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919년 3.1 독립선언 105주년이다. 그리고 광복 79주년이다. 이때면 어김없이 3.1 독립선언 정신을 선양하는 국가 및 사회단체에서 많은 행사가 매년 열린다. 그러나 의례적 행사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선의 자주독립이 동양평화와 국제평화에 꼭 필수임을 3.1 독립정신이 만천하에 강조한데 있다. 그러나 3.1독립선언 정신인 조선의 자주독립과 동양3국 평화는 105년이 지난 지금도 온전하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2월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는 한반도의 자주통일 및 한중일 3국의 동양평화론은 고사하고 제2차 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일촉측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1910년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야욕을 눈앞에 두고 동양평화론을 한중일 동양의 3대 지도자들에게 반드시 실천하라고 절규하면서 사형언도 받은 후에 항소 조차도 하지 않고 뤼순(旅順)감옥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증근 의사의 목소리가 우리 민족의 심장을 때린다.

안중근 의사는 미완의 ‘동양평화론’ 저서에서 한중일 3국의 상설기구인 동양평화회의를 뤼순에 조직해 기타 아시아 국가가 참여하는 회의로 발전시키고, 동북아 3국 공동은행 설립, 서양의 동양 침략을 막기위한 동북아 3국 공동군단 설치 등의 구체적 동북아평화 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사적 원한이 아니라 진정한 동양평화를 위해서 동양평화의 교란자인 그를 저격하였다고 여러 번 말했다.

현재 한중일 동양3국은 1919년 3.1 독립선언 당시 보다 국제적으로 국제정치, 국제경제, 민주주의 교육 수준 등에서 유럽과 타 대륙에 비하여 역량과 영향면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가 제안한 동양3국 다자 평화회의는 공허한 울림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네 가지 근본 이유를 분석하고 출구전략을 모색해 본다.

첫째 근본 이유는 동양3국 평화의 기초인 각국의 국가 외교정책이 국익중심의 국가주의를 지나치게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양3국의 풀뿌리 주권자의 목소리가 최근에는 동양3국의 시민단체의 활성화로 외교정책에 반영되기는 하지만, 동양3국의 외교는 여전히 국익중심의 국가주의를 지향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제대로 정부 단독 대북 적대정책, 대미 사대주의 정책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주도 국가주의는 대법원의 2018년 강제징용판결 집행에도 간섭하여 식민지강점 피해자를 무시하고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집행을 현재까지 5년 이상 방해하고 있다.

둘째 근본 이유는 국가주의에 의한 외교정책은 자국 국익과 이념편향 국제패귄주의에만 지나치게 몰입하고, 국제평화, 국제도덕, 인권, 지구촌 환경 등 글로벌 공공 가치 추구는 부차적으로 내세운다.

한 예로 대 북한·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동맹 강화 및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은 동북아 군사패권주의 경쟁 및 이념대결을 강화시켜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셋째, 현재 동양3국, 한중일 정상회의는 맨 처음 일본에서 2008년 시작되었지만, 2013년, 2016년, 2017년에는 열리지 않았다. 그 후 2018년, 2019년에 열렸고, 그 다음부터는 동북아정세(대만 문제, 북한핵 문제, 우크라이-러시아 문제 등)의 시각차이로 인해 연례 모임이 개최되지 않아 3국 정상대화가 원만하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3국이 당면한 저출산, 고령화, 이노베이션 촉진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나누는 것이 매우 절실하고 필요하다. 동양3국 정상회의 개최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은 한일 식민지 과거사 해결, 북핵문제, 미중 패권적 대결 등이다.

넷째, 미국이 동양3국의 다자 평화주의보다는, 미-일, 한-미, 미-중 식으로 양자주의를 선호하는 데 있다. 이것이 미국이 동양3국을 쉽게 관리하는 데 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실험을 빙자하여 미국은 대 중국, 대 러시아 견제 방식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기초로, 한미일 3국-북러중 3국을 갈라치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3년 12월 유엔사 참전국 재활성화 강화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여기서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결의 없이 한국전 참전국 17개국이 한반도에 자동개입을 하는 1953년 워싱턴 결의를 재결의하였다. 한국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한일 과거사를 희석하고 일본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에 이용하려는 일본의 속내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

3.1 독립선언 제105주년을 맞이하면서 동양3국의 정상들은 동양평화 다자회의 지연에 대해서 책임을 자각하고 자성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1945년 태평양 전쟁 종결 후 맺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체제라는 냉전체제 구축 그리고 이를 빙자한 일본의 식민지 과거사 전범에 대한 면책 부여는 큰 실책으로 조선반도 정부와 그 민초들 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고, 이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동양평화 다자회의의 발전에 걸림돌인 샌프란치스코 체제(1952)라는 냉전질서를 만든 미국의 트루만 선언(1947)은 분단 한민족에게는 한-일 역사정의 왜곡 및 식민지피해자의 고통 심화에 큰 원인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3.1독립선언 105주년을 계기로 110년 전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의 진정성을 동양3국 정상들은 귀 기울여야 한다. 1953년 유럽경제공동체 출범을 넘어서 1975년 출범한 유럽안보협력회의(Conference on Security & Cooperation in Europe:CSCE: 일명 ‘헬싱키선언’, 동서구유럽 35개국)처럼 2008년 시작된 한중일 정상회의의 불씨를 살리어 동북아 다자평화회의로 발전, 구성하는 데 좀 더 대승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바란다. 결론적으로 분단국 동서독 통일이 서독의 동방 정책(1969)과 유럽안보협력회의(1975)라는 다자 평화회의가 일등 공신임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105주년 3.1 독립선언을 맞이하여 3.1독립선언 정신 대로 조선이 분단되지 않고 자주 독립국이 되었다면 동양3국 평화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 본다. 한중일 동양3국의 시민단체들도 동양평화시민사회연대를 조직, 각국의 자주성, 동양평화, 인권, 지구촌 가치를 지향하는 동양평화시민사회협약을 기초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동양평화시민사회연대는 동양3국의 지나친 국익중심의 국가주의, 이념 편향성 외교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일반에 널리 알리고 또 강하게 견제하여, 소속국가를 압박, 동양3국, 나아가 동북아 다자평화회의를 발전시키고 추동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2024년 105주년 3.1. 독립선언의 기본정신의 주요한 실천과제이다.

 

이장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KIEL) 대학 법학박사(국제법)
- 미국 Yale Law School Visiting Scholar, Hawaii East-West Center Fellow,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국제공법 막스프랑크 연구소 객원연구위원(역임)
- 한국외대 법과대학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한독법률학회 부회장(역임)

-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 위위회 위원장(역임)
-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운영위원장, 통일교육협의회 상임공동대표, 민화협 상임공동의장(역임).
- 대한적십자사국제인도법자문위원장,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영문학술저널),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사NGO포럼 이사장,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자문위원, 대통령자문 국가정책기획기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재외동포재단자문위원, 외교부 자문위원(역임)

- 민화협 고문,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6.15남측위 상임공동대표, 6.15남측위서울본부 대표상임의장, 서울시국회의 상임공동의장(현재)
-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ILA 런던본부 “Use of Force”상임위원회 위원(현재)
- 진실화해위원회 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해양경찰청 국제해양법위원회 위원, (사)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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