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 혹은 national interests)의 개념은 국제관계 문헌에서 “분석의 도구(틀)”로서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더욱이 각국의 정치지도자의 성명서에서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당화(justification)의 정책수단(policy instruments)으로써 더욱더 많이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은 아직도 모호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국제정치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개념을 좀 더 정확히 재정의하여 조작화(operationalize)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여 본 칼럼에서 필자는 국가이익의 개념을 명확하게 조작화 하려고 시도하였다.

국가이익 개념의 가정은 국제관계에 있어 어느 주권 국가의 정책의 목적과 목표는 그 국가의 국가이익을 참조함으로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한 국가의 국가이익을 알 수 있다면 누구든지 쉽게 그 국가의 실제 외교정책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그 국가의 정책수단으로 정책선택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이익은 명세적 내용을 포함할 수가 없다면 국제정치 분석의 틀로서 아직도 모호하고 명확하지 못한 개념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필자는 첫째, 국가이익의 가장 사활적 이익인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평가하고 조작화 하려고 시도하였다. 둘째, 국가의 핵심이익이 국제정치의 분석의 틀로서 사용하기 위하여 보다 정확하게 개념정리를 하려고 시도하였다. 셋째, 국가핵심이익이 한반도 정세에 주는 국제정치적 함의에 관해 정리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출범한 현실주의(realism)학파의 거두였던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u) 교수는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 개념의 창안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2차 세계대전 이전 1930년대 찰스 베어드(Charles Beard)의 역작에서 국가이익 개념을 잘 정리하였으나 기본적으로 그는 경제적 개념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모겐소 교수는 국제정치학에 있어 제2차 세계대전이 후 현실주의 이론(Realism)을 정립한 제1인자이었다. 그는 국가이익을 객관적으로 결정지울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한 국가의 외교정책의 성격을 알고자 할 때 먼저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재에 그 국가가 수행한 정치적 행위, 즉 한 국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 아니고 그 국가의 행위(behavior)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다음에 외교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정책결정자들이 직면하는 이슈들을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후 국가가 행한 정치적 행위를 예견할 수 있는 결과를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 국가의 외교행동의 패턴을 설정하고 이것을 국가이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것들이 세심하게 고려된다면 다른 정책의 목표에 관한 우선순위가 정해질 것이다. 국가의 외교정책 목표의 우선순위의 설정이 제한된 힘과 자원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한 주권국가의 목표가 가능한 한 다른 국가의 목표와 상충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것이 국가생존을 위한 실제적인 필수 요건이다.

국가생존(national survival)이 국가이익 개념에 있어 최상의 가치이고 사활적인 이익(vital interest) 혹은 핵심이익(core interest)이라는 의미이다. 다른 표현을 빌리면 국가생존은 외부침략으로부터 영토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identity)을 보전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영토적 정체성은 그 국가의 영토보전이며 정치적 정체성의 보전은 현존하는 정치-경제체제의 보전이며 문화적 정체성은 인종적, 종교적 언어와 문화를 지키는 것이다.

모겐소 교수는 객관적인 의미인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객관적” 국가이익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주관적인” 국가이익의 개념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퍼니스(Furniss)와 스나이더(Snyder) 교수는 “주관적인” 국가이익이란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이 설정하고 주장하는 이익이라고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주관적인 국가이익은 국가지도자나 정책결정자가 국가이익이 무엇인가를 그들이 결정하는 국가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본 칼럼에서는 정책결정자가 언급하는 주관적인 국가이익과 국가의 생존과 연계되는 국가의 핵심이익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주관적 국가이익을 객관화함으로써 ‘주관적인’ 국가이익이 편견이 없고 객관성을 가진 국가이익으로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설정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한 국가의 외교정책은 주관적으로 정책작성이지만 객관적인 국가이익에 접근해야” 한다는 하트만(Hartmann) 교수의 견해에 공감한다. 따라서 객관적 국가이익이 외교정책 결정에 지침이 되어야 하고 국제정치 분석에 있어 분석의 틀로써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자 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국가의 핵심이익의 개념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 핵심이익의 개념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국가이익의 개념에 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그러면 국가의 핵심이익이란 무엇인가? 관련하여 핵심이익의 개념과 정의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 간의 분쟁(conflict)을 권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 국제체제에서 주권국가가 주된 행위자로서 각자가 국가의 생존을 보전하는 것이 각 주권국가의 책임이다. 국가는 다른 국가와 공유할 수 없는 그 국가고유의 국가이익을 가지고 있고 다른 국가와 공유할 수 있는 공통된 국가이익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각 주권국가의 외교정책은 각국의 특유한 국가이익을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서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이익의 개념은 각국의 국제정치행위나 외교정책결정 과정을 분석 연구할 때 국가행위의 근원이나 타당성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분석의 도구로써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은 국가이익의 개념이 모호하고 간결하고 포괄적인 정의가 명확하지 못한 점이 흠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이익이란 단어는 정치지도자나 학자와 관료들이 즐겨 쓰는 용어이다. 요약하면 국가이익의 개념은 국가의 존속이나 보존과 안전 및 생활양식의 보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익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국제정치와 외교정책 이해를 위한 분석 도구로써 국가이익 개념을 사용한다고 해서 주권국가들이 그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를 위해서만 행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국가는 지속적인 자기보존과 국가의 존속이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주어진다면 국가지도자들은 국가이익 개념 차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그렇게 행동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현실주의 학파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이다.

