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6대 대통령선거에서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3자구도에 들면서 TV 합동토론회에 서 차별화에 성공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일까, 아니면 현재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19일 밤에 당선 유력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일까? 정치의 주인인 `국민`을 제외한다면, 아직까지는 이들 후보보다는 `북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에 비해 몇 가지 점에서 분명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네가티브 전략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역감정, 색깔론, 흑색선전, 폭로전술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이전보다 다소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권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차이는 이른바 `북풍`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역대 선거에서 북풍은 매번 불었고, 또 그 북풍은 늘 음습하거나 조작된 바람일 것이라는 의심이 많았다. 그래도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한번 분 바람은 선거 판세를 결정했고, 따라서 그 바람이 불어온 방향인 북쪽은 늘 남한 선거의 부당한 개입자로 `누명`을 쓰곤 했다.

물론 이번에도 북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번 북풍은 - 물론 미국에 의해 불거진 것은 사실이지만 - 조작되거나 인위적인 바람이 아니라 자연적인 바람에 가깝다. 이른바 `북핵문제`가 그것이다. 이 북핵문제는 지난 10월초 켈리 미 특사의 방북후 일방적으로 나온 `북한 핵개발 시인` 발언에 이어 이번 달 12일 북한의 `핵시설 가동 선언` 등으로서, 선거기간 내내 이슈를 선점하면서 선거판을 강타했다. 그런데 이 북핵문제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와 한반도 주변정세를 뒤흔들 파괴력과 돌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문제의 이같은 의미와 중요성을 반영하듯, 1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중국 을 비롯한 20여개국 300여명의 외국 취재진이 이번 대선의 투개표 과정을 보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표 차이가 `박빙`일 것이라는 긴박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향후 대북정책과 한반도정세에 큰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한미관계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지닌다`고 했으며, 일본 교도통신의 한 관계자는 "외신들 대부분이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간 이념차이에 주목하고 한반도정세 변화가능성에 대한 특집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은 있지만, 이처럼 `북한문제`가 당당하게 양지에 올라 선거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라 남한, 아니 우리 민족을 위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곧 `북한`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대선에서 최대 수혜자는 `북한`, 아니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게 바로 유권자의 선택이다. 각 후보들의 정책공약들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그래도 통일정책과 대북정책 분야에서만은 비교적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일 `북한`과 `북한문제`와 `북핵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선택은 곧바로 대통령을 뽑는 전략적 투표가 된다. 이번 16대 대선이 `북한`과 `우리 민족`이 최대 수혜자가 되는, 그런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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