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미 이스턴 캔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현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현시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무엇보다 국내정치적 안정을 위해 올인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반도에서 남북미 3국 간 강대강(强對强) 맞대응 전략의 지속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3국 간의 강대강 적대적 구조가 일부 어리석은 정책결정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첨단전략자산의 오작동으로 인해 우발적 무력충돌이 발생할까 염려스럽다.

본 칼럼에서는 새해 갑진년 2024년을 맞이하여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예방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을 위한 창의적 전략구상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2023년 한반도 정세를 되돌아보고 2024년 새해에는 남북・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책제언을 하고자 하는 것이 필자의 기본목적이다.

한반도에서 핵 균형유지를 이루고 있는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2023.4.26)의 핵심 이슈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미 간 확장 억제와 관련하여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하였다. 핵심내용은 한미 간 ‘핵 협의 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의 신설과 전략 핵잠수함(SSBN), 최첨단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정기적 전개 그리고 미국의 핵무기 사용 관련 정보공유 확대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은 큰 성과로 평가한다.

한반도 ‘확장억제’의 개념은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억제력을 미 본토 수준으로 확장해 한국에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이 안정되고 신뢰성 있는 핵전쟁 억제력을 한국에 제공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한반도에서 핵 공포의 균형을 이루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환언한다면 만약 북한이 선제 핵 공격을 감행해올 경우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실질적 보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핵심 이익지역임을 문서로 재확인한 것이다.

현재 한반도에서 한미・북한 간에는 핵 억제력(nuclear deterrence)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북한이 한미 양국을 공격하려면 상호 파멸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핵 공포의 균형(nuclear balance of terror)이다. 이러한 균형은 상호 확증 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고도 하는데,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북한의 공격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에 또는 도달한 후 한미의 제2 타격 핵 보복 능력을 이용해 북한을 전멸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이 한국을 위해 강력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문서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공격 시 “정권 종말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해서 전쟁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이며 결국은 북한체제의 종말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의 단독 핵무장론과 핵자강론을 무마시키고 한국의 안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한반도에서 핵 균형이 이뤄져 핵 균형이 깨어지지 않는 한 북한의 핵 선제공격이 억제되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개연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현시점에서 한반도에서 기획된 전쟁(war by plan)은 자살행위이고 공멸이기 때문에 그런 핵전쟁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래 두 가지 전쟁 발생의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는 우발적 무력충돌(accidental military clashes)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미와 북한이 핵 선제 사용은 공멸로 이어진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핵 보유국들은 전술핵무기 사용 거론도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둘째는 만약 한미 양국이 대북 강경・압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북한을 코너에 몰아가면 이판사판 식으로 북한이 선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결과는 핵전쟁으로 진전되어 인류의 재앙이며 물론 북한정권의 종말일 것이 명확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한쪽의 승리자도 없고 다른쪽의 패배자도 없고 모두가 패배자임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유발하는 일체 군사적 행동을 자제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필자는 한반도에서 핵전쟁 예방이 최고의 가치이고 핵심이익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핵전쟁 예방이 남북미 3국이 추구하는 공동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이다. 왜냐하면,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강경・압박정책에서 배운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10년간 두 보수 정권 시대에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이어져 이런 적대적 작용과 반작용의 악순환 구조로 인해 북한은 핵 무력 강화에 주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사용할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한미・북한 간 적대적 강대강 맞대응의 구조로 인해 북한지도부의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 악화로 인해 북한은 핵 무력을 강화하게 되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북한은 9번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은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회의(2022.9.8) 시정연설을 통해 북한체제(DPRK)의 보장을 위해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놓고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함으로써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핵무기가 북한체제를 보장한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현 상황에서 절대 먼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그는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는 언급도 있어 한반도에서 전술핵무기 사용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단히 염려스럽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의 법제화를 통해 조건부 핵 사용 정책을 결정했다. 북한이 핵 사용에 대한 5대 전제조건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논객이나 언론 미디어에서 북한의 핵 사용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른 잘못된 해석이나 과장된 표현으로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같이 보여 북한의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핵 무력 정책에 대하여’(이하 ‘핵 무력 정책 법’)를 채택했다. 이 법령은 북한이 핵 사용 5대 조건을 규정한 법으로 3조 1항에 의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라고 명시하였고 3조 2항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해, 핵무기 관련 모든 핵 사용 결정권은 오직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북한헌법에도 핵무력 사용을 명시하였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제6조는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1.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2. 국가지도부나 국가 핵 무력 지휘 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3.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4.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5.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여기서 6조에 명시한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와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를 북한지도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실제 한미 당국의 대북 선제 타격이 실행되지 않았어도 북한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핵 사용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이 ‘핵 사용을 위한 5대 조건을 조성하지 말 것’을 간접적으로 한미 양 정부에 ‘경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제2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휘부에 대해 한국의 특전사 특임 여단(일명 참수작전부대) 등이 제거 작전 움직임을 보이기만 해도 핵 사용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유사시 한미가 북한 지휘부에 대한 ‘참수 작전’을 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령은 또 국가 핵 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 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밝혀 유사시 한미 합동 군이 비핵공격을 하더라도 핵무기 사용을 할 수 있도록 작전계획을 수립해 뒀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5조 2항에는 ‘비핵국가’라도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는 경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밝혔다. 이 법령은 핵 보유 국가 중 가장 공세적이고 포괄적인 핵 사용 전략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북한체제 생존의 보장을 위해 조건부 핵 사용을 천명한 것으로 한미의 선제공격을 방지하는 경고메시지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진전될 것이다. 과연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 민족’을 말살하고 북한정권의 ‘종말’을 가져오는 어리석고 현명하지 못한 이런 정책결정을 할까?

