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갑진년에도 58년 개띠 노동자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듯하던 세상이
다시 뒤집어지는 반전이 계묘년 끄트머리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갑진년 봄에 결실을 맺는 위대한 반전이 되게 하기 위해
우리의 주인공 신돌석씨는 올해도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새아침이 오는 것을 거부하며 거부권을 남발하는 이들을
거부하는 이들의 힘찬 아우성과 몸부림으로
우리 현대사에 매우 중요한 갑진년 한 해는
그야말로 값진년이 되리라 믿습니다.
갑진년에는 통일뉴스 독자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댁내 평안하시고
무엇보다 우리 공동체 모두가 이 어려움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2024. 1.

 

[삽화-백소(白笑)]
[삽화-백소(白笑)]

국힘당이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였다. 그들의 의도대로 된다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김건희여사 특별법)과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이라는 쌍특검법에 이어 올해 세 개, 작년에 여섯 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이번에는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때처럼 국회 통과 즉시 거부권 행사의 뜻을 밝히고 이송되자마자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의결하고 대통령이 즉시 재가했던 때와는 달리 여야 합의가 아니라서 어쩌구 하면서 거부권 행사 의사만 흘리고 괜히 고민하는 척해서 혹시라도 부담이 돼서 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역시나 조금의 유연성도 발휘할 수 없는 ‘거부권 남발 정권’이었다.

작년 3월 23일 국회에서 야당들이 연대하여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4월 4일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만 해도 신돌석씨는 그냥 이 정부가 나쁜 짓을 한다는 생각만 했지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그저 윤석열 정권이 하는 짓이 부자들 위한 일만 하지 농민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정도였다. 물론 지금도 깊이 있게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권은 최초로 농민을 노골적으로 걷어찬 정권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신돌석씨가 노동운동을 처음 시작한 뒤 30년이 넘었는데 농민들의 문제는 노동자들의 문제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왔고, 신돌석씨에게도 확신이 되었다. 신돌석씨처럼 농촌 출신이 아닌 사람은 그런 이야기가 체화되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신돌석씨 세대만 해도 거의 대부분 농촌에서 수도권으로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농촌은 고향이었고, 농민 문제는 바로 자신들의 부모 또는 형 오빠 언니 누나들의 일이었다. 하지만 신돌석씨는 아니었다.

이 법안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쌀 수요 대비 초과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도 대비 5~8% 이상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의무 매입한다는 것이다. 쌀값의 폭락에 대비하여 정부가 잉여 농산물을 매입하는 것은 원래 해오던 일이다. 이 법안은 ‘매입할 수 있다’를 ‘매입한다’라는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일 뿐이다. 그리고 논에 쌀 외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더해졌다.

도시인들로서는 왜 세금으로 농민을 도와주어야 하느냐는 반론을 펼 수도 있다. 꼭 부자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역대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대기업 등에 엄청난 지원을 해주었다. 이른바 공적 지원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에 반해 쌀값은 저곡가 정책에 의해 사실상 강제로 오르지 못하게 정책적으로 묶여 있었다.

지금 와서 쌀값의 시장화를 말하는 것은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쌀값은 시장화가 되지 못하게 정책적으로 묶여서 실제로 인상이 불가능하도록 강제로 묶였다. 그러다 쌀 개방이 되고 식생활 구조가 바뀌면서 쌀이 남아 돌고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고령화에 소수가 되자 갑자기 시장화 어쩌구 하고 나오는 것이다. 이전 정권들은 군사독재정권까지도 농민을 이렇게까지 무시하지는 않았다.

약간 이론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우리가 흔히 산업화라고 부르는 자본주의화의 과정에서 도시는 농촌을 수탈하면서 성장했다. 농민의 양극분해와 농토로부터의 분리를 통해서 노동자계급이 형성되었고, 지주계급의 자산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자본을 형성하였다. 자본은 농촌에서 이탈하여 도시에 정착한 노동자계급을 농촌 수탈을 통해 값싼 노동력으로 고용하였다. 그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예외가 없는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역시 그랬다.

그런데 서유럽 같은 경우 거의 200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 우리나라는 불과 2-30년 사이에 추진되었다. 더욱이 식민지 기간에 파행적으로 경제외적 강제가 더해졌던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본주의화는 국가가 주도해서 진척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농촌의 수탈을 아주 국가 정책에 의해 단기간에 합법적으로 실시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도시와 농촌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커졌고, 농촌이 공동화되어 갔다. 오늘날 지방 소멸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다.

[삽화-백소(白笑)]
[삽화-백소(白笑)]

하지만 역대 정권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노골적으로 농민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형식적으로라도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표가 많은 농촌으로부터 거부당하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박정희는 농민 흉내를 내면서 막걸리를 좋아한다는 등으로 자신의 모습을 위장해서 홍보했다. 그가 죽던 날 당시로서는 아무나 마실 수 없었던 시바스 리갈을 마셨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모두 거짓인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데 이제 아주 노골적으로 농민의 요구를 무시하였다. 사실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신돌석씨가 알기에도 원래 농민단체 등이 요구했던 안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다시 양곡관리법을 발의하려고 농민단체와 야당이 노력하고 있는데 여당이 잘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이제는 수구기득권층에게 농민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것일까?

이른바 중산층이나 아니면 그들을 흉내내는 이들이 1980년대쯤부터 농업을 포기해도 수출 위주로 살아가면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은 박정희 때부터 꾸준히 홍보되고 이데올로기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전두환의 경제과외교사라고 불리던 사람은 이런 주장을 노골적으로 해서 전두환을 그렇게 생각하도록 꾸준히 학습시켰다고 한다. 그는 아웅산 사태로 비명에 갔다는데 언론은 그를 꽤 높이 평가했다.

