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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 대통령 취임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권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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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01.2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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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헌(민가협 양심수 후원회장)

 
노무현 당선자는 다음달 25일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양심수에 대한 특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이 말했다. 노 당선자는 `정밀하게 검토해 사면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취임 때 사면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사무총장이 전했다. 특히 `노동자와 한총련 등 학생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관련단체와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낸 뒤 사면을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선별사면이 아닌 전원석방의 사면돼야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공식발표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노무현 대통령 취임에 특별사면 복권을 검토한 바 없다"라는 보도와 관련 양심수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그 진위를 알아보려 애써온 일이 있던 터에 노무현 당선자의 이 길은 분명한 양심수 사면의지에 양심수 가족들은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나 `사면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서`라는 말이 선별사면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분명히 재고해야하고 전원 석방의 사면이어야 함을 다시 촉구한다. 이미 지난 16일 361개 시민사회단체가 양심수 전원 석방, 정치수배 해제, 사면, 복권 등 양심수 사면을 촉구하면서 대표단 이름으로 대통령 당선자의 면담을 요청해 놓고 있는 터였다.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양심수 대사면은 대통령취임 때마다 있었던 관행적 조치로서의 사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속 양심수의 고통과 쫓기는 정치수배자들의 절박성 때문이고 양심수가 더 이상 권위주의시대 공안당국을 지탱하는 볼모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며, 헌법이 보장하고 세계인권선언이나 국제인권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짓밟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주화시대, 문명시대에는 단 한사람의 양심수가 있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양심수는 권력형 부정비리나 부정축재 거액세금 포탈 등을 저지른 범죄자가 아니다. 살인, 강도나 그 밖의 파렴치 형사 피의자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는커녕 모든 사람의 존엄과 이익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다. 바로 개인이나 소수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 공동선을 위해 양심에 따라 활동하다 구속된 사람들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불이익이 있을 것임을 알면서도 정치적 종교적 도덕적 학문적 확신으로 활동하다 수난을 당하고 있는 확신수이기도 하다.

양심수에 대한 국제인권기준이 있지만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나라마다의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사회·환경적 조건에 따라 그 유형이 다를 수 있다. 외세와 분단, 독재와 독점구조에 맞서야 했던 이 땅에서의 양심수는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위해서,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진보를 위해서, 민중들의 생존권을 위해서 활동하다 구속된 사람들이다. 이러한 양심수의 구속상황은 그 사회의 인권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었다.

이 땅에서 수많은 양심수가 구속되었기에 인권후진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었다. 1987년 대만에서는 단 한사람 남아있던 양심수가 석방된 뒤에는 중국공산당과 같은 강령 통일정책을 갖고 있는 정치세력까지도 사법제재나 인신 구속하는 일이 없다. 폭력으로 국가를 전복하거나 사회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파괴적 행위를 하지 않는 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나 사상을 주장한 것만으로 잡아 가두는 야만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오늘 양심수를 석방하고 사면 복권해야할 당위성이기도 하다.
 
양심수 사면은 법을 어긴(죄를 지은) 이에게 베푸는 은전이 아니다. 잘못된 법과 제도로 잘못 집행된 피해자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이다. 실정법 체계 속의 사법판단이 아니라 역사와 정의를 바로잡는 대통령의 통치수단이면서 고유권한이기도 하다.

양심수 사면은 은전이 아닌 원상복귀

지난해 12월 31일 122명에 대한 특별사면 특별복권 특별감형조치가 있었던 것을 빗대어 일부에서 사면권 남용이라고 비판이 있었지만 권력형 부정비리자 경제파탄을 자아냈던 재벌 총수 고위 공직자 비리 연루자들에 대한 사면은 분명히 그러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개인 또는 소수집단의 탐욕을 위해 엄청난 국민적 피해를 입혔던 이들 범죄자의 사면에 비해 사회정의 실천과정에서 잘못된 실정법으로 구속된 양심수에 대한 사면조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사회라면, 그러한 사회의 지도자라라면 마땅히 양심수를 석방하고 사면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 할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가 12월 31일 사면을 `큰 규모의 특별사면 복권`이었다며, 때문에 `대통령 취임때 사면은 없다`고 밝힌 것도 부정비리 범죄자에 해당될 말이고 단 한사람의 양심수를 석방하지 않는 양심수문제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었다. 참고로 12월 31일 사면조치를 보면 이른바 경제인 고위공직자 등 19명과 외국인 노동자 51명 선거사범 8명 등에 관한 형집행면제 특별사면, 또는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복권 등이었고 사형수 4명에 대한 특별감형 초치 등이었다.  양심수석방은 전혀 없었고 다만 2000년 형집행정지 또는 만기를 채우고 출소한 40명에 대한 사면 복권 조치가 있었을 뿐이다.
 