요약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민족’의 자멸과 북한정권의 ‘종말’ 그리고 홍익인간의 후예인 배달민족인 우리 한민족의 공멸을 알면서 감히 전술핵 사용을 하겠는가? 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 질문에 대해 북한지도부는 현실적으로 차가운 머리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헌법에도 삽입한 배경에는 한미의 선제공격을 예방하고 북한체제의 보장을 위해 미국에 경고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에서 우호적 맞대응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으로 한반도에서 한미・북한 간 적대적 상호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은 행동과 반작용(action and reaction)의 적대적 상호작용(interaction) 관계를 지속하게 한다. 따라서 국제관계에서 누가 먼저 행동(action)을 했고 누가 반작용(reaction)을 했다는 기준이 불명확하여, 행동과 반작용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이 없어 유감이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도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2023년 4월 군 통신선을 포함한 남북 직통선을 단절했다. 따라서 직통선이 단절된 상황에서 남북 간 우발적 무력충돌이 발생할 때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없어 전쟁 재발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어 남북 간 직통선의 복구가 시급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시점에서 남북미 3국이 ‘강대강’ 맞대응 전략(hostile tit-for-tat strategy)을 우호적인 맞대응(friendly tit-for-tat) 평화 전략(peace strategy)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 한반도에서 한미・북한 간 ‘공포의 핵 균형’을 이루고 있어 누구도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시작한다면 자멸 행위이며 모두가 공멸하기 때문에 남북미 3국이 선택해야 할 바람직한 정책대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그 대안으로 3국 간 대화와 협상 재개를 주장한다. 3자가 대화를 재개하여 창의적인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에 따라 상호 양보와 타협 의지를 갖고 핵 없는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실용적인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논객들이 윤 정부의 대북 강경・압박정책이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는 방편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북한의 과거 언동을 평가해 보면 북한이 이런 정책을 수용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잘못된 정책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도 수용할 수 있는 한반도 비핵・평화 로드맵을 제안하여 핵 없는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북한지도부가 한미 당국의 군사행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한마디로 북한지도부의 인식은 북한이 미 전략 핵잠수함과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북한지도부의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을 악화하고 북한지도부는 체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는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고수하여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다면 우발적 무력충돌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북한은 잘 계산된 전략적 평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엔결의를 위반하면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무력시위를 지속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무력시위’(한미입장에서 군사도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에서 전쟁의 조건을 조성하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남북미 3국은 한미・북한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훈련이나 ‘무력시위’를 자제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다시 촉구한다.

한미・북한 간 먼저 대화 여건 조성을 해야 할 이유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반복적으로 “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 미국은 제3자를 통해서도, 직접적으로도, 구두로도, 서면으로도 대화 메시지를 보냈고 현재까지 북한은 아무 답이 없으며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 북한이 왜 미국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까? 미국은 일관성 있게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고만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묵묵부답의 이유는 북한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법에 대한 ‘새로운 셈법’을 제안한다면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2022.5.10) 이후 남북관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은 한반도 미래전략을 구상하는 데 필요하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가짜 평화’라 강하게 비판하면서 ‘힘에 의한 군사안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한편,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어 남북 간 대화 여건이 극도로 악화하여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어 윤 정부의 목표인 “힘에 의한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압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북한에 제안했다. 핵심내용은 한마디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면 초기 단계부터 경제지원을 마련하고, 포괄적 비핵화 합의 도출 후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각종 경제협력사업을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여기엔 북한체제 안정을 위한 군사적 정치적 조치도 병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남・북・미・중 4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제안하였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북한이 성실히 수용한다면 아주 좋은 구상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은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담대한 구상’ 제안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하하였다.

