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해상환적과 대북 유류 반입 및 밀수출 등에 관여한 북한 선박 11척, 개인 2명 및 기관 3개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2016년 3월 이후 8년 만에 북한 선박에 대한 독자 제재를 재개한 것이다. 해상환적은 해상운송 도중 다른 배에 바꿔 싣는 행위로 밀수출입 등을 은폐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는 16일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은 해상에서 선박 간 유류 환적, 석탄 밀수출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회피하는 다양한 불법행위를 통해 유류를 비롯한 물자와 자금을 조달하여 핵·미사일을 개발해왔다”며 “17일 해상환적, 대북 유류 반입 및 밀수출 등에 관여함으로써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선박 11척, 개인 2명 및 기관 3개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였다”고 발표했다.

[ 독자제재 추가 지정 대상 (2024.1.17.)]

자료 출처 외교부.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자료 출처 외교부.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북한 항구 입항 또는 해상환적을 통한 정제유 반입 등의 혐의로 북한 선박 ‘NAM DAE BONG’(남대봉)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것을 비롯해 11척의 선박이 포함됐고, 지정 사유로는 ‘정제유 반입’이 가장 많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연간 정제유 수입 상한선이 50만 배럴에 불과해 부족분을 해상 루트 밀반입으로 충당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전문가패널은 2023년 9월 발간된 중간보고서에서 북한이 2023년 4월까지 연간 한도의 1.5배에 달하는 정제유 78만 배럴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2022.10.7)에서 불법 해상 환적의 구체적 사례들을 예시한 바 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2022.10.7)에서 불법 해상 환적의 구체적 사례들을 예시한 바 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개인으로는 박경란, 민명학이 ‘해상환적을 통한 정제유 반입, 석탄 등 밀수출, 중고선박 반입, 북한 노동자 송출’ 등의 사유로 지정됐다. 구체적으로 박경란은 주단동 백설무역 소속으로 중고선박과 정제유를 북한에 반입하였으며, 민명학은 리상무역 총사장으로 대북 불법 해상환적 활동 및 북한 노동자 송출에 관여해왔다고 적시했다.

기관으로는 만강무역, 리상무역, 유아무역이 ‘해상환적을 통한 유류 밀반입 및 석탄 등 수출입, 중고선박 반입’ 등의 사유로 제재 대상이 됐다. 만강무역은 백설무역 단동지부와 연계되어 해상환적을 통한 북한산 석탄 등의 밀수출과 중고 선박 대북 반입에 관여해왔고, 리상무역은 해상환적을 통한 밀수출과 유류 밀반입에, 유아무역은 해상환적을 통한 북한산 석탄 등의 밀수출에 각각 관여해왔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번에 지정한 대상들은 선박 2척을 제외하고 모두 우리 정부가 세계에서 최초로 독자제재 지정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포괄적인 해상 제재 조치를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북한 불법 해상활동 차단 노력을 선도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상환적 등에 관여한 선박뿐 아니라 불법 해상환적 네트워크에 관여한 개인‧기관에 대한 제재를 계속 부과해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15번째 독자제재로, “해상분야까지 포괄하는 촘촘한 제재망을 구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선박의 선장은 관리청의 국내입항 허가를 받아야만 입항할 수 있으며, 허가받지 않은 입항은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외국환거래법」 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우리 국민이 이번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기관과 금융거래 및 외환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4조 및 「외국환거래법」 제15조와 동법 시행령 제29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남북간 교류가 전면 차단된 상황에서 북한 선박의 남측 입항이나 북측 개인·기관과 금융거래 및 외환거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실효성 없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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