국가(nation-state)는 무생명체(inanimate)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며 대신 정책결정자들이 국가를 위해서나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가이익들의 우선순위(levels of national interests)를 결정하기 위해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이익 중에는 단층이 있는 바 그 첨단에는 절대적이고 필요불가결한 핵심이익(core interest)이 위치해 있고, 바람직하지만 국가의 존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 국가이익이 두 번째 위치하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이익이 세 번째에 위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이익과 2차적인 이익을 구별하자면, 국가는 핵심이익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여 보호하거나 증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핵심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것이다. 반면에 2차적 이익(secondary interest)인 전략적 이익(strategic interest)은 필요하다면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제관계문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핵심이익의 정의를 살펴보자. 모든 국가들은 국가이익 중에서 심장부가 되는 핵심이익을 갖고 있는데 핵심이익은 국가의 생존에 치명적으로 중요한 것이고 만약 이 국가의 핵심이익이 위협을 받는다면 바로 국가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 것으로써 정책결정자들에 의하여 결정되어지는 그러한 이익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언더라인은 필자의 강조) 그러므로 핵심이익에 대한 위협은 국가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핵심이익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국가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전쟁도 불사 하는 것이다.

현실주의 이론은 힘과 외교정책 목표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한다. 힘이 이용할 수 있는 정도와 반대하는 세력이 마주치게 되는 정도가 국가의 외교정책 목표를 선택하는 영향을 미친다. 힘의 관계와 상대적 힘의 위치는 국제체제에서 국가핵심이익을 어느 정도에까지 추구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대국들은 그들의 국경을 넘어 확장하는 핵심이익을 가지는데 반하여 약소국가들의 핵심이익은 그 국가의 영토보전 정도에 국한된다.

한 국가가 강대하면 할수록 더욱더 광범위하게 국가이익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지정학적 상황은 국제정치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서 핵심이익의 개념에 있어서 가장 주요한 것이다. 오늘날 핵 시대에 있어서도 국가핵심이익에 대한 위협에 대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만약 강대국들이 동일한 지리적 지역을 그들의 핵심이익으로 동시에 주장할 때에는 국제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한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한쪽편이 상대방을 유화시키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물러나는 방식이다. 둘째로 양측이 상호협상을 해서 본질적이고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 타협적 해결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셋째로 그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면 전쟁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대국들의 핵심이익이 중첩된 지역은 그 지역에 대해 각자의 핵심이익을 주장하는 두 강대국 간의 잠재적인 분쟁지역으로 남게 되며 양자 간의 평화적 해법을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궁극적으로 전쟁을 통해 분쟁해결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핵 시대에 있어 핵 국가 간의 핵전쟁은 인류의 공멸을 의미하게 된다.

핵심이익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은?

국가핵심이익의 개념과 관련하여 어떤 시기에 한 국가의 핵심이익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결정하는 기준설정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기준이 핵심이익을 객관적으로 결정하는데 이론적 전제로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기준은 정책결정자의 인식과는 독립하여 별개로 존재한다는 객관적 요소들을 일컬을 수가 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요소들은 무엇인가? 이러한 객관적인 요소들로서는 특히 국가의 생존이 걸려있는, 첫째 지정학적-전략적 요소들과 둘째 다른 국가들과의 역사적, 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관계 등이다. 두 번째 기준은 학자들의 인식과는 독립하여 별개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는 객관적이지만 정책결정자의 시각에서 보면 주관적이다. 즉 정책결정자의 정책성명이나 행위 등은 이 기준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기준에 대해 보다 더 세부적으로 고찰해 보자. 핵심이익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는 앞에서 지적한 데로 지정학적-전략적 요소이다. 국가생존 그 자체의 지속적 유지, 현존하는 영토의 보존은 모든 국가들의 객관적인 핵심이익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만약 1907년 한말에 이완용이나 193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베니스(Benes) 등과 같이 국가지도자들이 국가의 해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할 경우, 그들은 국가이익을 위해 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 궁극적으로 핵심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핵심이익은 정책결정자에 의해 끊임없이 재정의 되고 있다. 만약 국가지도자들이 핵심이익에 대한 협상에 동의할 때는 핵심이익은 원래 협상할 수 없는(non-negotiable) 이익이기 때문에 그들은 핵심이익을 이미 포기한 것이다.

