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환 기자(khlee@tongilnews.com)


3.1절인 3월1일 서울 도심과 외곽에서는 넓은 의미에서 `평화와 통일`과 관련된 세 개의 커다란 행사가 있었다.

워커힐 호텔에서는 `2003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준)`(추진본부) 주최로 북측 종교인 105인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 민족대회`(3.1 민족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시청앞과 여의도에서는 보수진영과 보수교단이 중심이 돼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반핵반김 국민대회)와 `3.1절 84주년 기념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금식 기도회`가 각각 열렸다.

또한 탑골공원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여중생범대위`와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주최로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촛불대행진)이 진행됐다.

세 행사 모두가 3.1절을 기리기 위해 열렸으나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보혁갈등`으로 묘사하면서 이른바 `남남갈등` 및 이념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물론 그러한 면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는 자칫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거나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보수`로 말할 것 같으면 `3.1 민족대회`에 참가하는 7대종단이 모두 보수에 가깝다. 이번 `3.1 민족대회`는 기본적으로 종교행사이다. 따라서 남측내 모든 종교계와 그 대표단이 참가했다.

또한 추진본부의 주요 축인 민화협 역시 남측의 보수에서 진보에 이르기까지 200여개에 이르는 광범한 단체와 인사를 망라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넓은 의미의 종교계와 보수진영이 `통일`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회의 내용 면에서 보면 `3.1 민족대회`는 특히 통일문제를, 그리고 `촛불대행진`은 평화문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반핵반김 국민대회`는 형식적으로는 평화와 통일을 말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앞의 두 행사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세 개의 행사를 보혁갈등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다. 그보다는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시각과 입장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든 진보든 이념에 관계없이 평화와 통일을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 개의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반핵반김 국민대회`이다. 이 대회는 최근 한반도문제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이른바 `북핵문제`를 건들면서 이를 곧바로 반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반핵이란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가정하에 북한을 반대하는 것인데 북한의 핵 보유는 미국이나 국제적으로도 아직 그 증거가 불확실하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함으로서 객관성을 가지고 있지 못함과 동시에 그 문제를 일으킨 다른 한편인 `미국`에 대한 문제를 비켜가고 있다.

또한 반김이란 반김정일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왜 그래야 하는지가 불분명한 동시에 선정성을 갖고 있다. 특히 이러한 주장은 남북이 합의하고 세계가 지지한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결정적으로 어긋나 있다.

물론 사상과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사회의 기본이다. 그리고 3.1정신에 대한 해석도 입장과 처지에 따라 각자 다소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북측의 손님을 맞이하고 다른 한편에서 반북을 외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나 예의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21세기인 지금 한낮 도심에서 냉전시대의 유물인 `반공반북이데올로기`가 부활한 듯한 착각과 느낌이 들어 씁쓸하다. 이념의 시대가 가고 민족화해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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