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묶은 사람이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른바 `북핵문제`는 지난해 10월 미국이 문제화했기 때문에 그 해결 수순에서도 미국이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미국은 북핵해법에 있어 팔짱을 끼고 있거나 딴짓을 하고 있다. 또한 들러리를 내세우거나 제3자에 떠넘기려 한다. 결국 파월 장관이 지난달 29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핵문제를 안보리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이 발끈하고 나섰다.

◆ 4월30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금 미 행정부 안에서는 우리 문제를 또다시 유엔에 끌고 가 국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울려 나오고 있다"며 "만일 미국이 끝끝내 핵문제를 유엔에 끌고 가 유엔의 이름을 또다시 도용한다면 우리는 부득불 비상시에 취할 행동조치를 예견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것이다"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 운명은 전적으로 미국의 정책에 달려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 이제까지 북한과 미국은 `북핵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 각각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을 주장해 왔다. 이것은 단순한 명칭문제가 아니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한 예로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베이징에서 진행된 북한-미국-중국간의 3국회담을 남한 언론들은 `3자회담`이라 불렀다. 미국측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3국회담은 `북핵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자는 회담이기 때문에 `북핵회담`이라 하든지 아니면 흔히들 그렇듯 회담장소와 연관시켜 `베이징회담`이라고 하면 되는데 말이다.

◆ 그렇다면 북한은 왜 양자회담에 집착하는가? 이유는 자명하다. 북핵문제를 `산생시킨` 것은 `미국`이고 따라서 미국이 아니고서는 핵문제와 한반도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양자회담에 대한 강한 집착은 이번 베이징 `북핵회담`에서 여실히 나왔다. 북한은 중국측을 그냥 장소 제공자로 여겼다. 그래서 보도에 의하면 북한 리근 대표는 중국 대표가 있는 공식 테이블에서가 아니라 회담장 복도에서 켈리 대표에게 `핵무기 보유 선언`과 아울러 그 해결을 위한 `새롭고 대담한 제안`(a new bold proposal)을 했다는 것이다.

◆ 작은 나라인 북한이 이토록 치밀하게 양자회담에 공들이는데 비해 큰 나라인 미국의 처신은 너무 옹졸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미국은 회담이 "매우 유용했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못먹을 감 찔러나 보자는 격이다. 그러다 이제 미국은 자기들이 이라크전때 무력화시켰던 유엔의 힘을 빌리려 한다. 끝까지 북핵문제를 자기네가 책임지지 않는 다자구도나 국제기구로 넘기자는 심보다. 미국은 더 이상 추해지기 전에 결자해지 원칙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