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북)정치학 박사/ 사, 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전략국가, 조선> 저자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선거가 갖는 태생적 한계는 명확하다. 하물며 식민·분단 체제에서의 선거(총선)가 갖는 한계는 더더욱 명백하다. 태생적 한계, 즉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다 제국주의 세력과 분단·적폐세력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영구 유지하고,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의 전락이 그것이다. 하여, 선거는 진보 진영의 민중 권력 집권전략이 절대 될 수 없다.

그런 만큼 2024년 4월 총선은 첫째, 확장된 합법적 선거 공간에서 ‘정치투쟁’을 전개하여야 한다. (선거 공학에만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 둘째, 후보의 당선을 위한 선거가 아닌(당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선거 투쟁’이 되게 해야 한다. 셋째, 선거를 통해 민중을 정치의 주인·주체로 내세우는 변혁적 대중투쟁의 장이 되게 해야 한다.

사고(思考)의 ‘선을 넘어’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그렇게 열어내어야 한다.

국민의 힘은 태생 자체가 그러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야당인 민주당도 도긴개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재명 대표의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 이 한마디에 모든 정치 정의(正義)는 사라지고, 자신의 친정체제 강화만을 위한 선거 공학적 사고만 지배한다.

하여,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양당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필요한 양당 체제를 더 고착화시키기 위한 야합을 이뤄낼 것이며 수많은 위성 정당을 난립시켜 선거판을 어지럽힐 것이 뻔하다. 친윤과 친명만 판치는 선거가 분명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 현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두 정당은 그렇게 ‘좋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치의 ‘희망’도 열어놓지 않고, 오직 ‘선거적’ 승리만을 고집한다. 처절한 ‘나쁜 정치’ 프레임만 작동하고, 결과는 대한민국 정치, 그 자체의 파괴만 있을 뿐이다.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제시하지 않는 ‘닫힌’ 정치의 정형을 보여줄 뿐이다.

가만 내버려 두면 내년, 2024년 4월 총선은 분명 그렇게 된다. 그러니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대한민국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대전환의 국면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민에게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가능한 대안’ 있는 사회임을 안내해야 하고, 결과는 민중을 변혁의 주체로 세우고, 변혁적 관점에서 진보의 ‘새로운’ 정치 여정을 개척해 내어야 한다.

자민통(자주·민주·통일)을 대중적 관점에서, 그리고 지역의 실정에 맞는 공약으로 잘 개발하여 ‘진보=시대의 대변자, 민중과 함께하는 유일한 세력’으로 각인시켜 내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과 같은 4월 총선 인식법을 가져야 한다.

첫째는, 해방 후 우리 대한민국은 희망과 절망, 그리고 항거와 억압의 발생을 교차·반복 해왔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분단 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열망이 분출 및 실천되는 과정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고통을 받아 왔으며, 상시적 인권유린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헌법은 민주 공화정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화 과정은 매우 험난했고, 냉전과 분단 체제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작은 용기를 내고 양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생명과 인생이 위태로웠다.

또한, 3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일어났지만, 작금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반도는 더더욱 고착되는 분단 체제가 있고, 동족에 대한 적대는 더 심화,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와 新냉전적 질서는 확립되고, 친일·독립의 역사 논쟁, 민주 공화정에 대한 해석의 문제, 경제 주권의 안정성 문제 등 그 모든 영역에서 심각성은 더더욱 크다. 그러니, 이 윤석열 체제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둘째는, 2024년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국내외적 상황과 4월 총선의 결합 문제이다. 즉, 한반도에서 이미 이승만에 의한 대리전쟁 경험이 있는 미국은 자신들의 대리전쟁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10월 일어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해를 넘겨 2024년에도 지속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커진 미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패배 만회와 군사적 승리는 달성할 수는 있으나 ‘사실상’ 정치적 패배가 확실시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남은 두 군데, 대만전쟁과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바이든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도 미 대선은 11월 5일이고, 대만에서의 총통 선거는 1월 13일, 그리고 대한민국에서의 총선은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로 대변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전후인 4월 10일이다. 다들 절묘한 타이밍들이다. 해서, 이 전쟁 위기를 반드시 돌파해 내어야만 한다.

이렇듯, 2024년 4월 총선은 진보 진영에게 위 두 가지 시대적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나는 윤석열 체제를 넘어서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쟁 위기를 반드시 돌파해 내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접근법은 그러해야 한다. 결과, 그들이-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짜놓은 정치 각본에 놀아나는 것이 아니라, 판 자체를 바꾸는 전략과 사고가 필요하다. 즉, ‘닫힌’ 정치 구조에 1/n로 참여하는, 혹은 ‘나쁜’ 총선 구도에 절대 포획돼서도 안 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진보·정치연합도, 비상행동(주1)도 그 관점에서 진보 진영을 후견해 내어야 한다.

다름 아닌, 4월 총선 승리는 위 84명의 진보당 후보와 앞으로 출사표를 던질 여타 진보 정당들의 후보자들까지 다 포함하는 진보 진영이 이 두 개의 전선을 돌파해 내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고, 진보·정치연합도, 비상행동도 이 관점에서 선거전략을 짜고, 진보 진영을 후견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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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정식 명칭은 ‘거부권을 거부하는 비상행동’이며 참여 단체로는 촛불행동과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진보 단체들이 만든 ‘윤석열 퇴진 범국민운동본부(준)’, 전국민중행동, 전국비상시국회의, 민주노총, 진보당 등 82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2월 12일 결성했다.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전략국가, 조선』(2023)을 비롯하여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거쳐, 지금은 부경대에서 ‘강사’ 직위를 갖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건설 주도(제안자) 및 상임집행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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