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2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쟁을 부르는 접경지역 군사훈련, 전단 살포 모두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2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쟁을 부르는 접경지역 군사훈련, 전단 살포 모두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9.19남북군사합의가 파기된 자리에 전쟁위기는 날로 커지고 평온한 일상이 사라졌다.

지상과 해상, 공중의 완충구역에는 연초부터 포사격과 기동훈련, 핵항공모함이 한데 뒤엉켜 전장을 방불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 벌어지고 있다. 북은 지난달 24일부터 동·서해를 넘나들며 연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탈북민단체들이 접경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후, 경중을 가리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대북전단 살포를 지속하고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파주, 연천, 철원과 백령도, 연평도 서해 5도의 접경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2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쟁을 부르는 접경지역 군사훈련, 전단 살포 모두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고양파주본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최근 높아진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는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접경지역의 충돌을 조장하는 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했다.

전환식 6.15사과원 대표 [사진-통일뉴스 잇으현 기자]
전환식 6.15사과원 대표 [사진-통일뉴스 잇으현 기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에서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전환식 6.15사과원 대표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와 "9.19합의가 무력화되고 대북전단 살포가 재개되는 상황을 맞아 굉장히 두려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하면서 "전단 살포는 민족을 이간질해서 전쟁을 부르는 행위이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고 우리는 절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 북에서 군사분계선 너머 연천군 소재 군부대의 대북 확성기를 목표로 포격을 가했을 당시 밭에서 일하고 있다가 군인들로부터 긴급 대피 지시를 받았던 일을 떠올리면서 "왜 현 정권은 9.19합의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무력화시키는 짓을 하는냐. 전단살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하는 일이냐"고 따졌다.

노주현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사무차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주현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사무차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경기도 동두천에서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하고 있는 노주현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사무차장은 "지난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미군기지 반환이 계획에 따라 이루어졌지만 동두천시에는 부대 이전의 전제였던 화력대체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자국 군대의 전투훈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계속 잔류하고 있다"고 하면서 즉각 철수를 촉구했다.

그는 현재 동두천시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약 4만평 규모의 '캠프 모빌'을 기존 미군기지(시 전체 면적의 42%인 약 840만평에 4천명 규모의 미군 주둔)에 귀속시키고 그 부지를 반환해 달라는 요청도 무시당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이 미군이 캠프 모빌안에 창설한 드론부대에서는 날개를 다 펴면 6m나 되는 거대 드론이 주말마다 동두천시 아파트 사이를 누비며 정찰훈련을 하고 있어 소음과 시민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남북이 9.19군사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무력충돌 예방과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왼쪽부터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남기평 NCCK화해통일위원회 간사,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남기평 NCCK화해통일위원회 간사,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지난 2022년 8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전면 재개된 이후 연중 빠지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 10월 첫 한미일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하면서 핵무기 탑재가 의심되는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를 최초로 청주공항에 착륙시키는 등 위험지경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훈련의 성격도 '북의 미사일공격에 대한 방어'에서 '명백한 실전대비 공격형 전쟁연습'으로 전환되었고, 훈련 범위도 북중러를 분명한 적으로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 근거해 넓혔으며, 특히 국민 동의없이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실제 가동함으로써 국회 비준도 없이 사실상 일본과의 군사동맹과 동맹체제가 가동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이 육해공 모든 영역에서 정례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하면서, 미국은 극동사령부 또는 유엔사령부의 역할 변경 등을 통해 한반도 및 대만 유사시 전투지휘부로 활용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동아시아판 나토'로 추진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미국은 외교의 꿈을 이뤘고, 일본은 군사대국과 군국주의 부활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어떤까?

그는 "윤석열 정부의 대미 편향이 우리 모두를 회복하기 힘든 적대와 대결의 악순환으로 내몰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전쟁 외교 폭주를 멈추고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일본과 손잡고 북중러와 맞서겠다는 한미일 군사협력이 추진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항시적 불안을 안고 사는 분단된 한반도에는 더 많은 갈등과 2중, 3중의 전쟁위기가 겹쌓이게 됐다는 평가이다.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우리는 전쟁을 막는 정부를 원한다"고 하면서, "대결과 혼란을 부추키고 민중을 갈라치기하는 위험천만한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 시도를 멈출 것"을 호소했다.

특히 북이 '0.001mm라도 영토, 영공, 영해를 침범하면 곧 전쟁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선언한 마당에 일부에서 전쟁무기로 취급되는 드론을 이용해 전단살포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은 모든 것을 앗아가는 전쟁을 직접 불러오는 행위라고 맹공했다.

전쟁을 부르는 접경지역 군사훈련, 전단살포 모두 중단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쟁을 부르는 접경지역 군사훈련, 전단살포 모두 중단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도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는 전쟁의 재발을 막고 우발적인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한 공간"이라며, "접경지역에서 무장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대북전단 살포를 해서는 안 되고 당국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해 그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옳다. 다만 과잉처벌은 안된다. 정부는 다른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하고는, 정부는 "대북전단살포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고 부추길 것이 아니라 충돌을 막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모든 위협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기평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간사는 "전쟁은 공멸이고 수많은 생명이 운명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전쟁을 예측한 사람은 없다. 우발적으로 혹은 지도자들의 미친 생각으로, 이유모를 자신감으로 일어났다. 전쟁은 예방하는 것이고 그것이 최선이고 유일한 길"이라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힘있게 말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전쟁위기 상황에서도 정쟁과 권력다툼에 몰두하는 여야 정치권을 모두 질타했다. 윤석열정권은 물론이거니와 다수의 야당들도 화약냄새 진동하는 전쟁 위기에 대해 다 피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그래서 더욱 더 전쟁위험을 막기 위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먼저 나선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참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금 한반도에서 이곳만 접경이 아니라 서울에서 제주까지 다 전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접경지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면서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 땅에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군사훈련 그리고 전단살포를 중지하라고 전 국민에게 호소하자"고 당부했다. 또 "접경지역 주민은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 국민들이 전쟁걱정 없는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격려했다.

이어 "우리 민족은 분단을 원하지도, 전쟁을 원하지도 않았다"고 하면서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전쟁의 화근을 뿌리 뽑아야 우리가 두 다리 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국민의 안전은 도외시한 채 그런 미국의 의도에 따라 전쟁의 길에 앞장서고 있는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등이 지목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쟁위기를 경고하는 '다이-인' 퍼포먼스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쟁위기를 경고하는 '다이-인' 퍼포먼스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전쟁나면 다 죽는다'는 의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쟁위기를 경고하는 '다이-인' 퍼포먼스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전쟁나면 다 죽는다'는 의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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