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 / 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 소장,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지난해 연말 북측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지난 18일 개최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가 지난해 연말 북측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지난 18일 개최했다.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북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를 연이어 개최하여 2023년을 평가하고, 2024년을 전망·계획하였다. 두 회의에서 나온 통일 관련 ‘충격 발표’ 때문에 다소 묻힌 경향은 있지만, 북은 2023년을 의미 있게 평가하고,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계획 4년 차를 맞는 올해의 계획을 제시했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는 지난 1월 18일 두 회의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여 북의 사회주의 경제, 식량과 농업 등의 현황을 살펴보았고, 대외 정책과 대남 정책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변학문 소장(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3명의 발표 후에 최장호 박사(대외경제경책연구원), 엄주현 박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연희 사무총장(겨레하나)이 토론하였다.

2023년 북 경제 평가 “구체적 수치 제시 성과 강조, 전반적인 생활 수준 유지·개선”

북 경제에 대해 발표한 최은주 박사(세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북은 1) 단기과제로서 현행 생산을 활성화하고, 중장기 과제로서 정비보강 전략을 병행 추진하는 한편 2) 당의 중점 정책으로 제시한 농업, 건설, 지방발전, 미래세대 정책을 추진했다.

북은 전원회의에서 1) 12개 중요 고지를 모두 달성했으며 특히 제1항목으로 선정한 알곡 생산 목표를 초과 수행하는 것을 최고 성과로 제시했다. 또한 2) 2020년 대비 국내총생산이 1.4배 상승했다고 밝히고, 중요지표 생산량을 초과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3) 당의 중점 정책 중 지방발전 관련 성과를 별도로 제시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과업 수행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고비, 극한점을 돌파”하였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하여 최은주 박사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여 성과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이후 거듭된 부진 속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2023년에는 주요 부문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하여 경제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 생활과 직결된 시장 물가 또한 안정세 및 하락세를 보여 전반적인 생활 유지와 개선이 가능해졌을 것으로 내다봤다.

쌀과 옥수수의 가격이 2022년 3/4분기부터 안정세를 유지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쌀과 옥수수의 가격이 2022년 3/4분기부터 안정세를 유지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이런 성과는 북의 투자 증대, 무역 증가, 자연환경 호조 등의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8차 당대회 이후 추진된 금속, 화학, 기계공업 등에 대한 투자 사업 중 일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대외 무역이 회복세로 접어들어 원부자재 수급 문제가 개선되어 공장 가동에 따른 부담이 감소했다. 농업 옉산을 별도로 책정하여 확대 편성하고, 영농물자를 수입하거나 증간했으며, 양호한 기상 여건 등이 작용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1/4분기부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2/4분기부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2023년 1/4분기부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2/4분기부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다만 최은주 박사는 경제 전반에서 회복세를 보인다는 평가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들과 관련해서는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북이 2020년 대비 국내총생산이 1.4배 증가했다고 하였으나, 기준 가격 설정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하는 데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총량 및 생산 측면의 성과가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르게 배분되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4년 북 경제 전망 “예산 확대 편성, 지방발전 20×10 정책 제안”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2024년 북의 경제정책은 2023년의 기조, 즉 현행 생산 활성화(단기)와 정비보강 전략(중장기)의 병행 추진을 지속하는 것이다. 당면 과제로 12개 중요 고지를 다시 선정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예산은 확대 편성하는 흐름이다. 최은주 박사는 2023년 경제 성과를 반영하여 예산 수입 및 지출 규모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이후 1%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했는데, 2024년 예산 계획에서 수입은 2.7%, 지출은 3.4% 증가했다. 경제 부문은 전체 증가율보다 낮은 2.4% 늘었고, 국방 부문은 동결되었다.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최은주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예산 증가와 더불어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 정책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정책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0개 군에서 지방공업공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정책의 목표는 시, 군을 단위로 자체의 자원, 원료 등을 활용하여 기초식품, 식료품, 소비품을 보장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기초적인 생활 편의와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은주 박사에 따르면 북은 지금까지 시, 군 강화 노선을 제시하고 지방 경제발전을 추진해 왔으나 지역의 낙후성을 개선하는 데서 미진했다고 자평하고, 지방 경제발전을 당면 문제로 인식하여 빠르게 착수하면서도 10년에 걸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정책의 추진 여건은 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이 많다고 최은주 박사는 지적했다. 우선 대북 제재의 경우 실효성 있는 조치를 추가하기 쉽지 않다. 대외경제관계 재개의 물질적, 제도적 장애물로 작용하던 방역 조치도 완화되어 무역이 회복하고 관광 등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연재해 영역에서도 북은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대외적 측면에서도 북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 교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과 2024년 북의 농업 “북 경제와 농업 평가의 키워드는 정상화”

농업 평가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일한 박사(동국대학교)는 북 경제의 키워드를 “정상화”라고 제시했다. 북 경제 상황 전반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북의 거래수익금(부가가치세)은 완연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가기업리득금(법인세) 역시 소폭이지만 반등하고 있다. 그 결과 예산 수입 및 지출 역시 증가세로 접어들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라고 김일한 박사는 평가했다.

