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 소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2년을 맞아 20일 열린 제13차 세종국방포럼에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의한 연내 전쟁 종결을 예상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 소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2년을 맞아 20일 열린 제13차 세종국방포럼에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의한 연내 전쟁 종결을 예상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이라고 명명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2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2년전인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격전으로 촉발된 전쟁은 초기 러시아의 신속기동전(2022.2-3) 실패와 우크라이나의 반격(2022.9)과 대치(2022-2023 겨울)를 지나 서방의 지원에 고무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2023.6~2023.11-12)과 이에 대한 러시아의 강력 대응으로 숱한 사상자를 양산하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이다.

전쟁은 언제쯤 끝나고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 것인가? 전쟁의 결과에 따라 세계 질서는 2년전과 어떻게 달라질까? 이역만리의 전장에 사용되는 주요 포탄 공급처로 알려진 남북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등. 외교, 안보, 정치, 경제를 비롯한 각 방면에서 전쟁의 종결 전망을 찾기위해 부심하고 있다. 

세종연구소가 '우크라이나전쟁 2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제13차 세종국방포럼을 개최했다.

개전초부터 꾸준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식견을 펼쳐 주목받고 있는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 소장과 종편 채널 등에서 관련 주제를 다뤄 온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근욱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전쟁의 배경과 전개과정에 대한 평가, 전쟁의 종결과 전망, 한반도와 남북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고 참가자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전쟁 종결과 관련해 한설 전 소장은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방어하고 있는 지역에서 무너지면 앞으로 방어진지를 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아직 우크라이나 군의 방어체계가 작동하고는 있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면 갑자기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모든 전선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더 이상 전쟁을 지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잘루즈니 총참모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3년 6월부터 2023년 11-12월까지 도네츠크 주의 바흐마트에서 반격전을 수행하면서 자멸의 길을 선택했으며, 절망적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방어가 필요할 때 반격작전을 감행해 스스로 병력을 소모했으나,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지휘하는 러시아군은 초기 작전 실패에서 벗어나 '유생역량 말살'로 작전 목표를 변경한 뒤 공세작전으로 전환하면서도 기동적인 아닌 소모전 방식으로 작전을 전개하는 뛰어난 작전 역량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젤렌스키는 잘루즈니를 해임하고 시르시키를 후임으로 임명했는데, 이는 전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50만명 이상, 러시아군 사상자는 5만명 미만으로 평가했다.

잠정적인 결론은 우크라이나 군의 방어체계가 붕괴되는 올해 여름, 또는 겨울철 '라스푸티차'(땅이 질퍽거리는 진창으로 변해 장비 기동이 불가능한 시기)가 해소된 시기에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격작전이 가능하다는 것.
 
군사적으로는 이때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종심을 향해 공격해 올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러시아는 이미 나토와의 충돌까지 고려해 올해 국방예산을 편성했고, 지난해 중반 이후 월 군수생산능력은 과거 1년 생산 규모를 초과할 정도로 압도적이라는 평가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같은 대국을 상대하는 전쟁에서 직접 군대를 투입할 수 없는 대리전쟁을 하고 있는 셈인데, 현재 전황으로 보아서는 당사자라고는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략적 실패를 작전적 성공으로 만회할 수 없고, 작전적 실패를 전술적 성공으로 만회할 수 없다"며, 애초에 '미국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러시아는 질 수 없는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패권적 질서가 약화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이익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발시킴으로써 분열시켜야 할 적(중국과 러시아, 아프리카 사헬지역 국가, 북한 등)을 단결시키는 전략적 실패에 더해 군사적 측면에서 작전과 전술에서도 미흡함이 드러났다는 것.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

미국과 서방은 협상에 의한 종결을 원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군사작전에 의한 종결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언론인 터커 칼슨과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방식을 언급했지만, 그것은 수사에 불과한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푸틴은 더 이상 후환을 남기지 않겠다는 판단을 끝냈으며, 러시아 내에서도 군사적 점령으로 전쟁을 해결하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러시아는 나토의 해체 또는 1990년 구 소련 붕괴 이전으로 복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미국과 서방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이다.

만약 개전 초인 2022년 3월에 양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불가' 수용 조건에서 만족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소멸시키겠다는 입장이라는 것.

러시아가 처음부터 특수군사작전의 목적을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비군사화'로 표방한 것이 사실은 군사적인 목표라기보다 정치적인 목표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군사적 점령이 현실화된다면, 우크라이나 서부와 폴란드 남부를 포함하는 갈리치아 지방을 남겨둔 나머지 지역이 러시아로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2차세계대전 이전 헝가리와 루마니아 영토였던 땅은 반환하고 우크라이나는 자치공화국으로 격하되는 상황을 예상했다.

그럴 경우 러시아는 갈리치아 지방에 대해 △폴란드와 관할권을 협상하거나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를 연결하는 수바우키 회랑과 교환하는 방안 △폴란드의 나토 탈퇴를 조건으로 이 지역 영토 반환 등의 경우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제13차 세종국방포럼. 왼쪽부터 한설 전 소장,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근욱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제13차 세종국방포럼. 왼쪽부터 한설 전 소장,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근욱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근욱 교수는 '모든 전쟁은 반드시 끝난다'는 금언을 상기시키면서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루면 전쟁을 끝낸다"는 전쟁종결 모델을 소개했다. 중요한 요소는 인명피해.

우크라이나 관련 사상자 통계는 여러 곳에서 나오지만 신뢰하기가 어려운 실정. 미국의 추정치를 단순 집계한 결과는 우크라이나의 사상자가 17~20만명, 러시아는 30만명 수준이다.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 이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승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로서는 현재 점령지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초기 목표에는 크게 못미친다는 의미에서, 우크라이나는 점령지 전체를 수복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난 아니라 최악의 경우 러시아가 핵전쟁을 시도를 할 경우 고통이 너무 크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집권하면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확실히 끝나고 나토 해체도 가능할 수 있으며, '미니멈 나토'까지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설사 트럼프가 대선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고립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은 의회 등에 계속 남아 미국의 대외정책에 반복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설 전 소장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출구전략을 선택하면 바로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결국 공격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결정권은 러시아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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