역대 대통령 취임 때마다 양심수 사면은 있어 왔다. 사면의 성격과 내용은 새 정권의 출범 의미와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노태우 정권(1988.12.21) 출범 때는 기결양심수는 조건 없이 전원석방과 특별사면, 특별복권을 했으며 수사중인 양심수 30명은 검찰이 구속 취소하여 석방케 했고, 재판에 계류중인 123명은 법원에서 구속취소를 청구하여 전원석방조치 했었다. 정치수배자도 조건 없이 수배해제 하여 장기구금 양심수를 뺀, 남민전 사건의 무기형 얌심수를 비롯한 모든 국가보안법 조직사건까지 전원 석방된 바 있었다.

김영삼 정권 출범 때(1993.3.6)도 514명 구속양심수 가운데  144명(28%)을 석방했으며 현정권 출범(1998.3.13)때도 478명 가운데 74명(15%)이 석방된 바 있다. 사면 날짜가 반드시 취임식날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취임 경축 사면이었다. 이 같은 양심수사면에서 눈에 뜨는 일은 노태우 정권 출범 때의 기결, 미결을 가리지 않고 모두 석방조치한 일이며 정치수배자에 아무 조건 없이 수배해제한 일이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취임 양심수 사면에서도 반드시 모든 양심수의 전원석방과 정치수배자의 조건 없는 수배해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정권 출범하고 지난 1월 9일까지 모두 2204명의 양심수가 구속되었다. 국가보안법 적용 양심수만도 1045명으로 구속양심수의 47.4%를 차지하고 있다. 김영삼 정권 5년 동안 4269명에는 절반수준이지만 민주사회에서 양심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른바 국민의 정부도 인권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게 되었다.

이처럼 많은 양심수를 구속하면서도 양심수 사면에서는 매우 인색하기만 했다. 대통령취임 경축사면이 있었던 1998.3.13에 475명 양심수가운데 74명(15%)만이 석방되었고 같은 해 8.15 광복절 사면에서도 사상전향제를 없애는 대신 준법서약제를 다시 도입하여 양심수 석방의 발목을 잡았었다. 당시 455명 양심수 가운데 94명만이 석방되었다.

1999.2.25일 대통령 취임 1돌 기념사면에서는 39명이 형집행정지 또는 가석방 등으로 석방되고 5명에 대한 감형조치가 있었는데 이때 비전향장기수 19명을 석방한 조치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같은 해 광복절사면에서는 악명 높았던 준법서약제도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실효성을 잃으면서 준법서약서를 쓰지 않고 한총련 대의원 39명을 비롯한 56명이 석방되었다. 그해 12월 31일엔 마지막 남아있던 비전향 장기수 2명을 비롯한 9명만이 석방되었다. 2000년을 맞아 대규모 밀레니엄 대사면을 예고했지만 약속했던 밀레니엄 사면은 없었다. `총선을 앞둔 정책사면이란 야당의 정치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집권당 정책위의장의 변명이 있었다. 그리고 8.15광복절 사면에서는 양심수 20명이 석방되고 9명이 감형되었다.

이때를 마지막으로 지난해 12월 31일 출소양심수 40명에 대한 사면 복권조치 외는 2000년 성탄절 연말사면에서 그리고  2001, 2002년 3.1절, 석탄절, 광복절, 성탄절 사면 때마다 일반형사피의자는 무기수까지 수백명씩 석방 등 사면조치가 있었지만, 더구나 권력형 부정비리 중죄인이 사면되고 있었지만 양심수는 석방도 사면복권조치도 전혀 없었다. 이번 새 대통령 취임 양심수사면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새 대통령 취임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새 대통령 취임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63명이 갇혀있는 양심수 가족들이고 250여명의 정치수배로 쫓기고 있는 한총련 학부모들과 노동자 가족들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미 대선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개편, 한총련 이적규정의 모순성을 말해 왔었다. 또한 인권변호사로 활약했었고 노동쟁의의 합리적 해결에 힘을 쏟기도 했었다.

오늘 구속돼 있는 통일인사와 한총련 학생 그리고 노동자들은 분명히 잘못된 법과 제도 관행으로 부당하게 구속 되어있는 양심수들이다. 10년을 넘게 이어오고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석방을 위한 민가협 목요집회에서 양심수가족들과 정치수배 학부모들은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절박한 사정을 호소하고 있었다.
 
