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오성취, 오성취사, 오성취합, 오성취집, 그리고 신조어 오성취루
필자는 통일뉴스에 [애서운동가 이양재의 ‘국혼의 재발견’]을 연재하면서 그 7회로 2022년 3월 22일 자에 「독창적인 문화유산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천문류초』」를 기고하였다.1) 이 글은 그 연재에 계속되는 후속편이다. 독자들은 먼저 2022년에 기고한 글을 읽은 후에 이번 기고를 읽기를 권한다. [관련 연재글 보기]
라. 오성취(五星聚) 관련 기록
『계몽편(啓蒙篇)』 지편(地篇) 6에 “金木水火土. 在天에 爲五星이요, 在地에 爲五行이니”라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오성은 지구에서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金星 木星 水星 火星 土星 등 태양계의 다섯 행성을 말한다. 이 다섯 행성에 태양과 태음을 더하여 칠정(七政) 또는 칠요(七曜)라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덮개에 성혈(星穴)이 새겨진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 상당수 현전한다. 그리고 고구려의 천문도를 1395년에 수정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가 현전하며, 세종초기에는 이순지(李純之, ?~1465)가 『천문류초(天文類抄)』를 편찬하였고, 조선후기 정조조의 서호수(徐浩修, 1736~1799)는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를 편찬할 때 「상위고(象緯考)」를 집필하였다.2) 「상위고」는 고대 이래 조선에서의 역법과 관측기기의 역사, 우주의 형체와 구조에 대한 역대 이론들, 천체 운행에 대한 천문학 이론, 중요한 천문학의 상수들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의 옛 별자리 관측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흐름이 끊겼고, 이후로 서양 천문학이 교육 보급되면서 옛 별자리 체계는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즉 우리 민족의 전래 천문학은 점성학(占星學)과 연관되어 있어 현대 천문학에서 볼 때는 초보적인 별자리 관측 수준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현대 천문학이나 천체물리학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천문학은 세기적인 천체 관찰기록을 남겼다. 다시 말하자면 오성이 모이는 현상 정도는 운관이라면 누구든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조선의 운관(雲觀)은 이 칠정, 특히 오성의 운행(運行)과 집산(集散)을 의무적으로 관찰하였다.
마. 사서에 보이는 ‘오성취’
오성이 모이는 현상을 말하는 단어는 “오성취(五星聚) 오성취사(五星聚舍) 오성취합(五星聚合) 오성취집(五星聚集)”이라는 단어로 여러 역사서와 자료에 나타난다. 이 네 단어는 하나의 현상을 말하는 단어이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자.
1) 오성취(五星聚)
‘오성취’가 처음 나오는 역사서는 사마천이 BC. 108~BC. 91년 사이에 편찬한 『사기(史記)』이다. 『史記』 卷二十七, 「天官書」 第五, 二十八舍主十二州에 “漢之興, 五星聚于東井. 平城之圍”이라 하였다. 즉 “한(漢)이 흥성하자, 오성(五星)이 동정(東井)에 모였다.”라는 것이다. 이 기록은 한 고조 7년(기원전 201년 10월~기원전 200년 9월)의 일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역사서에는 『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본기(高句麗本紀)」 차대왕(次大王, 재위 146~165) 4년조(서가 149년)에 ‘오성취’가 처음 나타난다. 아래 사진(1)을 보자. ‘『三國史記』 卷第十五, 「髙句麗本紀」 第三, 次大王 四年夏’ 부분이다. “五月, 五星聚於東方. 日者畏王之怒, 誣告曰, “是君之徳也, 國之福也.” 王喜.” “5월에 다섯 개 별이 〔모두〕 동쪽 하늘에 모였다. 일자(日者, 천문관)는 왕이 화낼까 두려워하여 속여 말하기를, “이것은 임금님의 덕이고 나라의 복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기뻐하였다.”
동북아의 전래적인 천문학에서는 오성이 한 군데로 모인다는 것은 전란이 일어날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따라서 천문관이 이를 제대로 보고할 경우 왕이 화를 낼 것을 염려 근심하여 왕에게 속여 말하였는데, 그 말을 들은 왕이 속아서 기뻐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왕을 속여 기만한 것은 대단히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므로 그 사실을 역사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즉 이 기록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엄중한 기록이다.
2) 오성취사(五星聚舍)
사진(2)는 ‘『진서(晉書)』 十二, 志第二, 天文中’이다. 『진서』는 646년에 편찬을 시작하여 648년에 완성한 중국 진나라의 정사이다. “五星聚舍 魏 明帝 大和(太和)四年(서기 230년) 十一月 壬戌.”
사진(2)의 『진서』는 1434년애 주조한 갑인자본으로 갑인자의 특성인 밝은 ‘명(明)’ 자의 좌변(左邊)이 ‘일(日)’이 아니라 ‘목(目)’으로 되어있고, 어미의 화문을 보면 세종조 말에 인출된 책이다. 서기 230년에 오성이 모였음을 의미한다. 「고구려본기」 보다 81년 후에 오성이 모인 것을 말한다.
바. 맺음말 ; 단어의 사용
우리의 역사서에 ‘오성취’ 현상은 여러 곳에 나온다. 그 일부를 위에서 사진을 제시하며 소개하였다. 세종조의 이순지가 편저한 『천문류초』와 『오성통궤(五星通軌)』는 2022년의 연재에서 소개하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글에서는 사서에 나타나는 ‘오성취’ 기록 일부를 언급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오성취(五星聚)’는 『사기』와 『삼국사기』에, ‘오성취사(五星聚舍)’는 『진서』에, ‘오성취합(五星聚合)’은 『조선왕조실록』에, ‘오성취집(五星聚集)’은 『승정원일기』에서 쓰이고 있다. 고대나 조선시대 말기까지 ‘오성취’를 알고 예측 계산하는 것은 실학자라든가 천문관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20세기 말에 이유립에 의하여 만들어진 신조어(新造語) ‘오성취루(五星聚樓)’는 『환단고기』에만 나온다. 다락 ‘루(樓)’자는 그 의미상 별자리에 쓰지 않는 문자이다. ‘루(樓)’자는 ‘사(舍)’ 자보다는 매우 협소한 의미의 글자라서 우주의 공간과 시간에 쓸 때는 도저히 통자(通字)로 쓸 수도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오성취루(五星聚樓)’라는 단어는 근대에 만들어진 천문학의 얼치기가 만든 신조어이다. 그 글자를 하늘에 사용한 것은 아주 암담한 현상이다. 헛 웃음이 나온다.
주(註)
주1) 필자, 독창적인 문화유산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천문류초』, [연재] 애서운동가 이양재의 ‘국혼의 재발견’(7).
주2) 한중일에서의 가장 빠른 「상위고」 편집은 원나라의 학자 마단림(馬端臨, 1254~1323)이 『문헌통고(文獻通考)』를 편찬하면서 「상위고(象緯考)」를 편집하는 데 있다.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