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군사평론가, `반갑다 군대야` 지은이, hiarmy@orgio.net)
 

한 사람이 미국 감옥에 있다

한반도 주변이 미국의 이북 핵소동으로 어느 때보다 긴장이 조성된 가운데 지난 2003년 2월 4일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재미동포 예정웅 씨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하여 붙잡혔다.

미 연방수사국 국가보안부의 특별수사관이 만든 진술서(affidavit)에 의하면, 피검자 예정웅 씨는 이북 정보기관의 지령에 따라서 미국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수행한 것으로 되어있다.

연방수사국 국가보안부는 1995년 12월부터 비밀수사에 착수해 2003년 2월 체포 당일까지 7년 동안 저들은 미행, 감시, 도청, 침입수색, 위장접근 따위의 수법을 동원해 피검자를 검거하기 위한 일련의 물증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다 북·미 관계가 첨예한 대결상태에 빠져있는 시점에 이북의 대미 첩보활동에 대한 검거사건이 일어난 것일까. 그것도 피검자를 자택에서 체포하는 현장에 미국 언론을 동원하여 체포장면을 생생하게 보도하도록 유도하면서 검거사건을 일으켰다.

미국의 교포운동단체인 자주민주통일미주연합이 2월 12일 <이북의 대미 첩보활동과 미국 수사당국의 검거소동>이라는 논평에서 "가히 극적인 검거소동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고 비하할 정도다. 이것은 미국이 자국의 언론을 동원하여 북·미 대결국면에서 이북의 약점을 잡아 보겠다는 얄팍한 언론플레이라는 지적이다.

논평에서 "피검자가 왕성한 첩보활동을 수행하였던 지난 시기에는 검거하지 않고 있다가, 왜 하필 첩보활동이 중단된 이후 조·미 대결이 한층 격화된 시점에서 검거하였을까? 거기에는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당국은 이북의 첩보원을 검거하는 사건을 미국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게 함으로써 이북에게 사건의 책임을 추궁하고 이북을 정치적 곤경에 빠뜨리려고 획책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강한 의문을 나타낸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2월 7일 예씨는 윌리엄 제니지오 변호사를 통해 "북한과 중국 등 방문은 미국 시민권자로 적법한 절차를 밟은 여행이었고, FBI가 주장하는 미국내 정보수집 역시 신문 등 공개된 정보였다"며 보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각 당했다. 결국 이 사건은 기각 당한 내용만 국내 <한겨레>신문에 조금 실렸을 뿐인 철저한 미국 국내 여론몰이용인 셈이었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일으킨 이 사건은 이북의 선군정치를 통한 대미 총공세와 최근 대중적인 주한미군 철수요구로 무르익는 이남의 반미주장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음모라는 견해를 떨쳐버릴 수 없다.

미 국방부의 여론조작의혹

지난 1월 22일 오전 11시 미대사관 앞에서는 평소와 다른 특별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여중생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중생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미국 국방부의 비밀공작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여중생 범대위는 뉴욕타임즈(2002년 12월 16일자) 기사보도에 의하면 최근 여중생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한국 내 반미기류 등 동맹국들의 반미감정에 대처하기 위해 비밀선전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 계획에는 미국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을 매수하거나 친미시위를 조직하는 일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중생 범대위는 최근 촛불 시위를 흠집내는 친미수구언론의 보도가 계속되고, 한국기독교총연합 등 크고 작은 친미시위와 성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미 국방부의 비밀공작 음모`가 실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며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즈 2002년 12월 16일자 기사를 뒷받침이나 하듯 1월 11일과 19일, 3월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수 만명을 동원한 친미시위가 벌어졌다.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이들의 친미행각은 오프라인인 광화문을 넘어 통일관련 온라인 사이트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자료 게시판에 `사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아이디(www.theology21.org/ko/korea2003.htm)로 도배를 해놓았다. 또 다른 출처는 [출처]하나님의 말씀연구회 http://www.wordstudy.pe.kr이거나 탈북애국청년회(www.nkd.or.kr)이다.

