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사회운동가, <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지난해 연말에 조선일보에는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가 쓴 “윤미향씨, 당신의 조국은 어디입니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의 주말 특별판에 매주 실리는 [서민의 문파타파]라는 코너에 실린 이 글에서 서민 교수는 중국 공안이 북한 탈북민들을 체포해서 강제 북송하는 것을 규탄하면서, 국회에서 통과된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 결의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조선일보 2023년 12월 9일자 서민 교수의 기고.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조선일보 2023년 12월 9일자 서민 교수의 기고.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그러면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법안에 찬성하지 않고 기권한 7명의 의원 중에서 특히 윤미향 의원을 꼬집어서 인신공격을 하고서는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북으로 가세요”라며 색깔론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윤미향 의원이 ‘친북’이기 때문에 탈북민을 적대해서 결의안에 기권했다는 논리인데, 그 근거는 대부분 어처구니가 없고 억지스럽다.

첫째, 2016년에 중국의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허강일 지배인과 여성종업원들 12명이 탈북하여 남한으로 왔을 때 윤미향 의원이 그들을 만나서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한 것을 허강일 지배인이 증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여성종업원들은 국정원의 기획으로 의사와 무관하게 남한으로 입국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허강일 지배인은 “나는 국가정보원의 협력자였고 정보도 가져다줬다”고 자백했다. 결국 국정원 ‘프락치’ 구실을 한 사람의 허위 주장만을 근거로 윤 의원을 공격한 것이다.

둘째, “윤미향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한미 연합 훈련 반대를 외쳤으며, 주한 미군 철수로 이어질 종전 선언에 찬성해 왔”으니 ‘친북’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은 누구든 함께하는 주장과 요구들이다. 나처럼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저 요구들을 다 지지해 왔다. 이런 식이면 북한이 ‘천동설이 옳다’고 주장하면 천동설을 지지하는 사람은 모두 ‘종북’이라는 궤변이 될 뿐이다.

셋째, 서민 교수는 “윤미향 남편인 김삼석과 시누이 김은주는 한통련이라는 반국가 단체와 접촉하고 자금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며 “남매 간첩단 사건”을 들먹인다. 이것은 1993년에 당시 윤미향 활동가의 남편인 김삼석 씨가 여동생인 김은주 씨와 함께 체포돼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 끌려간 사건이었다. 당시 김삼석 씨와 김은주 씨는 불법으로 감금된 상태에서 잠 안 재우기와 성고문 등을 당하며 ‘남매 간첩단’으로 만들어졌다.

고통과 절망 끝에 김삼석 씨는 혀를 깨물고, 머리를 벽에 부딪쳐 자살을 시도했다. 김삼석 씨는 감옥에서 4년을 채우고야 나올 수 있었지만, 나중에 이 사건은 프락치(백흥용)가 독일에서 양심선언을 하면서 안기부가 만들어낸 조작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때 만들어진 ‘간첩’과 ‘간첩의 아내’라는 낙인은 윤미향 의원을 평생 괴롭혀 왔고, 이번에 서민 교수가 또다시 사골 국물처럼 우려먹고 있다.

넷째. 서민 교수는 “윤미향은 간첩을 보좌관으로 뽑았다. 보좌관 B는 베트남에서 북한 인사를 접촉하고 북한에 난수표(암호문)를 보고하는 등 간첩 활동을 하다 적발됐는데, 그가 친북 언론인 ‘통일뉴스’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윤미향과 ‘김복동의 희망’을 비롯해 여러 시민 단체에서 같이 활동한 적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일뉴스>에 따르면 윤미향 의원의 ‘보좌관 B’는 간첩 혐의로 한 번도 수사나 조사도 받은 적조차 없단다. 아마도 검찰이나 국정원이 흘렸을 정보를 동아일보가 보도하면서 시작된 근거없는 소문일 뿐이라는 말이다. 이 나라에서 진행되는 마녀사냥의 일반적 패턴인데, 이것을 기막히고 황당하게 생각하던 ‘보좌관 B’는 얼마전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섯째, 서민 교수는 “윤미향은 지난 9월 1일 조총련에서 주최한 관동 대지진 10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을 ‘친북’의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그 행사는 조총련이 주최한 것이 아니고 일본평화포럼, 도쿄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등 일본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재일동포 단체들로 구성된 ‘간토대진재조선인희생자추도실행위원회’가 주최한 한일 연대 행사였다.

