조`를 해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 승부다. 그런데 승부는 의외로 초반에 갈리는 경우가 많다. 초반부터 기싸움에서 밀리면 그 싸움은 하나마나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초장부터 기싸움에서 밀리고` 있어 그 전의(戰意)에 의심을 품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코드가 맞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이는 인파이터 기질로서 공세적 자세다. 그러나 방미중인 지금 노 대통령은 거꾸로 미국과 부시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려는 언행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방미중 "나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말끔히 없애겠다"면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반미주의자`가 아니라는 해명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인권의 가치를 부러워하면서 지향으로 생각해 재야시민활동과 정치를 해 왔다"며 "미국은 전세계의 자유와 평화의 이상을 실현하는 국가"라고 찬사를 머금지 않았다. 노무현의 `미국 코드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미국 닮기`가 각 의제별로도 나타나고 있다.

계속되는 방미중에 `북핵문제`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은 용납할 수 없고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평소 국내에서의 `북핵 불용` 차원이 아닌 미국을 의식한 강경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또한 `한미동맹문제`와 관련 "저와 한국 정부는 성숙하고 완전한 한미동맹관계의 발전을 위해 변함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기존 한미관계를 유지.심화시키겠다는 것으로서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겠다"는 후보때의 발언과 상반되는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문제`와 관련 "주한 미 2사단의 현 위치 주둔을 부탁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넓게 보면 평소 지론인 `자주국방`이나 `군작전지휘권 환수` 입장과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들 찬사와 `미국 닮기`식 언사들은 외교관례상 예를 지나치고 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이 이처럼 `미국 코드 맞추기`로 일관된다면, 이는 `노무현` 개인의 약속불이행을 넘어 한국국민의 자존심,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장래에도 커다란 상처와 타격을 줄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생존을 버리면서까지 그래서야 되겠는가. 국민은 요구하고 있고 `노무현` 역시 그 답을 알고 있다. 대통령이 됐으니 이제 "미국에 굽신거리지 않고 할말을 하는 대통령"임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노무현의 색깔이고 `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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