한 목회자는 `모이자 1월 19일 오후3시 시청앞 광장으로`라는 글에서 "이날 기도회는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국민일보, 극동방송, 기독교TV, 기독교언론사가 후원했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께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순복음 교회 신도들이 특히 많이 모였다. 이 교회가 큰 집회를 많이 해보아서 그런지 무대에서의 진행과 광장내의 질서는 한 치의 틈도 없이 거의 완벽하였다"고 해 이들의 치밀성을 드러냈다.

이 아이디는 `시사논객`이라는(www.theology21.org/ko/korea2003.htm) 또 다른 이름으로 연결해놓았다. 이 아이디를 클릭하면 다음 카페인 `기독교의 복음과 우리의 문화`(http://column.daum.net/sion)가 나왔다. 꼭 부시같이 생긴 한 목사 사진과 함께 성경옆에 촛불을 킨 채 민족민주운동세력들을 비하하는 칼럼을 잔뜩 올려놨다.

대표적으로 2002년 12월 29일에 올린 <제50호> `여중생 과실 사건에 대한 `범대위` 주장의 허구성`이라는 글에서 "2002년 12월 28일 현재 시점에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다가오는 전쟁 위기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그 숱한 윤화 사고 중에서 두 여중생 사건이 한·미 양국에서 주한미군 철수 여론을 확산시켜 민족의 최대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일까? 사태가 이렇게까지 전개된 데에는 `범대위`의 근거 없는 주장과 무리한 요구의 책임이 크다"라는 일방적 주장 일색이다.

이들과 함께 보수기독교계 목사들과 우익세력들은 3월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10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핵 반김(反核 反金)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3월 1일 행사는 오랫동안 한미협회 간부를 맡아온 김상철씨가 집행위원장으로서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미 국방부의 지시의혹 하에 여론분열을 조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북송금문제 여론몰이 조작의혹

대북송금 문제 여론몰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재미언론인 김민웅 씨는 2월 18일 한 인터넷신문에 "대북 송금 논란은 겉으로는 절차적 정당성의 논리를 고리로 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냉전수구세력과 미국이 원하는 대북 봉쇄전략의 강화를 위한 전술적 역습에 그 초점이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일보> 기자인 도올 김용옥씨는 2월 10일자 <문화일보>에서 대북송금 문제의 최초 발설자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지금 특검제를 도입하여 대북송금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기나긴 시간동안 구축된 현대아산의 대북 경제채널을 궤멸시키려는 국제적 음모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우선 대북송금 4억달러의 최초의 발설자가 국내 정가의 인물이 아닌 미국 의회조사국 연구원 래리 닉시라는 미국인이었다는 사실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이 단순한 사실은 발설자의 배후조종세력들이 남북간 경제협력의 직접적 대화채널을 달갑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태평양 바다 건너 미국의 극우 보수지인 워싱턴 타임즈 지에는 `서울의 스캔들`(A scandal in Seoul)이란 제목으로 실린 사설이 실렸다.

이 사설은 노무현 당선자가 김대중 대통령의 스캔들을 적당히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될 이유를 논하는 글이다. 여당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즈음하여 현대를 통해 변칙적인 방법으로 북한 김정일 계좌에 송금된 것이 통치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단지 노무현 당선자의 여당의 이해 관계를 넘어 아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비밀 송금 사례가 한국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대북 정책 조율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는 관건이므로 대북 비밀 송금의 내막은 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이 사설의 골자이다.

알다시피 최초의 대북송금지원 `소문`은 미국언론에서 흘러나왔고, 그것을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받아 부풀렸고, 한나라당이 대선 때 한번 써먹었던 것이다. 이미 약발이 떨어진 것이다. 떨어진 약발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위 사설 역시 `기독교의 복음과 우리의 문화`(http://column.daum.net/sion)를 운영하는 부지런한(?) 바로 그 목사가 2월 11일자 `시사논객` 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해 (www.theology21.org/ko/korea2003.htm) "미국인이 본 햇볕정책과 반미감정의 역학적 관계"
라는 제목으로 이곳 저곳에 퍼다 날랐다. 미국의 극우보수지인 워싱턴 타임즈지 사설을 그대로 베껴 미국의 여론조작에 비판은커녕 미국의 `충실한` 입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민족이 우선인지 외세가 우선인지 분간조차 하지 못하는 반민족 보수세력들이 미국의 여론조작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석달 넘게 남북관계를 발목잡고 있는 대북송금 문제는 지난 3월 10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한나라당이 지난해 16대 대통령선거 전 대북 밀사를 파견해 집권하면 DJ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통이 큰 대북지원을 할 것임을 제의했다고 주장한 뒤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북은 남북관계의 발목잡기 수준을 넘어 남북관계를 파탄내려는 미국의 간섭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겠다는 태도다.

