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024년 갑진년 벽두부터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위기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추진했던 ‘하나의 조선’(One Korea)정책을 포기하고 ‘두 국가론과 통일 불가’ 선언을 발표하게 된 동기(motives)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김정은 총 비서가 선언한 두 국가론에 기초한 대남전략변화의 동기와 이에 대한 국제정치적 함의를 중심으로 북한의 새로운 대남전략을 분석해 보는 것이 기본목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두 국가론에 입각한 새로운 대남전략의 변화 내용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총화 보고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한반도에서 ‘적대적 두 국가’를 언급하였고 ‘1민족, 1국가, 2체제’에 기초한 북한의 ‘고려 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DFRK)과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통일 불가’를 선언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가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김 총 비서는 ‘전쟁’이라는 말이 이미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히고, “유사시(필자의 강조)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할 것을 언급했다. 김 총비서가 전쟁의 전제조건으로 ‘유사시’ 언급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유사시’ 언급을 이해 못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4년 1월 7일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북한의 ‘주적’이라고 표현하였다. 이어 1월 15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선언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했다. 하여 김 위원장은 한반도 두 국가론에 기초한 대남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북한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 헌법에 규정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7.4 공동성명과 '조국통일 3대 헌장'의 폐기를 지시하였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지도층을 향해 거친 막말로 비하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이라고 비하하며 남북관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동족, 동질관계로서의 북남조선’, ‘우리 민족끼리’와 같은 표현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그는 ‘삼천리금수강산’, ‘8천만 겨레’와 같이 남북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헌법에 명기하도록 했다. 이제 남북 간 통일대화나 교류협력은 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대남전략을 선언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우려된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2019.2)의 결렬 후 북한은 서서히 대남정책의 변화를 추진해 왔다. 노동당 제8차 대회(2021.1)에서 개정된 당 규약에 이미 통일이라는 용어 자체가 거의 삭제되었다. 2년 전 노동신문(2022.1.21)에서는 김일성 주석 출생 110돌과 김정일 위원장 출생 80돌 경축을 기원하며,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전승절 기념연설(2022.7.27)에서 윤석열 정권을 ‘극악무도한 동족대결’과 ‘사대매국행위’에 주력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부부장도 담화(2022.8)를 통해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며,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을 언급했다. 이러한 북한의 대남전략변화의 동기는 필자는 북한체제의 생존전략과 연계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점에 관해 이 글에서 후에 다시 논의하겠다.

2024년 새해 벽두부터 남북미 3국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 북한은 노골적으로 국방성 대변인을 통해 한미일 해상훈련에 대해 반발로 북한이 수중핵무기 체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만약 한미일 3국 연합해상훈련(1.15-17)을 하지 않았더라면 북한도 수중핵무기 체제 시험을 안 했을까? 북한의 반발은 남북미 3국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의 결과로 판단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갑진년 새해에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대남적대정책을 노골적으로 공개하였다. 그는 동족이란 표현도 금지하고 민족공조와 민족화합과 협력을 통해 통일 불가를 천명하였다. 김 위원장이 말하는 민족의 개념이 ‘김일성 민족’ 임을 언급했다. 남쪽에 살고 있는 홍익인간의 후예들이 현실적으로 ‘김일성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동족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언급하고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조건부로 핵 무력을 사용하여 대한민국을 평정의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하여 1980년 이후 주장해온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으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김 위원장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 냉전체제’의 대결구도를 주장하여 그런 인식하에 북중과 북러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미일 안보협력구조가 실질적으로 북한체제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의 ‘피 포위 강박증’의 악화를 완화하기 위해 북한은 북중과 북러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게 된 것이다.

두 국가론을 포함한 대남전략 변화를 주창하게 된 동기는?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중심으로 객관적-학술적으로 평가해 보면 필자는 북한의 대남정책과 전략적 변화는 그의 체제생존전략과 연계되어있고 북한체제의 위협과 그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잘 표출하고 있는 듯하다. 김 위원장의 진실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언급한 국내외 정세를 감안할 때 그의 대남전략 변화와 두 국가론을 주창하게 된 동기를 살펴보자.

핵심요점은 북한(DPRK) 안보위협과 김정은 체제의 보장과 연계되어 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 선언’에 담긴 한미 간 핵 억제력 강화, 핵무기 사용을 가정해서 금년 3월과 8월에 대규모 한미연합 군사훈련 실시예정,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의 활성화와 향후 3국 연합 군사훈련의 위협 등이 북한지도부의 피 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김정은 체제생존의 위협으로 작용하여 북한체제의 보장을 위해 먼저 국내 안정화와 국제적 보장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필자는 구체적으로 4가지 핵심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북한의 동기를 추정해 본다.

첫째, 현 윤석열 정부와는 대화나 외교협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으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는 윤 정부는 북한의 핵심이익을 옹호하고 신장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전략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통해 한미동맹관계를 약화시킨 후 미국의 새 행정부와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외교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협상의 칩(bargaining chip)을 많이 축척하기 위해 2024년에도 핵 무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 11월 미국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것으로 가정하고 새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받고 핵군축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인다.

둘째, 북한(DPRK)과 한국(ROK)은 1991년 9월 17일 유엔에 동시가입을 한 유엔회원국이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적으로 정상국가로 북한체제의 생존을 국제적 차원에서 보장받기를 원한다. UN 헌장 제2조 4항은 모든 UN 회원국은 “어떤 수단으로도 무력행사 및 위협을 삼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헌장 제51 조에 규정된 자기방어(self-defense)을 위한 무력사용 이외에는 무력사용은 불법이다. 따라서 북한은 실현 불가능한 북한 주도의 통일을 잠정적으로 포기하고 한반도에 두 주권 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세상에 알리고 유엔회원국으로 국제법의 보호를 받아 김정은 체제의 생존보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셋째, 남북미 3국 간 맞대응전략은 북한의 장기적 이익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대강 맞대응전략을 수정해야 하는데 한미가 강대강 맞대응전략을 고수하는 한 북한도 강대강 맞대응전략을 고수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강대강 맞대응전략의 수정하자는 제안일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이 되면 북한이 강대강 맞대응전략이 우호적인 맞대응 전략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

넷째, 남북 간 국력과 전쟁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면 차이가 너무 벌어져 남북 간 체제 경쟁에서 북한이 열세이다. 따라서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두려움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북한지도부의 피 포위 강박증의 악화로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두려움과 함께 북한 내부의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불안정이 심각해 북한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두려움에서 북한체제의 보장을 얻기 위해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한반도 주변국가 미·중·일·러 4강과 남북은 한반도에서 우발적 무력충돌로 인한 핵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제 북한은 한반도에서 두 국가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북한체제의 보장을 원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3월초에 두 조건 (대북 적대시 정책철회와 북한체재의 보장)이 충족되면 핵을 가질 필요성이 없다고 약속하였다. 북한의 최고 존엄이 약속하였기 때문에 두 조건이 마련되면 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반도에서 우발적 무력충돌로 인한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따라서 남북미 3국은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접고 우호적인 맞대응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먼저 대화분위기 조성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핵심 관련국 간 대화와 외교협상을 통해 남북미 3국 정상이 실용적-미래지향적-합리적인 정책을 선택하길 기원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6대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제19-21기 평통 LA 협의회 상임고문, 통일교육위원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 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4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50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비핵·평화체제의 모색』(매봉, 2023)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 외부 필진 기고는 통일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