물론 조총련도 이 행사에 참가단체 중에 하나였지만, 여기서 비판해야 할 것은 학살 100주기 추모 행사에 윤미향 의원말고는 한국 정부나 한국의 주요 정당과 의원들이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윤미향 의원마저 참가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조선인 희생자와 후손들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을 것이다.

결국, ‘윤미향 의원이 친북이기 때문에 탈북민을 적대해서 결의안에 기권했다’는 서민 교수의 주장은 근거없는 마냐사냥일뿐이다. 윤미향 의원이 이 결의안에 기권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동안 이 나라의 정부나 국회에서 ‘북한 인권’, ‘탈북민’ 등의 이슈는 대부분 냉전적 대결과 적대를 부추기는 핑계로 이용돼 왔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은 불량국가이기 때문에 대화와 화해는 필요없다’는 이유를 대면서 경제 제재를 가하고 군사훈련을 하면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 왔다. 이것은 남북한 모두에서 냉전적 적대 속에 내부적 독재나 억압 강화를 가져와서 결과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과 교류도 가로막고 탈북민 등에게도 더욱 엄혹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했을 뿐이다. 탈북민들을 간첩으로 조작해서 괴롭히는 일도 이런 상황에서 벌어졌다.

‘불량국가를 규탄하고 인도주의와 인권을 추구한다’는 미국과 서방 정부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그 정반대의 재앙을 불러왔는지는 최근 서방 정부들이 ‘하마스를 규탄한다’면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과 인종청소를 돕고 있는 상황만 봐도 분명해진다. 따라서 나처럼 북한 체제를 지지하지 않고 탈북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조차 그런 결의안을 찬성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이런 결의안을 찬성하지 않으면 곧바로 ‘친북’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기득권 세력과 족벌언론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기 때문에 여야를 떠나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찬성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지난 4년간 온갖 낙인찍기와 마녀사냥 속에서도 꿋꿋이 소신을 지키며 한반도 평화를 최우선으로 여기던 윤미향 의원은 그것에 타협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민 교수와 조선일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꼬투리를 잡아 윤미향 의원을 공격했다. 북한 인권과 탈북민 처지에 너무 관심이 많아서? 아니다. 지난 4년간 둘째가라면 서러울 끈질기고 잔인한 ‘윤미향 마녀사냥꾼’이 바로 서민 교수이고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양심적 진보 지식인’이라던 서민 교수는 어느 순간 극우 나팔수로 변신해 "윤미향은 인류가 낳은 가장 잔인한 악마"라면서 "윤미향 잡으러 갑시다"라고 선동하기까지 했었다.

지난해 연말 조선일보에 실린 서민 교수의 이 글이 시작이었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윤미향 의원에 대한 조선일보와 기득권 우파들의 스토킹과 같은 공격과 괴롭힘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특권세력 청산”을 구호로 삼으면서 이런 방향은 더욱 분명해졌다.

서민 교수나 조선일보에게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윤미향 의원에게 다시 한번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며 ‘저 마녀에게 돌을 던져라’며 선동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최근 ‘윤석열-한동훈 충돌’이 보여준 족벌언론-정치검찰-우파 정치세력 사이에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도 더 그럴 것이다.

공동의 적을 향한 공격 속에서 우파 재결집을 이루려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일어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살인미수 정치테러 사건은 이처럼 누군가를 끝없이 마녀사냥하고 악마화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줬다. 윤미향 의원에게도 어떤 위험이 닥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분노와 함께 걱정의 마음으로 서민 교수와 조선일보가 “친북 언론”이라고 낙인찍은 <통일뉴스>에 뒤늦게나마 이 글을 기고하는 이유다. 서민 교수와 조선일보에게 묻고 싶다. 윤미향 의원과 <통일뉴스>가 ‘친북’이라고? 윤미향 의원에게 ‘북한으로 가라’고?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 ‘친일언론’ 아니었나? 강자에게 빌붙어서 낙인찍고 마녀사냥하면서 돈과 권력을 누리는게 그렇게 좋은가?
 

전지윤 사회운동가

- 사회운동가

-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위원

- 『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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