강대국이 최소한 그 국가를 둘러싸고 있는 직접적으로 인접한 지역을 핵심이익 지역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강대국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적 필요성에 따라 자국의 국경밖에 설치한 여러 해외전략기지를 핵심이익으로 주장하는 데에는 지정학적 고려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예를 들면 강대국의 가까이 또는 국경을 통과하는 아주 중요한 도로나 해협이 있을 때 그러한 통로나 해협은 그 강대국의 객관적인 핵심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 동북아 있어서 미군의 한국에 있는 평택기지는 미국의 핵심이익이다. 그러나 이 객관적인 지정학적 요소는 단지 강대국에게만 확대된 핵심이익을 주장하는 권리를 부여할 뿐 약소국에 대해서는 결코 그런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약소국들은 대단히 제한된 핵심이익을 가지는데 보통 핵심이익의 범위는 대개 그 국가의 영토보전에 국한되고 그와 같은 국가의 근본적인 목적은 국가자체의 생존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강대국들은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경제 능력, 즉 국력의 구성요소가 크면 클수록 그들이 핵심이익의 범위를 보다 넓게 주장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의 상대적인 위치는 정책결정자들이 자국의 위치를 인식하든 안 하든 또 그것을 인식하고 거기에 맞추어 행동을 하든 안 하든 간에 항상 존재하는 객관적인 요소인 것이다.