한편, 북한은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 한미가 정책전환이 없는 한 북한은 자신의 논리에 따라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체제의 보장을 위해 핵 무력을 강화하고 무력시위 혹은 군사적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9.19군사합의 일부분인 1조 3항의 효력정지 조치를 취하자 북한도 맞대응으로 9,19 군사 합의 파기 조치를 단행했다. 이런 남북 간 강대강 맞대응 전략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우발적 무력충돌을 야기하게 될까 몹시 두렵다.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북한체제의 보장이 될 수 있는가?

필자는 한미・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을 위해 4자간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외교협상을 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70년 동안 유지되어온 정전협정체제가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미・중・남・북 4자간의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윤 정부는 미・중 간 전략 경쟁 시대에 장기적 국가 핵심 이익 증진을 위해 미국 일변도 편향정책보다 대한민국이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교차점에 있는 지정・지경학적 운명을 고려하여 균형된 실용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주장해 왔다.

70년 동안 지속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간 평화협정보다 국제법상 더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미・중・남・북 4국 정상이 서명하는 다자간 평화조약인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을 체결하고 유엔 안보리 추인을 걸쳐 국제조약으로 유엔사무처에 등록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조약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국제평화조약은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조건부 조선반도의 비핵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적 제안의 재검토가 바람직하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의 초석이며 나아가 글로벌 평화구축에 필수적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해서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상호협력 해야 한다.

정책제언: 한미・북한 간 대화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북한을 어떻게 하면 대화의 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가? 한반도 위기 상황인 현시점에서 남북미 3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남북미 3국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이나 한미의 대북 강경・압박정책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북한도 강대강 맞대응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미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미 3국이 추구하는 강대강 맞대응 전략이 우발적 무력충돌로 인해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면 3국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대안은 3국 간 대화 여건조성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면 현시점에서 남북미 3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재 남북미 3국이 추진하고 있는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즉각 자제하거나 중단하여 한반도에서 “공포의 핵 균형”이 깨어질 수도 있는 3국의 무력시위를 포함하여 군사적 (도발)행위를 모두가 자제하고, 대화 분위기 조성에 올인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이 주장하는 한미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초기에 일부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모색하자는 의미에서 아래 5개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미 3국이 대화 의지를 굳게 가지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남북미 3국이 6개월 동안 상호비방,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 표현 자제와 특히 무력시위(군사적 도발)를 유예(모라토리엄)하자는 제안이다.

둘째, 남북미 3국이 대화와 외교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미가 북한에게 대화에 나오라고만 하지 말고 북미・남북 간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대화 제안을 하여 상호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고,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3국 최고지도자의 강단과 지도력(leadership)을 보여 주기 바란다.

셋째, 윤 정부가 ‘힘에 의한 군사안보’를 통해 전쟁 억제력을 이룬 것은 큰 성과였다. 따라서 군사안보와 함께 경제안보도 국민의 행복한 삶과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필요하다. 윤 정부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은 궁극적으로 경제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군사안보와 함께 경제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구제적인 한반도 평화 전략을 병행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행한 ‘조선(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는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두 개 전제조건은 (1)대북 적대시 정책포기, (2)북한체제의 보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 두 개 전제조건아 충족되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약속했다. 향후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가 보장되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핵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다섯째, 남북미 3자가 각국의 ‘핵심 이익’(core interest)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심 이익은 북한체제의 보장이다. 따라서 북한지도부는 북한의 체제보장 없이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남・북・미・중 4자 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의 국제적 보장 장치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맞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며 핵심 이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2024 갑진년 새해에는 한미・북한 간 대화와 소통이 이뤄져 우발적 무력충돌을 예방하고 한반도에서 남북미 3국간 정상적인 소통과 대화가 이뤄지길 기원한다. 대화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간다면 핵 없는 한반도 평화가 실현될 것이다. 새해에 기대해 본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6대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제19-21기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통일교육위원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3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50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비핵・평화체제의 모색』(매봉, 2023)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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