나흘 뒤인 14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한나라당의 `대북밀사`를 평양과 중국베이징 등에서 접촉했다고 밝히면서, 한나라당은 지난해 9월과 12월 중순 대북밀사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아태평화위 대변인은 이날 "`이회창 정부`는 자기들의 청원을 북측에서 들어만 준다면 현 정부보다 더 많은 자금은 물론 항목과 규모에 제한없이 `통 큰 대북지원`을 할 계획이므로 북에서 이 후보를 밀어 달라고 애써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말의 진실규명을 위해서라도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문제를 비판하기 앞서 한나라당의 대북지원 계획을 진상규명해야한다는 목소리는 가 한층 더 힘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남의 나라 문제에 감나와라 배나와라 하며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여론조작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별문제가 되지 않는 `특수한` 남북의 교류협력문제에 특검법 운운하며 민족의 역량을 낭비하는 국면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조차 15일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대북송금 사건 특검법을 원안대로 공포했다. 이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한국군 파병을 지원하기로 한 것과 함께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노 정권의 적나라한 한계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의 본질 외면한 `짝눈 보도`

미국 언론들의 `반한(反韓) 보도`가 나날이 정도를 더해가며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의 3대 방송사중 하나인 CBS TV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식스티 미니츠(60분)`가 지난 2월 10일 `양키 고 홈`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분위기와 관련한 20분짜리 특집물을 내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말 촛불시위때 시청 앞 광장에서 대형성조기가 찢겨 나가는 장면과 `양키 고 홈`이라고 쓴 시위대들의 피켓 등을 화면확대하면서,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이 성조기가 불태워지기까지 한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눈물을 글썽이며 "이래도 주둔해야 하느냐"며 울먹이는 모습까지 내보냈다.

CBS는 또 한국인들 몇 명을 모아놓고 "김정일과 부시 중 누가 더 위협적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부시`라고 거침없이 답변하는 모습도 조명했다. 한국인들에게 폭행당했다는 미군은 "내가 폭행 당하기 전에 그들은 미국에 대해 욕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월 9일 "한국의 반미감정이 깊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성조기가 불태워지고 있는 사진을 웹사이트에 게재한 이후 지금까지 이 사진을 걸어놓고 있다.

이 신문은 당시 기사에서 29세의 한국 여성이 "미국이 떠나도 개의치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원하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다른 많은 나라들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할 리 없다. 우리는 피를 나눈 하나의 민족"이라고 말했다면서 "이것이 한국과 미국 사이에 놓인 간극"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여타 언론들도 최근 전국을 휩쓸고 있는 촛불시위의 근원인 고 신효순.심미선양 압사사건에 대한 보도는 생략한 채 촛불시위때 표출된 일각의 반미 분위기를 화면확대하는 보도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이 또한 미국 언론이 마치 주인이 머슴을 힐난하는 듯한 고압적 시각에서 최근의 문제를 여론조작을 통해 왜곡보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결국 이렇게라도 미국이 여론조작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좌불안석이지 않을까.

미 연방수사국이 1995년 12월부터 수사해온 재미동포를 이 시점에 체포하는 것이나, 미8군사령관이 울먹이며 "이래도 주둔해야 하느냐?" 할 정도로 미국의 체면과 위신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의 보수기독교인들을 동원해 광화문 앞에서 친미시위를 조직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에다 온갖 보도를 동원해 반한보도에 매달리고 있는 미국의 처지가 분명 다급해진 것이 확실하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미국이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일면 한반도에서 흔들리고 있는 지위를 중동에서 만회하고자 더더욱 이라크 전쟁에 광분해 있는 미국에게는 전쟁초읽기 분위기를 만들 여론몰이밖에 보이지 않는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이 강행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민족의 역량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다급한` 미국의 전쟁여론조작을 제대로 꼬집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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