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 유족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36주기 추도모임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 유족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36주기 추도모임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36년전 오늘 미얀마 인근 안다만 해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대한항공(KAL) 858편이 실종된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사망자 시신의 일부, 유류품 한 점 발견되지 않은 채 36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일까? 유족들은 지금도 부모, 형제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오전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 유족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강대길 천주교예수회센터에 모여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비극의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정부는 처음부터 사건대응에 미온적이었고 진상규명 요구를 불온시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인 김승일과 김현희가 시한폭탄으로 비행기를 폭파했다는 정부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는 유족들은 지금 없다.

사건 발생이 1987년 6월항쟁의 성과로 도입된 대통령 직선제로 치러진 제13대 대통령선거를 보름 앞둔 시점이었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선거 하루 전인 12월 15일 김현희를 김포공항으로 압송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선거에 활용한 정황도 명백하다. 

'KAL858 폭파사건은 재난사건이 아니라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심증은 굳히고 있으나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 쯤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구도 특별히 강조해서 말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월 대구MBC가 안다만 해역에서 추락한 KAL858기 추정 동체를 발견한 뒤 동체확인과 유해, 유품 발굴을 위한 작업에 많은 유족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지만 지금은 별 진척이 없는 상황.

23억원 규모로 수색예산이 책정되어 구체적인 수색작업을 진행하려고 할 때 발생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 코로나 팬데믹 등 악재가 이어졌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행되지 못한 그 예산은 다시 정부에 귀속됐다.

36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KAL858기 동체수색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해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와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로 나뉜 일은 '비극속 또 다른 비극'으로 기억되고 있다.

가족회 회원들은 "유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진상규명과 유해, 유품 발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가족회 회원들은 "유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진상규명과 유해, 유품 발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KAL가족회 36주기 추도모임에 참석한 임옥순 회장, 박은경 부회장,  가족회 회원인 최춘희, 김재명, 김영씨 등은 입을 모아 "유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진상규명과 유해, 유품 발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랜 세월동안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초조함이 있는 것 같다. 일부를 배제하고서라도 일을 추진하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장기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유가족들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더라도 끝까지 함께 가기 위한 노력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강성주 박사가 KAL858기 사건을 주제로 진행한 학술발표회 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강성주 박사가 KAL858기 사건을 주제로 진행한 학술발표회 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KAL858기 사건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전문 연구자인 박강성주씨는 "KAL858기 사건은 발생 자체가 비극이고 여전히 진실이 해명되지 않은 비극이 더해진데다 유가족들이 나뉘게 된 비극이 중첩된 사건"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려 노력했다는 기록이 필요하다"고 학술발표회 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진상규명위에서 활동하는 채희준 변호사는 올해 미진했던 유가족 모임의 사단법인화와 관련 자료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작업에서 성과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 위원장인 김정대 프란치스코 신부는 "36년전 바닷속에 묻혀 아직까지 긴 시간 가족들과 만나지도 못한 영혼들과 뜻하지 않는 비극적인 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달라"고 추도 기도를 올렸다.

이날 같은 시각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가 주최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후원하는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모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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