중증 간경화를 앓고 있는 박경순씨의 초등학교 6년 박정우 어린이가 편지글을 읽고 있었다. `아버지를 보고 싶은 마음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아버지의 생명이 시들어 가고 있는 것`이라며 아버지의 생명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박경순씨는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에서 7년형을 받고 4년이 넘게 병마와 싸우며 어려운 수형생활을 해 오고 있다.

또한 오늘 감옥에 갇혀 있는 양심수 가운데 가장 형량이 무거운(8년) 민혁당 사건의 하영옥씨의 일곱 살난 어린 딸 혁춘이도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새학기 초등학교 입학식에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했다. 같은 민혁당 사건의 이석기씨 85세 노모님 김복순 할머니는 병약한 몸을 이끌고 양심수석방 기자회견장과 민가협 목요집회에 나와 외치고 있었다. `민주화 운동, 통일운동 한 게 무슨 죄가 된다고 감옥에 가둬 두냐`고.

또 다른 민혁당 사건의 임태열씨의 어머니 함평숙님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10여년 정치수배자로 쫓기다가 다시 감옥에 갇히는 부당함을 말하였고, 7년 동안 정치수배자로 쫓기고 있는 최원석씨의 어머니 방영숙님도 한총련 활동을 한 게 무슨 죄가 된다고 금쪽같은 아들이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며 수배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목요집회에서는 이 밖에도 폐결핵을 앓고 있는 이창호씨, 정신불안을 겪고있는 김대원씨의 건강권 침해도 규탄하며 즉각 석방을 촉구했었다.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랫동안 쫓기면서 정상적 생활이 어려웠던 수배학생들의 절박한 사정도 속속 드러나고 있었다. 2002년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 윤용조 학생은 4년 동안의 수배생활에서 심근염이라는 중증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병원에도 갈 수 없는 상태이고 2000년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장 박제민 학생은 다리골절과 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마음놓고 병원치료를 못하고 있다.

명동성당에서 한·미 소파개정과 미국의 전쟁책동 중단을 요구하며 25일째 단식농성을 하고있는 1999년 한총련 의장이며 명지대학교 총학생회장 윤기진 학생도 저혈압 등 탈진상태에 있지만 수배자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또한 노동자들의 수배생활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9월부터 명동성당에서 병원노련 탄압과 관련 농성을 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도 오랜 수배생활과 노상농성, 단식투쟁 등으로 심부전증 등 심각한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렇게 감옥에는 하영옥, 박경순, 김경환씨 등 재야 통일인사 11명과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등 노동자 28명, 손준혁 6기 한총련의장, 10기 한총련 김형주 의장 등 한총련학생 24명 등 모두 63명이 갇혀있다. 또한 김영삼 정권시대 정치수배자 5기 한총련의장 권한대행 유영업학생 등 5명을 비롯한 국민의 정부 정치수배 학생 200여명이 쫓기고 있으며, 위에서 말한 차수련 위원장과 김창근 금속노조 위원장 등 노동자 25명 그리고 전국빈민연합 장봉주 위원장과 홍순석 한청 부위원장 등 6명, 모두 250여명이 정치수배자로 쫓기고 있다.

국가보안법 없는 국민대통령시대가 열리기를

이들 구속 양심수와 정치수배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노무현 당선자에 거는 기대는 크기만 하다. 정치개혁과 남북화해협력정책, 불평등한 한·미 관계의 재정립에 대한 기대이면서 권위주의 시대 반민족 반민주 반인권 잔재를 없애고 자유롭게 평등한 기본인권이 보장받는 세상을 이루는데서 맨 먼저 해야할 양심수석방 정치수배해제는 필수과제이기 때문이다.

새 정권의 국정과제 가운데 인권 부분이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양심수를 낳게 하는 국가보안법, 노동관계법 등 반민주악법을 없애거나 고쳐야 할 것이며 범민련, 한총련에 대한 부당한 이적규정을 철회하고 다른 모든 사회단체와 함께 합법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보장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민주화시대, 문명시대,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게 하는 구시대의 낡은 유물들은 말끔히 씻어 버려야 하고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시대 국민대통령시대 더 이상 감옥에 갇혀있거나 정치수배로 쫓기고 있는 불행한 일은 끝장 내야할 것이다. 새 대통령 취임과 새 정권의 출범으로 이 땅에는 양심수도 정치수배자도 국가보안법도 없는 국민대통령시대가 활짝 열리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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