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평생 염원이던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을 이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비전향장기수 박희성 선생 시민사회장’이 29일 오후 7시 국립중앙의료원 고인의 빈소에서 열렸다. 모성용 양심수후원회 감사의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에 이어 추도사가 이어졌다.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추도사에서 “이런 형극을 주는 분단의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면서 이날 빈소를 찾은 문상객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이같이 죄송함을 전했다.
김 회장이 진단한 ‘형극을 주는 분단 현실’이란 “이제 한반도는 남북이 소통하던 통로가 하나둘씩 닫혀 빗장이 채워지고 전쟁이 나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과 “선생이 목숨을 걸고 남하하여 바꾸려 했던 상황들이 거꾸로거꾸로 역행하는 때!”를 말한다.
김 회장은 “27년 감옥을 살고 나와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막막한 삶을 이어갈 때 권오헌 명예회장을 만나 2008년 낙성대 만남의 집으로 오게 되고 그리하여 회원들과 교류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다시 정치적 생명을 얻었다고 말씀하셨지요”라고 회상하며, 고인과 만남의 집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추도사에서 “늘 조용하고 동지들에게 따듯하시면서도 투쟁하는 현장을 떠나지 않으셨던 선생님!”하고 조심스럽게 외치고는 “자주통일과 진보민중의 새로운 시대를 실현해서 북녘땅에 계신 ‘동철’ 아드님께 아버님의 당당하고 고귀했던 한생을 온전히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동철은 북녘에 있을 고인의 아들로, 고인이 1962년 스물여덟 살에 남파했을 때 갓 돌을 넘긴 상태였다. 고인은 고향으로 돌아가 아들을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소식(小食)에다 술은 한잔도 입에 대지 않았으며 매일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해 왔다.
‘평양시민’ 김련희씨는 추도사를 통해 고인에 대해 “낙성대 집을 찾아가면 선생님께서 늘 웃으며 문 열어주고, 밥 먹으면 반찬 먹으라 하고 술잔이 조금만 비워도 채워주시고, 낙성대 집을 나갈 때면 문밖에까지 나와 배웅하던 그런 평범한 인간이셨다”면서 “그런데 어찌 아들 한번 안아보지 못했는가. 2차 송환 희망자가 5명 남았다는데 이제 모두 고향땅에 보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하며 호소했다.
고인의 행적을 기리는 추모영상에 이어 세 편의 추모시 낭독이 이어졌다.
양희철 시인은 ‘참 좋으신 사람’이란 제목의 시를, 김태철 시인은 ‘고향으로 가리라’라는 제목의 시를 그리고 황선 시인은 ‘사랑’이란 제목의 시를 통해, 고인의 아들과 고향을 향한 애틋한 마음, 그리고 강인한 신념을 노래했다.
(구)범민련후원회인 범사랑 이수경 회원과 학생 박효빈 양은 추모 편지글 낭독을 통해 고인을 위로하기 위해 낙성대 만남의 집을 찾았을 때를 상기하며, 고인과 나눈 대화와 느낀 감정을 세세히 묘사해 문상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특히 이수경 회원은 고인에 대해 “맑은 국물과 백김치, 생선을 좋아하셨던 선생님”이라고 회상하면서 “조용조용 말씀하시고 많은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당에 대한 굳은 믿음과 신뢰, 조국 통일 과업에 대한 의지는 누구보다 강고했다”고 기렸다.
노래극단 희망새가 추모노래로 고인을 뜻하는 ‘심장에 남는 사람’과 고인이 제일 좋아했다는 ‘머나먼 고향’을 열창해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호상 인사에 나선 이정태 양심수후원회 부회장은 “슬픈 날이지만 좋은 기억을 되살리자”면서 “우리가 비전향장기수와 같은 시공간에 함께 살았다는 것은 복받은 일이다. 그러니 선생님이 만들고 싶었던 세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진정 슬픈 것은 선생님이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고향에를 가지 못한 것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유해송환이라도 이루도록 힘쓰자”고 안타까움을 덜어내며, 이날 추도식에 온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도식에는 고인과 낙성대 만남의 집에 함께 기거했던 양원진·김영식·양희철 장기수와 ‘소년 빨치산’ 김영승 장기수 그리고 이규재 전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과 노수희 전 부의장, 전덕용 전 사월혁명회 회장 등 150여명의 문상객들이 몰려 식장을 꽉 메워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다.
고인은 30일 오전 8시 20분 빈소에서 발인을 하며, 이어 오전 10시 30분 서울시립승화원(벽제) 화장을 거쳐 서울 종로구 금선사에 안장될 예정이다.
한편, 고인은 같은 장기수들과 함께 기거하는 낙성대 소재 ‘만남의 집’에서 27일 오후 5시경 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