신돌석씨는 그런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라디오에서 5공화국에 대해 드라마를 할 때 그를 높이 평가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그랬다가 선배 노동자들한테 한참 훈계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생각이 결국 불평등 양극화를 고착시키게 될 것이고, 식량 안보를 위태롭게 하여서 그렇지 않아도 자주성이 떨어지는 국가를 완전히 외세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지 한 달 뒤인 5월 16일에 윤석열은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간호사들이 너무 고생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취지로 발의된 간호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꽤 높았다. 문제는 이해가 충돌하는 의사단체와 간호조무사단체였다. 결국 직역간 다툼으로 비치게 된 점이 없지는 않았다.

신돌석씨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1인시위, 농성, 기자회견, 집회, 행진 등을 하러 많이 갔다. 그때마다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그들에게 가끔씩 간호법에 대해 묻곤 했다. 들을 때는 옳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솔직히 잘 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열심히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번은 간호학과 학생들까지 나와서 집회하는 것을 봤는데 정말 대단해 보였다.

반대를 한다는 보건의료 관련 여러 단체 중에서 의사단체도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나와 있었다. 신돌석씨는 아는 의사도 꽤 있다. 의사 중에는 보건의료단체에 속하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시민사회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 지역에서도 몇몇 의사들이 노동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하거나 후원을 하고 집회 시위 등에 함께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의사 중에서 소수라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진보적인 의사들도 부인하지 못하는 현실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기득권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사단체의 주요 간부들이 수구단체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간호법 제정에 대해서 반대할 때 일단 이들의 존재 조건 때문에도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제 이들 중 상당수가, 아니 어쩌면 대다수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의 다른 직역들이 간호법을 반대한다고 한다. 신돌석씨는 간호사보다 간호조무사를 더 많이 안다. 요양원에서 알바를 하다 보니 거기서 아는 간호조무사도 있고, 젊은 날에 공장노동자로 일했던 사람들 중 간호조무사가 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 잘 알게 되면서 노동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 찾아오는 간호조무사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 중 간호법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을 신돌석씨는 단 한 명도 못 봤다.

[삽화-백소(白笑)]
[삽화-백소(白笑)]

대체로 이들은 간호법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면 천막까지 치고 간호법 제정 반대를 외치는 이들은 무엇이냐? 아마도 간호조무사단체랍시고 조직해서 정치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아닐까 라고 신돌석씨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간호사단체와는 달리 이들은 몇몇 간부진 빼면 행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아주 드물었다. 나머지 직역은 더욱 보이지 않았다. 간호법 제정 반대는 거의 의사단체가 하는 활동이었다.

간호법 제정은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공약이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끝물이라서 그런지 간호법 제정에 여론이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고생하는 간호사들의 처우가 언론을 타고 국민들의 심금을 울릴 때였다. 그래서 공약이라고 하더니 막상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기득권층인 의사들이 반발하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했던가?

양곡관리법 개정과 간호법 제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만 해도 당사자 이외에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12월 1일 윤석열은 끝내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던 노조법 개정안과 방송 3법은 11월 9일에 야당 주도로 통과된 것이었다. 작년 4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이고, 법안으로는 무려 여섯 개였다.|

노조법 개정안은 신돌석씨도 숱하게 요구 투쟁에 참여했고, 하루지만 단식 농성도 한 바 있다. 물론 그때도 쉽게 개정되리라고 보지는 않았다. 솔직히 거부권보다 통과 자체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때도 노조법 3조만을 확실히 해서 손해배상소송(손배소)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노조법 2조를 함께 해서 자본가나 정권의 저항만 거세게 만들어서 오히려 법 개정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손배소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은 쌍용자동차 파업 때부터라고 기억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손해를 입혔으니 배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파업에 의한 손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것이다. 파업을 통해서 자본가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통해야만 노사간의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손배소는 그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법원이 자본가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항상 인용하는 조항이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다. 그런데 노조법 제3조에는 ‘이 법에 의한 파업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 조항이 ‘이 법에 의한 파업이 아니면 손해배상 청구를 당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것은 불법적인 것이라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참으로 교묘한 왜곡이다.

그런데 과연 어떠한 것이 불법이냐? 물론 폭력 등을 행사하는 것이야 당연히 불법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법을 어겼다고 만든다. 거기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노조법 2조의 ‘사용자’의 규정이 문제가 된다.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사장을 사용자로 규정해서 교섭을 할 수 있고, 그를 상대로 쟁의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하청 뒤에 숨는 진짜 사장을 교섭과 쟁의의 대상으로 끌어내어야 하는 문제로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노동쟁의가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문제이다. 또한 노동의 양식이 변해 가면서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규정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함께 다루어서 노조법 2, 3조 개정이 어렵게 된 것일까? 신돌석씨는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런 가정은 접어두고 문제는 손배소의 청구액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받겠다고 청구한 것인지 아니면 돈지랄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5명이 점거파업을 하자 회사는 무려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 이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사람들은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재벌기업은 손배소를 통해 파업의 의지를 꺾자는 전략을 마련했다고 한다.

적어도 노조법 2, 3조의 개정과 이에 대한 거부권과 관련해서는 자신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노동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본가의 싸움이다. 거기에서 윤석열 정권은 확실하게 자본가 편만 들어서 반노동자정권임을 선언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화물연대 파업 당시 투쟁구호가 ‘이대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였다.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행사가 과연 노동자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을 것인가? 신돌석씨는 결코 아니라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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