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 '북한학' 독립연구자인 마틴 와이저(Martin Weiser)가 오는 26일 실시되는 북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국내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고문을 보내왔다.

북한이 지난 8월 30일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법을 개정하고 지난 10월 18일부터 새로운 선거법에 대해 소개해왔지만 한국 언론은 제때 주목하지 않았고, 뒤늦게 나온 보도는 출처 인용은 물론 내용도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북한 웹사이트를 '불법·유해정보'로 분류해 차단하는 현실때문에 발생한 문제일 것이라며, 전문 기자들조차 정보접근이 어렵게 되어있는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이같은 현실에 순응하는 듯한 진보언론의 위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마틴 와이저는 독일 보훔대학교 동아시아경제정치학과에서 학사를, 2014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북한 역사 속에서의 인권정책의 변화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영문 석사를 마쳤다. 이후 한국에 거주하면서 '북한학' 관련 독립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 편집자 주

북한에서 지난 8월 30일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법의 수정·보충이 있었다는 사실은 남한의 많은 매체들에서도 보도했지만 10월 18일부터 공개된 새 선거법을 소개하는 글은 찾기 어려웠다.

본인은 10월 23일 북한 뉴스를 다루는 전문통신사에 개정 대의원선거법을 주제로 영문 분석글을 실었는데, 남한 언론으로는 [통일뉴스]가 처음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소개했다. 

[통일뉴스]는 11월 2일과 5일 재일 [조선신보]와 북한 최고인민회의 및 내각기관지인 [민주조선]을 인용해 △찬성·반대 투표지를 각각 다른 투표함에 넣게 된다는 것과 △단일 후보자 원칙을 버리지는 않지만 일부 선거구의 경우 2명의 복수후보자를 추천해 선거자회의에서 1명의 후보자로 압축하며, 선거 선전을 한다는 등 개정 대의원선거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통일뉴스]는 [민주조선]이 지난 10월 18, 20, 22일 3차례에 걸쳐 설명한 '수정·보충한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법 해설'을 출처로 분명히 밝혔다.

기사 출처를 밝힌 이같은 보도는 상식이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뉴스에 접근이 쉽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서 일반 독자를 위해 보도매체가 기울어야 할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언론의 보도가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1월 8일이 되어서야 [연합뉴스]가 북한의 대의원선거법 개정을 다뤘는데, 당일 아침 [민주조선]에 나온 정보를 바로 알리는 글이라고 강조했다.

3일이 지난 11월 11일 보도에서 [연합뉴스] 가 마찬가지로 "이번 주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서야 처음 윤곽을 드러낸 개정 선거법"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이런 일을 초보적인 편집 실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연합뉴스]가 북한 대의원선거법 개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1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강도의 한 지역에서 사상 첫 복수후보가 등장했다는 보도에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rfa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했을 뿐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연합뉴스]의 경우에도 [민주조선] 출처를 확인하지 않고 썼기 때문에 세부적으로는 틀린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 11월 8일 기사는 '일부 선거구에서만 예비선거가 있다'고 한 반면, 11일 기사에서는 "선거구마다 선거자회의를 열고 복수의 후보자 중 1명을 가려낸"다고 하여 마치 모든 선거구에서 '예비선거'가 있는 것 처럼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민주조선]의 개정 법해설은 '후보자 추천은 고정지표대상 선거구에는 1명, 선발지표대상 선거구에는 지역·부문·직업·직급·남녀별 균형을 맞추어 2명을 정하는 원칙에서 대의원 정원보다 많이 선발'하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이에 따르면 이번 지방인민회의 선거에서 모든 선거구에 예비선거가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같은 혼란은 남한에서 북한 웹사이트를 차단한 결과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현재 남한에서 북한의 [민주조선]에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서비스도 차단되어 있고 다른 방법도 막혀있다.  

매일 오후 5시 뉴스가 끝나면 북한TV에서는 당일 [로동신문]과 [민주조선]을 보여주는데, 예전엔 화질이 좋지 않아 기사 제목만 볼 수 있었고 내용을 알아 보기 어려웠다.

요즘에는 유튜브에 고화질 영상이 많기 때문에 누구라도 확인은 할 수 있지만, 남한 정부가 계속해서 관련 유튜브 계정을 차단하기 때문에 쉽지 많은 않다.

그래서 북한TV를 위성신호로 받도록 지붕에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는 한 본인과 같은 독립 연구자는 딱 한가지 루트로만 북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5층에 있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지난 3년간 북한의 종이신문을 입수하지 못해서 최신 신문자료는 없다고 하지만 2주전 북한TV영상은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걸 꼼꼼하게 보지 않는 한 영상속 어디에 어떤 유용한 '보물'이 숨어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북한 관련 보도를 공개하지 않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생기는 불필요한 혼란이 안타깝다. 또 한가지 답답한 일은 먼저 자료를 볼 수 있는 통일부에서 만약 지난달 [민주조선]을 읽고 새 선거법의 내용을 알았더라도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는 거다.

이 사례를 통해 진보 매체의 대북보도가 위기에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진보 매체 중에 [통일뉴스]만 새 선거법의 내용에 대해 기사를 썼다.

[경향신문],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 '진보'로 알려진 매체들은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다. 자기들은 정보를 다 알면서 지금까지도 침묵을 이어나가는 것이라면 시민의 알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알권리'만 침해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면 '보수'적 견해에 반론을 제기하거나 극복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북한에 대한 정보를 감춘다고 해서 통일을 향한 꿈이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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