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헌 / 615산악회 회원

 

산악회 회원들이 북한산 족두리봉 올라가는 길에 단체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산악회 회원들이 북한산 족두리봉 올라가는 길에 단체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2024년 1월 21일 아침 9시, 불광역 2번 출구에 모여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능선을 거쳐 금선사로 이어지는 산행을 했습니다. 제가 이 산행을 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몇 년 전, 몽당연필이라는 단체가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를 지원한다는 것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학교를 지원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졌습니다.

왜냐면 “남과 북, 좌/우익 구분을 안 하고 일본에서 차별 받고 있는 동포를 지원한다. 즉, 이념을 넘어 핍박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는 방식이다.”라고 생각해서 저는 몽당연필을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23 몽당연필 시국돌파 후원주점에 참석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고영균님, 서효정님, 김태훈님을 만나게 됩니다.

산행 도중 쉴참에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맨 앞이 필자) [사진제공-6.15산악회]
산행 도중 쉴참에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맨 앞이 필자) [사진제공-6.15산악회]

저는 어렸을 적 만화영화 똘이 장군을 보고 반공 교육을 받으며 자란 세대입니다. 그런데, 후원주점에서 국가보안법철폐교육센터라는 것이 있는 것을 알았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교육센터가 있다고 얘길 했을 때 모두들 저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더 이분들이 하시는 일이 궁금했고, 결국은 1월 21일 산행에 참석하게 됩니다.

몽당연필의 활동이 신선한 충격이었듯이, 이번 산행 또한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불광역에서 족두리봉까지 가는 동안, 여러 가지 술 얘기와 술 중에 최고는 쿠바산 럼주와 보드카라는 것을 말씀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즐겁게 들으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족두리봉을 지나 향로봉 밑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점심식사 중간에 다 같이 “625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대장님은 합창 말미에 419 노래도 들려 줄 의향이셨는데, 옆에 계시는 분이 말리셔서 그만 두셨습니다.

419노래를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도 송창식의 ‘고래사냥’도 아닌, “625 노래” 합창은 이미 저에게는 경이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안익태, 홍난파 등이 친일파였다는 얘기와 애국가의 기원 얘기를 들으며 점심을 마치고 향로봉에 올랐습니다.

족두리봉 이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은 향로봉에서 주변 풍광과 더불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겹겹이 쳐진 산들 사이로 아름답지 않은 것은 사람이 만들어 높이 솟아 올린 건물들뿐이었습니다.

족두리봉에서 왼쪽부터 고영균 회원, 권태헌(필자), 서효정 회원, 홍순계 회원. [사진제공-6.15산악회]
족두리봉에서 왼쪽부터 고영균 회원, 권태헌(필자), 서효정 회원, 홍순계 회원. [사진제공-6.15산악회]

비봉능선에 이르러 고영균님이 비봉 꼭대기에 있는 진흥왕순수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중간에 서효정님 발에 쥐가 나, 멈춰서서 주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자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진흥왕 순수비는 비봉에 있은 지가 1400년이 넘습니다. 그 비봉을 바라보며 산이 1400여년 동안이나 첩첩산중을 이루고 변치 않듯이 사람들이 사는데에도 아주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의 말이었습니다. 음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임윤찬은 “저는 음악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진짜라고 생각해서 인간에게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금선사에서 장기수 선생님들께 새해 추모인사를 드렸다. [사진제공-6.15산악회]
금선사에서 장기수 선생님들께 새해 추모인사를 드렸다. [사진제공-6.15산악회]

비로봉 능선에서 내려와 금선사에 안장된 장기수 선생님들에 대해 묵념을 하면서, 산에서 생각했던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산에서 들었던 물음에 대답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렸을 적 저에게 반공 만화영화를 보여준 사람들보다는, 지금 같이 산행을 하신 분들과 여기 잠드신 장기수 선생님들이 더 진짜를 추구하는 삶을 사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을 내려와 식당에서 장기수 선생님 세 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세 분께서는 615 활동을 건강하게 잘 해 나가라는 덕담, 철원에서 산 하나 넘어서면 고향인데 거기를 못 가고 있다는 말씀, ‘반미’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총무님으로부터 615선언 3항에 의해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

식당을 나와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저는 이분들의 활동과 생각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소리쳐 노래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이분들은 잘못을 바로 잡아 올바르게 하고 진짜를 찾으려 하시기 때문입니다.

장기수 선생님들과 함께 새해 덕담 및 뒤풀이를 끝내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장기수 선생님들과 함께 새해 덕담 및 뒤풀이를 끝내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