두 번째 결정요소는 타국가들과의 역사적-경제적-정치적-군사적 유대관계이다. 이러한 유대관계는 그 시대의 정책결정자들의 인식과는 별도로 독립하여 존재한다. 예를 들면 중국이 한반도에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역사적 사실로 인해 현 중국지도자들은 지금 바라거나 언급하는 것과는 거의 무관하게 한반도를 잠재적으로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게 한다. 미국과 남미국가들과의 관계나 구소련과 동구국가들과의 관계 등도 이 법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오래 동안 존속해 왔던 그러한 관계에 의한 핵심이익을 포기하는 것도 물론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러한 핵심이익을 이제는 포기하겠다는 명백한 성명이나 행동이 없는 한 그러한 지역은 강대국의 영향권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첫 번째 기준인 정책결정자의 인식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객관적 핵심이익의 결정요소가 있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지도자들이 그들의 핵심이익에 대해 성명이나 행동들이 결코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단지 지역B가 국가A의 핵심이익이었다는 것을 지적할 따름이겠지만 앞에서 지적한데로 지리적·전략적 및 역사적·경제적·정치적·군사적 요소가 당시의 핵심이익을 결정해 주는 객관적인 단서들(clues)인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역사적·경제적·정치적·군사적 유대관계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 것인가? 이러한 유대관계는 국가지도자의 여러 가지 의도된 정책으로 귀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가지도자들은 목표를 설정하고 객관적인 핵심이익이라고 간주되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만들고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강대국A와 지역B의 관계가 끝나게 되는가? 그러한 관계는 일반적으로 그 당시의 국가지도자들의 명확한 성명이나 행위(혹은 꼭 취해야 할 행동을 취하지 않음)로써 유대관계의 종말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그 당시의 국가지도자들은 객관적인 주위의 현실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핵심이익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지도자들의 성명이나 행동이 그 국가의 핵심이익을 결정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또 다른 문제점은 어떻게 학자들 사이에 객관적인 주위의 현실이 무엇인가 대한 합의를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어떤 국가지도자가 핵심 이익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을 해주지 않을 때 학자나 분석가들이 그 국가의 핵심이익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 학자와 분석가들은 장기적인 국가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 합의를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세 번째 결정요소는 국가지도자의 성명과 정책행위이다. 이러한 정치지도자의 성명이나 정책행위는 분석가들이 그것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는 객관적 결정요소이다. 그러나 정책결정자의 시각에서는 완전히 주관적인 결정요소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책결정자는 국가의 핵심이익의 구성요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학자나 분석가들도 그 국가 지도자의 성명이나 정책행위가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될 것임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은 본질적으로 국가이익의 차원에서 국가이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사고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만약 정책결정자들이 국가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결정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합리적인 외교정책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정학적 핵심이익과 “이념적” 핵심이익의 의미와 차이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냉전시대에 나타난 자본주의세계 대 공산주의세계 간의 이념대결로 새로운 이념적 핵심이익(ideological core interest)이 존재하게 되었다. 공산주의세계에서 소련을 중심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이데올로기 그 자체가 소련지도자에게 일종의 핵심이익이 된 것이다. 예를 들면 냉전시대에 소련은 동구에 있어서 지정학적 핵심이익과는 판연히 다른 이념적 핵심이익을 주장하게 되었고 자본주의 국가에 의해서 유린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당시 사회주의 공산정권의 방위가 소련의 이념적 핵심이익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바르샤바 동맹국, 북한, 쿠바, 몽골리아, 이디오피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은 냉전시대에 소련의 이념적 핵심이익지역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비공산주의세계(non-Communist world) 혹은 자본주의 자유세계에서도 1947년의 “트루먼 독트린”(Truman Doctrine) 선언은 미국의 정책결정자에게 비공산국가들을 공산주의자들의 침투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보편적인 도덕적 십자군 운동같이 여겨졌으며, 결국 미국이 일종의 이념적 핵심이익을 주장하게 되었다고 이해하였다. 냉전시대에 “트루먼 독트린” 선언 이후 미국은 비공산국가들을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고 비공산국가의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범 도덕적 원칙을 뜻하는 것처럼 이해되었으며 결국 미국은 미소 냉전시대에 소련의 이념적 핵심이익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이념적 핵심이익을 주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념적 핵심이익도 지정학적 핵심이익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특정한 지리적 대상을 가진다. 그러나 이념적 핵심이익이 국가 존속에 주요한 것이긴 하지만 지정학적 핵심이익이 더욱더 주요한 개념이다. 따라서 만약 어떤 국가가 이념적 핵심이익만을 쫓아서 행동한다면 그 국가의 외교정책은 비합리적인 정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념적 핵심이익과 지정학적 핵심이익의 구별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핵시대에 있어서 핵심이익과 전략적 이익(strategic interest)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정된 이론에 의하면 강대국들의 인접지역이나 강대국 국경 밖의 해외기지 등은 역사적·경제적·정치적·군사적 관계나 이념적인 공약에 따라 변화하는 전략적 이익이 될 수 있다. 강대국은 그들의 전략적 이익을 포함시킴으로써 그들의 핵심이익을 확장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전략적 이익은 점차로 핵심이익으로 변천되어가게 되는 것이다.

강대국의 전략적 이익이 핵심이익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은 두 가지 단계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강대국은 먼저 어떤 지역이 그 국가에게 전략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강대국은 그 지역의 미래에 대해 경제적·정치적 사태 발전에 군사적 또는 이념적 공약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명백히 가져야 하고 그런 연후에 비로소 이 지역은 그 강대국의 안보를 방어하기 위한 필요한 핵심이익에 속하게 된다고 점차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다.

한 강대국이 약소국가의 안보를 위해서 군사적 공약을 의무적으로 하겠다는 것을 규정하는 쌍무조약이나 다변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을 때 그 강대국의 그 지역에 대한 초기의 전략적 이익이 점차로 핵심이익으로 변천되어 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필자는 한국전쟁 이전에는 한국(ROK)은 미국의 핵심이익인 일본을 보호하는데 완충적 역할을 하는 전략적 이익에 불과했던 것이지만 1950년 한국전쟁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참전한 이래 미국의 핵심적 이익지역으로 변천했다고 주장한다.

핵심이익과 전략적 이익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 국가가 그 국가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책을 고려할 때에 어떤 정책은 그 국가의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고 도 어떤 정책은 2차적인 중요성을 또 어떤 정책은 3차적인 주요성을 가진다고 결정하는 정책결정 행위과정을 설명해 주는데 아주 유용하다. 그러한 구분은 외교정책 결정자가 그들의 안보정책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있어서나 혹은 그들의 적국의 안보정책결정에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21세기 핵시대에 들어와서 강대국이 지나치게 핵심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하면 핵전쟁으로 인류의 멸망과 핵전쟁을 시작한 국가의 자멸을 초래할지 모르는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진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핵심이익은 국가의 생존문제로 이에 대한 위협은 그 국가의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는 그러한 지역으로 정의하였다. 강대국은 어떤 주어진 지역에 있어서 핵심이익은 두 가지 방법에 의해 주장해 왔다. 즉 (1)적극적 주장 (2)잠재적 혹은 소극적 주장의 방식이다.