거래수익금, 국가기업리득금, 예산이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인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거래수익금, 국가기업리득금, 예산이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인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시장 환율 역시 안정적 추세를 보이며, 이 역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일한 박사는 무역 재개 기대감에 따라 환율이 정상화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널뛰던 환율이 펜데믹 종료 후 안정세를 보였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코로나 펜데믹 기간 널뛰던 환율이 펜데믹 종료 후 안정세를 보였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김일한 박사는 지난해 식량 생산 관련하여 북이 알곡 생산 목표를 103% 달성했고 “최근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라고 평가한 것을 지적했다. 김 박사는 올곡식(봄작물)과 가을작물이 각각 10~20% 정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2023년 550~600만 톤 정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이런 북의 평가는 어느 만큼 신뢰할 수 있을까. 김일한 박사는 이를 위해 육종과 품종 개량 등 영농과학기술, 종자와 비료 그리고 농기계 등 농자재 공급, 물길 공사와 저수지 등 농업 인프라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진행했다.

첫 번째 요소인 영농과학기술 영역을 보면, 북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라 할 수 있는 2.16과학기술상 수상 과제 총 118개(2012~2023년) 중 농·축·수산 분야가 17개를 차지했다. 즉 영농과학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2012~2022년 북한의 학술지 「생물학」에 총 2,479개의 논문이 게재되었는데, 이 중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294개로 가장 많았다.

농축산 수산분야가 에너지 분야에 이어 2.16과학기술상을 두 번째로 많이 받았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농축산 수산분야가 에너지 분야에 이어 2.16과학기술상을 두 번째로 많이 받았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생물학 연구 동향에서도 농림수산식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이 게재되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생물학 연구 동향에서도 농림수산식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식량작물 관련 논문이 가장 많이 게재되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두 번째 요소인 비료와 농기계 등 농자재 공급 관련하여 김일한 박사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등에서 비료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농기계의 생산과 공급에서도 발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2년 9월 5,500대의 농기계가 생산되었고, 2023년 9월에도 10,000여 대의 농기계가 생산된 사실을 제시했다.

세 번째 요소인 농업 인프라 역시 식량 증산에서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김일한 박사는 지적한다. 2만 4,000여km의 관개물길보수, 1만 2,000여 개소의 지하수시설 건설 또는 확장, 2,400여km에 걸친 관 연장 공사, 3,000여 개소의 양수장 신설 등 관개체계가 정비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령호담수화공사, 해안방조제영구화공사, 청천강-평남 관개물길공사가 완료되었다.

지난해 북은 많은 지역에서 관개를 위한 물길 공사를 진행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지난해 북은 많은 지역에서 관개를 위한 물길 공사를 진행했다. (김일한 박사 발표자료). [사진제공-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한편 김일한 박사는 2024년 농업 예산이 0.1% 증가한 것에 불과하지만, 2023년에 이미 14.7% 증액했기 때문에 타 분야에 비해 적은 비중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올해 역시 북의 농업은 지난해의 정상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북의 대외·대남 정책 “전쟁 대비,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전환”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에서 밝힌 북의 대외·대남 정책은 우리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특히 남북 관계를 통일 지향 관계에서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새롭게 규정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언급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3대헌장기념탑 철거 발언은 조국통일 3대 원칙, 연방제통일 등 김일성 집권기부터 북이 추진해온 통일정책을 전면 무효화하는 ‘충격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장창준 박사(한신대학교 통일평화정책연구센터 소장)는 한반도 현실에 대한 북의 냉정한 진단에서 나온 근본적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장창준 박사에 따르면 북은 “한미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전쟁을 막겠다”는 강한 억제 의사와 더불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제2의 사명, 즉 선제공격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장창준 박사는 7차 당대회와 8차 당대회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북의 대남 정책 변화 과정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7차 당대회에서 북은 평화적 통일과 비평화적 통일이 모두 가능하지만,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평화 조치였다. 그러나 2019년을 거치면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북의 시도는 좌절되었다. 북은 남측과 미국이 자신의 평화 노력을 거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8차 당대회에서 북은 미국과의 강대강 대결을 채택했고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교착상태를 수습할 것인가 전쟁인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장창준 박사는 8차 당대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북남 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리행”할 것을 요구하고, “남조선 당국이 계속 우리를 몰아붙이려고 할 때에는 우리도 부득불 남조선을 달리 상대해 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문구를 인용하며, 북의 대남정책 변화는 한미 양국이 자신들의 평화적 통일 정책을 거부하고, 적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결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창준 박사에 따르면 당분간 혹은 장기간 남북, 북미 대화와 교류는 열리지 않을 것이며, 가장 극심한 전쟁 위기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비무장 지대와 NLL 인근에서 남북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며, 사소한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확률이 아주 높은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비무장지대와 NLL 인근에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 관리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들, 우리 사회의 대북 사업에 대한 성찰 필요성 강조

토론에 나선 엄주현 박사(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 따르면 북의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2023년 한해에만도 합성의약품 생산공장 건설, 중앙질병예방통제소 신축, 도 차원의 표준약국 건설 등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각 도와 4개 직할시에 있던 도인민병원, 시인민병원의 명칭을 도종합병원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더해 위생방역소의 명칭을 질병예방통제소로 모두 변경하는 등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손보고 있다.

엄주현 박사는 “북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계속 ‘인도적 지원’만을 얘기했다”면서 남쪽 사회에서 대북 교류사업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그동안 추진한 교류 협력을 돌아보고 과연 그 행동이 평화를 위해 기여했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연희 사무총장(겨레하나) 역시 토론에서 ‘북이 남측을 대등하고 책임있는 협상 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또 대화가 열리겠지, 하는 생각은 안일한 인식이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한미-한미일 동맹체제가 더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화의 입구가 열리지 않을 것이고 열린다 해도 반복이라는 것을 북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사회가 자주적인 주권행사가 가능한 사회인가, 평화체제로 이행할 동력이 있는가, 이런 질문 앞에 ‘없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며, “결국 한미동맹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서 “남북이 다시 통일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과 역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 통일운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