국가가 핵심이익을 적극적 주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간단하게 설명하면 적극적 주장이란 국가A가 핵심이익지역B에 유사시 군사적 개입을 하거나 혹은 최소한 국가A의 정책결정자들이 지역B의 지도자에게 국가A의 국익을 위해 안전하게 고수할 수 있도록 정치적 영향력 및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전에 중공군의 군사개입은 적극적 주장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당시 중국지도자들은 한국전쟁 이전에 한반도에 대해 소극적 주장을 하였는데 북한(DPRK)의 생존이 위험에 빠지자 적어도 유엔군의 위협으로부터 북한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한 것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핵심이익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좋은 사례이다.

소극적 주장의 의미는 국가A의 정책결정자들이 지역B 내 활동에 대해 상한선을 정하고 만약 B의 지도자가 상한선의 범위를 벗어날 경우 A의 정책결정자들은 B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소극적 주장의 예를 들면 1962년 쿠바위기 때 미국의 외교정책이다.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위기 동안, 미국정부가 쿠바에 배치한 소련제 미사일을 철거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것은 미국이 적극적 행동을 보인 좋은 예이다.

국가핵심이익(core interests)론 시각에서 본 한반도 주변정세는?

필자는 앞에서 국가의 핵심이익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국제분쟁연구에 있어 국가의 핵심이익개념의 사용은 국제분쟁의 해법을 모색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핵심이익 시각에서 한반도에 주는 국제정치적 함의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이론적으로 국가의 최고지도자들은 무엇이 국가의 핵심이익인가를 인지하고 그 국가의 핵심이익을 보존하고 향상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국가의 지도자가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결단한다면 그것은 핵심이익이 아닌 제2차 국가이익인 전략적 이익으로 간주된다.

둘째, 한반도에는 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남쪽에는 대한민국(ROK)이 유엔 회원국으로 2개 주권국가가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을 먼저 인정하고 유엔회원국으로 유엔헌장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다. DPRK와 ROK는 국제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상이한 주권국가임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로 한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분단국가로서 잠정적으로 존재하고 특수관계라고 주장하지만 국제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두 개의 주권국가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한반도에서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한 ROK나 DPRK는 각자가 국가이익을 갖고 있다. 각국의 최고지도자와 정책결정자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국가이익을 보존하고 향상하기 위해 사고하고 정책결정을 하게 된다. 그러면 먼저 ROK와 DPRK의 핵심이익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두 개의 주권국가의 핵심이익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그 국가의 생존이며 영토보전이며 핵시대에서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양국의 최고 가치이며 핵심이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는 한반도 상황 하에 남북한 지도자가 명심해야 할 핵심사항이다. 남북한 지도자는 한반도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현명하고 사려 깊은 정책결정을 기대한다. 정권안보를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무모한 정책은 남북이 파멸로 가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국가의 핵심이익 시각에서 본 한반도 문제해법의 기본원칙은 한반도에서 두 개 주권국가가 존재함을 상호 인정하고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유엔회원국으로서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준수하고 영토와 관련 모든 법을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두 국가가 각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원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핵심이익 시각에서 미중 경쟁시대에 동북아 정세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예를 들면 타이완 문제를 미국과 중국의 국가의 핵심이익 시각에서 분석해 보면 중국은 타이완이 중국영토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는 지정학적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최근 미국의 대만정책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미국이 타이완을 핵심이익으로 주장한 바는 없지만 국가이익의 2차 이익인 “전략적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물론 전략적 이익이 향후 핵심이익으로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타이완을 핵심이익으로 주장한다면 미국은 타이완 문제를 놓고 중국과의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결단이 서야 할 것이다.

필자는 결론적으로 복합적인 한반도 문제해법을 합리적이며 현실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국가의 핵심이익 시각에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본 칼럼에서 필자는 국가핵심이익의 개념 재평가를 시도하여 국제분쟁연구의 분석에 있어 하나의 유용한 틀(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도록 그 개념을 정확하게 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국가의 핵심이익 개념의 제한성에 관하여 잘 이해하고 있다. 국가이익의 개념이 모호하고 정확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힘”과 “국가이익” 그리고 “안보”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도 국제관계연구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합리적 외교정책 결정과 국제관계의 분쟁당사국 간의 상호 적대적 상호작용관계 연구와 이해를 위한 이론적 분석의 틀로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제19-21기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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